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다 비슷한 성향을 띠는 건 아니지만, 언니나 저는 이른 나이에 했는데 유독 저희 오빠는 결혼이 안 되더라구요.
물론 본인이 안 하겠다고 했던 거라...뭐 맞선 100번 넘어가고는 아무도 강요 안 했습니다. 직업도 좋고 돈도 꽤 벌어요.
집은 이미 십여년 전에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사주셨는데....개인사니 자세한 얘기는 못 하겠지만, 가끔은 걱정이 됩니다.
다른 게 아니라 아플 때 말입니다. 특히 노년에 누가 옆에 있어줄까...그런 염려 말입니다. 몇년 전에 병원에 연차 다 쓰고
입원해서 치료받은 적이 있었는데 가족들한테는 출장 간다고 해서 아무도 의심을 안 했죠. 알고 보니 간병인 쓰면서
그렇게 홀로 힘겹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더라구요. 원래 사이가 썩 좋은 편이 아닌데 마음이 참 안 좋았었어요.
지금은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와 둘이 사는데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서 저희 애들한테도 잘 해주고 늘 얻어먹느라
(돈은 절대 못 내게 합니다) 미안한 마음에 엄마편에 고기나 좋아하는 음식을 양념해서 싸주곤 해요.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이게 영...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 간병인 외에 법적인 보호자가 옆에 붙어서 할일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난 뒤에는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가까이 살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엄마가 편찮으셔도 늘 안쓰러운데 부모니까 먼저 떠난다 하더라도 오빠는...아프면 간병도 그렇고 여러 모로 염려가
되는 것 같아요. 첫사랑 못 잊어서 혼자 사는 남자가 누군가 했더니 저희 오빠네요. ㅠㅠ 소설 속에서나 멋있지요.
물론 지금이라도 좋은 여자를 만나면 결혼을 축복해줄 수는 있는데 본인이 별로 간절한 결혼 의사가 없네요.
외모나 성격... 다른 문제는 없는데 제겐 새언니가 될뻔 했던 그 여자를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떠나보내니
그 상실감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뿌리에 박혀서 지워지지 않나봅니다. 아래 큰 일 겪어보니 결혼해야겠다는 분 글
보다가 생각나서 써봤어요. 혹시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 마음이 달라질까 했는데 그건 또 다른 것 같아요.
외롭기도 할텐데 내색하지 않고 겉으로는 아주 잘 지냅니다. 취미생활도 하고 엄마하고 등산도 다니고 쇼핑도 가고...
그냥 지금처럼 건강하게 엄마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빠야~니 아나? 내 마이 사랑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