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어떤 분(S)이 있습니다.
S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기분파 성격에 돈 잘 쓰니 능력 있다는 등의 말을 들으며
업계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분(K)이 있습니다.
K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성격 까칠하고, 일은 잘 하지만 자기 일 이외엔 관심 없는
그 업계의 아웃사이더입니다.
저는 K.S를 동시에 알고 있으며 꽤 친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2012년 12월 연말 즈음에
두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업계 이야기를 나누다가 느닷없이 영화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K는 영화 레미제라블 본 얘기를 했고,
S는 7번방의 선물과 레미제라블을 다 봤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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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에 80년 5월 광주를 알기 전까지 저는 청맹과니였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아름답고, 위대한 단어의 뜻을 채 알기도 전에 인간이 인간에게 행했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잔혹함에 스무 해 동안 간직했던 위대한 이념(?)이 한 순간에
무너졌고, 87년 민주항쟁의 거대한 물결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대통령 선거에서의 패배...
영화 변호인의 여러 장면 중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명장면은
송우석 변호사가 학생들이 읽었던 책을 찾아 읽으며 아이들 변호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시퀀스였습니다.
그 영화의 장면처럼 저 역시 그해 겨울 방학 동안 책을 싸들고 절에 들어갔습니다.
집에는 머시기 머시기 시험 공부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조선일보를 믿으시던, 뉴스타파를 믿으시던
손석희 뉴스를 애청하던, MBC뉴스를 좋아하든
역사적 사건들은 지금도 비슷비슷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석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달라져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다양성이라고 말합니다.
일제 침략마저 미개한 조선을 개화시켰다는 투의 교과서를 저술, 발행한 인간들은
이제 이것이 정통한 역사 인식이란 주장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의사 안중근은 불한당, 피해의식에 쩐 테러리스트가 되었고...
사기 전과가 있던, 헌법을 위반 했던, 이기면 끝입니다.
이기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 할 수 없다는 그 논리는
2014년 현재도 싱싱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87년부터 얼마간의 시간동안은 너무 쉽게 구별이 되었습니다.
학살자이거나, 학살에 동조 방관한 자냐? 학살에 맞서 싸운 사람이냐?
독재냐, 민주냐?
부패냐 청렴이냐?
지역갈등 조장이냐, 진정한 통합이냐?
돈이냐? 안전이냐?
...
여러분에겐 어떤 기준이 있습니까?
최선의 기준? 차선의 기준? 차악의 기준은 어떤 것입니까?
혹시, 이런 기준은 아닌가요?
천재가 아닌가 싶은... 삐까번쩍한 학벌!!!!!
어떻게 모았는지 잘은 모르지만 엄청난 재산!!!!!
어떤 주장,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잘생기고 인상 좋은 얼굴!!!!!
교회 다니는 사람인지? 아닌지?
불교 신자냐? 아니냐?
다른 지역은 죽던 말든 우리 지역 이익을 위해서는 발 벋고 나서는 힘 있는 일꾼!!!!!
여러분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지금 제게,
2014년 현재 똘레랑스(관용)의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박닭에 동의하느냐? 하지 않느냐?입니다.
뇌와 심장이 죽은, 인간의 탈만 덮어 쓴 좀비들은 가던 길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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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012년 겨울로 돌아가겠습니다.
K는 7번방의 선물도 재밌다했고, 레미제라블을 보며 울었다고 하더군요.
S는 레미제라블을 본 소감을 이렇게 말하더군요.
“많이들 본다고 해서 봤는데, 좌빨들 자위하고 있드만...”
여러분에게 다양성과 공존의 전제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