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안산분향소를 오늘에야 다녀왔습니다.

안산분향소 조회수 : 1,221
작성일 : 2014-05-17 22:46:17

세월호로 세상을 달리한 아이들을 오늘에야 보고왔습니다.

맑은 하늘과 봄바람이 어쩜 이렇게도 예년과 다르게 느껴지는지... 분향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표정처럼 맑은 하늘과 세상은 너무나 상반됬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예의를 갖춰 많은분들이 가급적 검은색의 상복으로 입고 오신듯 했습니다.

특히 검정 와이셔츠에 양복까지 갖춰입고 또래의 아이를 동반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분향소를 향하시던 어느 남자분께는 감사한 마음마져 들더군요.

모두들 말은 안하지만 침통하고 원통한 마음은 같아보였습니다.

아이들을 동반하신 분들도 꽤 되셨고 혼자오신 어르신들도 계셨구요.

분향소 앞에서는 유가족분들인듯 보이는 분들께서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을 받고 계셨습니다. 많이 지치셔을텐데 차분하게

부탁하시는 모습들이 가슴 아팠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서명으로 참여가능하다고  많은분들께 알려달라고도 하셨습니다.

서명하면서 앞의 분들의 주소지가 자연스레 보였습니다. 놀랐습니다. 저야 가까운지역이었지만 대부분이 먼곳에서

오신 분들이더군요. 일산,서울,강원도등등.. 오히려 인근 경기도분들 보다 많은것 같았습니다.

맑은 하늘과 대조적으로 쓸쓸하고 가슴아프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분향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눈물이 나게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비교적 감정에 메마른 저조차도 눈물이 나고 많은분들이 저 처럼 입구부터 눈물지으시던데 소위 대통령이라는 자가 어찌 그런모습으로 다녀간건지... 도무지 공감이나 감정이란게 존재하는 인간이 아닐것임이 현장에 가보니

분명해지더군요.

tv에서 보여지는것보다 현장은 정말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기가막히다는것 밖에는...

많은 상가집을 다녀오면  착잡할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또렸하고 생생한 맑은 얼굴들 수백명이  전 국민이 보는앞에서 손도 써보지 않고 가게 내버려둔건지...

너무 미안해서 고개를 들고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현실이 아니라면.. 정말 이게 꿈이나 영화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럴수 있는건지...

5월의 따스하고 행복한 날.. 어느 한 분은 원통하게 보내고 또 다시 되풀이 된듯한 이 아픔이 기가막힐 따름이었습니다.

왜 착한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아픔을 겪고 당해야한 하는건지.

아파하고 동참하고 서로 위로하는것은 우리국민들끼리였지 국가는 그곳에 없는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울면서 아이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엄마.. 안타까움에 손자,손녀뻘인 아이들을 보며  숨죽여 우시는 70대의 할머니.. 아는 아이를 찾아왔는지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던 가족일행들...

 

사실 며칠전 발견되신 , 아빠라고 불릴정도로 자상했다던 김응현 선생님은 저희 큰아이의 동급생 아빠입니다.

사고소식을 듣고 기가 막혔지요. 친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어릴때부터 같은 학교를 다녀서 알고있었는데

워낙 어릴때부터  동네에서도 소문나게 똘똘하고 제 앞가림 잘하던 인정받던 아이여서 그 부모님도 훌륭한신 분일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역시 좋은 선생님이셨더군요.

사고가 난 후에도 그 아이는 너무나 의연할 정도로 일상을 잘 버텨가는것 같았습니다.

간간히 제가 우리 아이에게 그 아이의 안부를 물었고 저희 아이도 그 애가 궁금해 교실에 가보면 평상시와 그리 다르지 않더라고 하여 그래도 어린아이가 잘 참고 있는구나 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요.

그렇게 중간고사를 볼때까지 아빠소식은 없었고 아이는 흔들리지 않고 잘 이겨내가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시험 끝나는날 교복을 입은채로 진도에 가려고 하는지 차를 기다리고 서있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침울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참았을지... 아이이지만 그렇게 의연하게 자란것도 모두

아이 아빠 엄마인 선생님들의 덕이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한달여만에 찾았다는 소식..

오늘 그 분도 같이 계셨습니다. 아프게 세상을 등지신 교감선생님도 가까이 계셨습니다. 여자선생님과 아이들을 구하려고 끝까지 애쓰신 이남철 선생님도..정말 마음아프게도 너무나 좋은 인상을 갖으신 그 분들은 환하게 아이들과 웃고 계셨습니다.

