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별은 몇 백 년 전의 것이란다
너무 위안이 된다
왜냐하면 과학이 알려주는 영원함에 대한 친절한 안내로 느껴져서다
그렇담 바람도 흐르는 물도 내리는 비와 구름도
돌고 돌아 온 것이다
시공간의 개념이 무너지고 나도 너도 무의미해지는 때
우주가 없어지지 않는 한 베토벤과 괴테는 영원히 산다
언제나 현재 진행형으로
달을 보면 그래서 신비롭고 친근하다
몇 천 년 전의 시간이 거기에 있다
뜬금 없지만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치르며 고뇌에 빠졌을 때
저 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순간 이 세상 모든 것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요즘....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이 그렇다
빛은 뜨겁고 바람은 부드럽고 공기는 차다
하루에 몇 계절이 숨바꼭질하는 것 같다
콘크리트 틈바구니에서 야들야들 비집고 올라온 풀들을 보면 이쁘고 눈물이 난다
빵집을 지나면 나는 냄새에 먹고 싶은 행복이 차고
습기 없는 바람이라 자외선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
살랑한 거리를 걷다 스마트폰 DMB로 유씨 일가의 촌극을 본다
현상금 6억이라는 말에 꿀꺽하는데도
전문가들은 터무니 없는 액수라며 체포의 불가능성을 말한다
불이 나는 마음을 바람이 덮어준다
어느 노랫말처럼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이곳에 있을까나...
초록 녹음이 점점 짙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