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투표는 그리스도인의 의무” (6월 1일자 대전주보 원고입니다.)
길거리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만 보아도 눈물이 나려 합니다. 미안하고 안쓰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작 자신들은 해맑게 웃고 떠들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슬픔과 아픔, 분노의 감정이 온 국민의 마음을 할퀴고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사 이후 ‘실재로’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물을 때 마음은 더 착잡해집니다. 돈의 숭배와 개인주의, 경쟁 일변도의 사회에서 불의와 비리를 묵과해 왔던 나라 전체가 근본적으로 회개하지 않으면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변화는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요? 또래 친구들의 사고 순간을 매체를 통해 지켜보고 엄청난 상처를 안고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지금 당장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요?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감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입시 경쟁의 바다 속에서 숨 못 쉬고 있는 학생들이 숨 쉴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고유한 소명을 깨닫고 삶의 참된 가치를 지향하도록 위로하고 격려하는 교육자들을 도와 교육환경을 개선시켜 줄 교육감을, 선거를 통해 학생들에게 선사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육이 입시 경쟁의 바다에서 구조되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데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게 해 줄 혁신적이고 훌륭한 교육감이 필요합니다.
지방 자치 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에 임하면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기보다 ‘누가 하느님 마음에 더 드는지’를 여쭙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해야 하겠습니다. ‘어떤 후보의 공약이 복음의 정신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가, 누가 진정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가’라는 분별의 기준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고 누가 잘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후보의 진정성과 됨됨이, 그분들이 제시하는 전망과 실천 사항을 꼼꼼히 읽어보고 토론해야 합니다.
자녀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교육의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투표에 반영되도록 학생들과 젊은이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겠습니다. ‘어른들이 알아서 결정해 줄 테니 너희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뼈아픈 폭력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후보자들에게 실망하여 기권하는 것은 ‘무관심’의 방법으로 가장 나쁘게 정치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정치가 너무나 더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정치가 더러울까? 왜 그리스도교인들이 복음의 영으로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그들 탓으로 돌리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복음을 기준으로 분별하여 투표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권리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