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예전부터 시리고 한기가 셌다
누구처럼 생명이 움트는 온기나 따뜻한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계절에 대한 나름의 인상이 있겠지만
봄은 유독 어렵고 두려워 피하고 싶은 계절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수줍음 많고 부침이 심한 성격이 봄과 만나면 음울한 날개를 달았다
그렇게 입력된 인상 때문인지
대인관계나 기타 등등의 대소사가 봄엔 불가항력으로 치고받는다
허리끈 동여매고 봄이라는 출발에 맞춰 씩씩하게 살아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할 정도다
카페 안 옆 테이블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파도를 탄다
정말 까르르 넘어간다
언제 저렇게 웃어봤나...
욕과 눈물 범벅으로 살았던 최근까지 웃음은 금기였다
맘은 생각과는 다른가 보다
자꾸 환한 빛처럼 터지는 웃음소리에 끌려간다
밝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함이 가시다니...
그 예쁘장한 수다스런 여자분은 모를 거다
본인의 존재가 누군가의 우울한 봄 날을 씻겨주었다는 걸...
참혹한 영화엔 언제나 최고의 음악이 흐른다
팽목항 노을이 지는 바다...
괜히 봤다
순간 풍경에 빠진 나를 보곤 놀랐다
염치없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