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또 흐르는 눈물이네요...세월호의 아픈 사연...

눈물이 조회수 : 3,707
작성일 : 2014-05-21 17:43:45

“기자 양반이에요?”

듣기 두려웠던 말이 귀에 꽂혔다. 세월호 사고가 난 4월16일 밤, 목포 한국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였다.

인양된 시신의 부모로 보이는 부부가 막 걸어 들어왔다. 말이 ‘걷다’이지 걸음도 채 옮기기 힘든 듯했다. 취재수첩과 펜이 부끄러워 자꾸만 손을 포개 가렸다.

...

그때 김병규군(가명·17) 아버지가 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기자냐고요?” “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쓰세요. 병규 아빠인데요. 냉동고에서 꺼내서요. 제발 좀 따뜻한 곳에 옮겨가지고 이거(심폐소생술) 한 번만 해달라고. 그러면 내가 가슴에 묻고 간다고. 좀 해주세요, 네?”

그가 무릎을 꿇었다…

 
곁에 있던 다른 기자에게도 말을 건다. “○○신문 아가씨, 취재 잘 하더니 왜 안 써. 쓰라고, 제발. 우리 아들 왜 이 먼 병원까지 와야 돼. 가까운 데서 응급치료 하고 이리로 오면 되잖아. 여기 오는 동안이면 이거(심폐소생술) 할 수 있었잖아. (카메라를 가리키며) 이것 때문에 여기 온 거야? 말 좀 해줘, 기자 양반!” 뒤에 있던 김군의 어머니도 운다. “어떻게 부모들을 이렇게 종일 속이냐고요, 어떻게 오보를 그렇게 끊임없이 내보내느냐고요….”

어버이날 다음 날인 5월9일, 아이의 영정사진을 들고 청와대 앞에 온 유족들 곁에 서 있었다. 땡볕에서 대통령의 대답을 기다리던 오후, 낯익은 얼굴에 가슴이 철렁했다. 영정 뒤 검은 펜으로 적혀 있는 이름은 김군의 것이 틀림없었다. 부부는 그때처럼 울고 있진 않았다. 서로에게 몸을 기대기도 했다. 눈물이 마르는 동안 두 분이 어떤 시간을 견뎌냈을지 생각하니 아득했다.

‘힘없는 사람이라서 미안하다.’ 서울시청 분향소에 매달려 있는 노란 리본에 적힌 문구다. 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그간 물을 수 있는 ‘힘’을 어디에 썼는지 자문하면 한없이 부끄럽고 죄송하다. 책임 있는 이들에게 끈질기게 묻겠다. 언젠가 김군의 부모님을 다시 뵈었을 때, 또다시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있기를.
 
 
 
기자님들....제발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우리 잊지 말아요....
 
 
IP : 112.216.xxx.4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사인 양한모 기자글
    '14.5.21 5:44 PM (112.216.xxx.46)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41

  • 2. ..
    '14.5.21 5:48 PM (1.235.xxx.157)

    저분들 지금이야 이리저리 정신없어 아이들 빈자리 를 오히려 크게 못느껴도, 잠잠해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진짜 힘드실거예요.
    너무 가슴이 아파요. 어쩌나요..앞으로..진상조사라도 명확히 되어야 그나마 조금의 위로라도 될텐데..

    흐지부지 되버리면..아..진짜 두렵네요.

  • 3. ...
    '14.5.21 6:44 PM (210.205.xxx.172)

    아...어째요... 글만 읽어도 이 아픈 가슴을...
    아 정말 단원고 부모님들 어쩐대요... TT

  • 4. bluebell
    '14.5.21 7:49 PM (112.161.xxx.65)

    기자님..이제라도 물을 수 있는 힘을 발휘해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6719 태국 파타야. 홈쇼핑에서 해외여행 가 보셨나요?? 8 갈까말까요?.. 2014/07/13 3,870
396718 호칭이야기 듣고 생각난 옆집 아줌니.. 2 ㅡㅡ 2014/07/13 1,989
396717 요즘 통바지들 입으세요? 10 한성댁 2014/07/13 2,895
396716 이모의 결혼식......그리고 홍대앞 그리스 식당 그릭조이 2 ........ 2014/07/13 2,254
396715 베란다벽 곰팡이 제거 성공하신 분들 계신가요? 6 곰팡이 2014/07/13 2,923
396714 유흥주점에서 누나 보는 앞에서 남동생한테 아가씨 불러준 매형.... 9 asdf 2014/07/13 4,190
396713 10년전 김선일 납치사건때 바그네가 한말 3 유체이탈 2014/07/13 2,118
396712 면전에서 싫은 소리 하기 11 ,,,, 2014/07/13 2,719
396711 82에서 읽었는데 못 찾겠네요 1 찾아요 2014/07/13 1,095
396710 세상에~~ 표구걸 하면 진짜 뽑아주시나요? 6 개누리당 2014/07/13 1,362
396709 리키김 아들 태오의 와플을 향한 지독한 집념 ^^ 1 김태오 2014/07/13 2,677
396708 편한 식탁의자좀 추천해주세요 1 추천 2014/07/13 2,067
396707 겔랑 보야지압축파우더와 가드니아 차이가 뭔가요? 겔랑 2014/07/13 1,337
396706 학원 밤늦게 끝나는 아이들 저녁은 어떻게... 9 애고 2014/07/13 2,855
396705 유가족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2 omg 2014/07/13 955
396704 월드컵 3,4위전 보느라 안자고 있는 사람들 있나요? 12 ㅇㅇ 2014/07/13 3,419
396703 양배추로 하는 최고의 음식은... 6 양배추 2014/07/13 4,212
396702 초보의 영어 리스닝 공부... 적당한 영화 좀 골라 주세요..... 2 초급 리스닝.. 2014/07/13 2,362
396701 인문학에 관해 읽어볼만한 글 11 2014/07/13 3,427
396700 제가 인터넷에서 본 상품이 절 따라다녀요. 16 ... 2014/07/13 9,035
396699 5학년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1 토투락 2014/07/13 997
396698 숟가락잡고 졸고있는 아들 3 . . . 2014/07/13 1,803
396697 사투리 억양이나 말투 상관없이 다른 지역 출신은 외모만으로 알아.. 27 궁금 2014/07/13 7,567
396696 햇빛 강하고 더운 방 커튼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3 커튼 2014/07/13 1,788
396695 홈쇼핑 여행상품 질문드릴게요 ... 2014/07/13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