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예수님을 따르고 그분의 제자로 살아가려면 오늘 눈물짓고 고통 받는 이들, 오늘의 가장 작은이들 곁으로 다가서고 그들의 아픔과 한을 공유해야 한다. 이 가장 작은이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번영과 성장을 추구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그 주체가 국가 권력이라고 해고 “아니요!”라고 거부하는 저항의 연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강우일 주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그냥 잊고 떠나보내기에는 너무 가슴 아픈 재앙이며,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가적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들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 재앙에서 시대의 징표를 찾고 어떻게 대처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도 앞바다에서 무더기로 수장당한 단원고 아이들과 동승한 희생자들 모두 베들레헴의 젖먹이들처럼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맞서지도 못하고 무력하게 유린당했다. 관피아들과 공조 체제를 이루며 불의와 비리를 양산해 온 사업가들, 규제를 완화하며 이러한 세력을 대대로 양산해 온 국가 지도층이 이 아이들을 바다 속으로 쓸어 넣었다.”
강 주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무고한 이들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으면서, 2천 년 전 베들레헴에서 자행된 학살을 언급했다. 강우일 주교는 당시 젖먹이들의 죽음은 구원의 역사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첫 동료 순교자들의 제사”였으며 “세상 모든 이들의 죄를 갚기 위 한 속량 제물인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제물로 바쳐진 티 없는 어린이들의 합동 제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 주교는 이런 맥락에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아이들의 죽음은 불의, 비리의 관행과 일상화를 묵인하고 무관심했던 우리 모두가 공모한 결과이며, “우리의 방조와 무관심이 저지른 죄를 밝히기 위한 속량의 제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우일 주교는 국가기관이 개입되었다고 모든 일이 무조건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으며, 국가의 이름으로 유린된 인권과 인생은 사후 무죄 판결과 보상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 역시 “핵발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재앙을 온 국민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예수는 변방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다가가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해방과 위로를 주었으며, 세상 한복판에 들어갔다고 강조하면서, “예수를 따르고 그분의 제자로 살려면 오늘의 가장 작은이들 곁으로 다가서고 그들의 아픔과 한을 공유해야 한다.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에 무관심한 이들에게는 영원한 불이 준비되어 있다는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강 의장은 “그냥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그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는 것으로 만족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이 사건을 조명하고, 이 재앙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시대의 징표는 무엇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일지 진지하게 고뇌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 의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호 비극에 대한 국민의 슬픔과 무력감이 울화와 분노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며 “그것은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나기 전부터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기까지, 그리고 침몰 후 한 달씩 이어지는 희생자 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 당국의 무질서와 무책임과 무능력이 상상을 초월하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국가 개조를 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강 의장은 “대통령 스스로가 ‘국가 개조’라는 말을 입에 올릴 만큼 사안이 심각했다”며 “속된 말로 표현하면 국가가 골병이 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의장은 “오죽하면 희생자 유족들이 ‘이런 국가가 국가인가, 이민을 떠나겠다’ 하며 토로하겠는가”라며 “국가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그 본분을 완전히 상실했으니 이런 국가의 국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절망감의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무책임한 안내 방송에 따라 꼼짝 않고 선실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가 탈출 시기를 놓쳐 앞날이 구만리 같은 풋풋한 인생을 접었다고 강 의장은 애도했다.
그는 이들의 죽음이 갖는 의미에 대해 “죄 없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집단으로 참변을 당해야 했을까”라며 “그 때묻지 않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죽을 수는 없다. 목숨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그런 최고의 가치를 지닌 목숨이 무더기로 죽어간 데에는 분명히 큰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며 성경에 나와있는 베들레헴 아이들의 학살극을 전했다.
“죄 없는 아이들의 죽음은 2천 년 전 베들레헴에서 일어났던 무참한 학살을 연상하게 한다.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아기를 경배하러 왔다고 하자 헤로데 임금과 이스라엘의 권세가들은 크게 당황하였다. 그러고는 미래의 화근을 없애려고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마태 2,16-18 참조).”
강 의장은 “관피아들과 공조 체제를 이루며 불의와 비리를 양산해 온 사업가들, 규제를 완화하며 이러한 세력을 대대로 양산해 온 국가 지도층이 이 아이들을 바다 속으로 쓸어넣었다”며 “그러나 그들만이 아니라 그러한 불의와 비리의 관행과 일상화를 묵인하고 무관심하게 보아 넘겼던 우리 시민들 모두가 공모자인 셈”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사회의 불의와 비리를 고발하고 밝혀야 할 언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모두가 입을 다물고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며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악을 수용하고 협조하는 죄”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강 의장은 “우리는 진실이 묵살당하고 정의가 억압당할 때 침묵과 외면으로 비켜가는 무책임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통곡소리가 들릴 때 못 들은 척하고 귀를 닫지 말아야 하며, 보기에 끔찍한 광경이 벌어질 때 눈을 돌려 못 본 척하고 지나치지 말고 멈추어 서야 한다. 그리고 다가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기관이 개입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는 없다고도 강 의장은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국가공권력의 이름으로 고귀한 인권이 무참히 유린당한 사례가 우리 역사에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고 제시했다.
밀양송전탑 사건을 들어 강 의장은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고 그분의 제자로 살아가려면 오늘 눈물짓고 고통 받는 이들, 오늘의 가장 작은 이들 곁으로 다가서고 그들의 아픔과 한을 공유해야 한다”며 “이 가장 작은 이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번영과 성장을 추구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그 주체가 국가 권력이라고 해도 ‘아니요!’라고 거부하는 저항의 연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의장은 “예수님은 가장 작은 이들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외면하고,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에 무관심한 이들에게는, 영원한 불이 준비되어 있다고 경고하셨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