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평화롭게 하늘을 날 때 뿐
배설물 옮기는 민폐 조류다
예전보단 덜하지만 요즘도 서너 마리씩 무리지어 다닌다
목을 까딱까딱 하면서...
난 그 모습이 무섭다 정말
하루를 여는 아침은 의외로 가장 지저분하다
지난 밤의 흥과 그 결과물인 쓰레기가 미처 다 치워지기 전인
어찌 보면 저들 비둘기들에겐 성찬인 시간
신호등 앞 널브러진 음식 쓰레기 가운데 먹다 버린 핫도그가 굴러다닌다
한 입 정도 베어물고 버린 핫도그
목을 까딱까딱하며 두 마리가 날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주변을 맴돈다
나중에야 호시탐탐 핫도그를 차지하기 위한 지들끼리의 기 싸움이었던 걸 알았다
한데 요것들이 사는 것도 고만고만하고 모르는 사이도 아닐 텐데
한 마리가 부리로 쪼고 발로 할퀴 듯 나머지 녀석을 몰아내고
그 덩어리를 1미리도 안된 입으로 쪼고 있다
나눠 먹고도 남을 법 한데
어쩜 그리 못되게 구는지
둘 다 비실비실하고 털도 푸석한 것이 떠돌이 도시 생활에 찌든 티가 역력하다
밀려난 하나는 빈 바닥을 쪼다가 꽁꽁 싸매진 음식물 봉투를 쪼다가
지쳐 힘든지 핫도그를 바라본다
그 처량함이 참...
신호 대기 중 몇 명의 사람들도 그 광경이 희한했는지 모두 시선 집중이다
생각 같아선 핫도그를 집어다 잘게 잘라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연신 핫도그를 쪼아대면서도 사방을 두리번대는 그 비둘기의 빨간 눈이 ...
게다가 난 조류 공포증이 있다
어디든 강자가 살아남는다...
사이좋게 머리 맞대고 나눠먹었음 정말 이 아침
평화로운 풍경이었을 텐데...
어느 욕심보 인간과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