단원고 아이들은 유난히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사진 하나하나 보면서 어떻게 이런일이 이런시대에 일어날수 있는것인지.. 왜 너희들이 이곳에 있는거냐고ㅠㅠ

시간이 되시는 분들께서는 멀마면 멀겠지만 한 번쯤 다녀오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분향소 출구에 서계시던 유가족으로 보이시는 남자분의 침통하고 울음을 참고 계신듯한 남자분의 얼굴은 4월16일 그때의 아픔을 고스란히 갖고 계셨습니다...

IP : 122.37.xxx.14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루터기
    '14.5.17 10:51 PM (114.203.xxx.67)

    감사합니다..저도 어제 다녀왔어요. 사진 하나하나 보니 왜 그렇게 이쁘고 잘생겼는지...크게 소리내어 울고 싶었지만 저보다도 부모님들 마음은 더 아프실테지요.

  • 2. 그래요
    '14.5.17 10:55 PM (182.226.xxx.230)

    그 곳을 가보고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이렇게 수많은 영정 앞에서 그 쑈를 했던 닭이요
    아 그닭은 영장류가 아니구나
    파충류
    사악하고 차가운 뱀,구렁이였구나
    슬픈 요즘입니다

  • 3. 저도
    '14.5.17 11:00 PM (203.226.xxx.50)

    오늘 다녀왔는데 정말 믿어지지가 않더라고요. 300명이라는 숫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했고 이렇게많은 꽃같은 목숨들이 그 바닷속에서 살기위해 발버둥치다 스러져간걸 생각하니 참 정말로 기가막히더이다.
    그런데 저도 어떻게 이런 공간에서 조문쇼를 생각할 수가 있었을까 정말로 이해가 전혀 되지않았네요

  • 4. ...
    '14.5.18 2:43 AM (119.148.xxx.181)

    저도 고1 딸이 있는데
    단원고 아이들이 정말 우리아이나 우리 동네 아이들보다 더 착하고 순수한 것 같아요.
    전 아직도 분향소 자신 없어서 못갔어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요.
    조금 더 시간도 지나고, 분향소에 조문객도 좀 뜸해졌을 즈음에 꼭 다녀 오려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7851 매실로 매실청 말고 뭘 할 수 있을까요? 4 매실 2014/06/12 1,964
387850 열방교회라고 아시는분계세요? 11 궁금 2014/06/12 4,226
387849 귀가 먹먹한 증상.....돌발성 난청인지는 어떻게 검사하나요? 7 ... 2014/06/12 8,509
387848 복부에 가끔 펄떡거리다가 안정을 취하면 4 바이올렛 2014/06/12 1,671
387847 새정치 "'차떼기' 배달자 이병기가 어떻게 국정원 개혁.. 10 아름다운세상.. 2014/06/12 1,920
387846 없어서 못먹을 정도로 밥맛이 너무 좋은 사람 4 2014/06/12 1,971
387845 노트 1 핸폰을 세탁기에 돌렸는데요~~ 3 마나님 2014/06/12 1,063
387844 서울숲 근처 찜질방 추천 1 서울구경 2014/06/12 3,481
387843 국정원장후보 이병기에게도 관심을.. 4 참극은 여기.. 2014/06/12 934
387842 신랑이 소파에 앉은채 기대어 자네요 2 ㅜㅜ 2014/06/12 1,885
387841 요즘 된장국 뭐 넣고 끓여야 맛있어요? 11 2014/06/12 3,068
387840 이율높은 적금있어도 대출갚는게 우선일까요? 6 안가본길 2014/06/12 2,129
387839 맞선 본지 1달만에 연락하는 남자 - 이유가 뭘까요? 16 내인연은어디.. 2014/06/12 10,926
387838 동네미장원 염색하는 데 보통 얼마하나요? 10 커트 2014/06/12 3,780
387837 변희재 '문창극 발언' 두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역사관” 19 세우실 2014/06/12 3,489
387836 페이스븍 이용 방법에 대한 문의 2 .... 2014/06/12 1,681
387835 영어고수님 계시면 문장구조 단순한것 하나 봐주셔요~ 3 fnginl.. 2014/06/12 1,598
387834 박근혜정부가 국민을 미개인으로 보나 6 ㅇㅇㅇ 2014/06/12 1,537
387833 갑자기 소름돋는 상상 4 미쳤나봉가 2014/06/12 1,844
387832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12 스페셜키드 2014/06/12 6,177
387831 82신문입니다 11 ㄷㄷ 2014/06/12 2,508
387830 아이 돌보기가 죽고 싶을만큼 힘드신 분들 계실텐데요... 9 .... 2014/06/12 2,547
387829 문창극,"과거 강연·칼럼 오해소지 유감"(종합.. 13 .. 2014/06/12 1,888
387828 띵띵한 40대 중반 PT가 제일 확실하게 빠지나요? 4 셀룰라이즈?.. 2014/06/12 3,496
387827 차량 CCTV 며칠정도분 저장되나요? 4 아시는분 2014/06/12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