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송경동 시인이 청운동사무소 새벽에 발표하셨던 시입니다.

송경동 시인 조회수 : 1,638
작성일 : 2014-05-12 23:22:16

엊그제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에서 송경동 시인께서 

KBS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고 오신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발표하신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구조대 아저씨들은 언제 오나요

늠름한 해경은 해군은 언제 오나요

구명정은 언제 오나요

구조헬기는 언제 오나요

그 많은 최첨단 전쟁무기들은 모두 어디에 쓰나요

 

엄마 아빠

이 방을 나가고 싶어요

왜 내 앞의 인생의 문이 모두 닫혀야 하나요

숨이 막혀요

왜 내 인생이 이렇게 갑자기 기울어져야 하나요

누가 나를 이 답답한 시대의 선실에 가두었나요

 

그렇게……

안전한 선실에서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믿다가

착한 아이들이 죽어갔어요

가만히 있어라는 협박과 기만 속에

무수한 노동자민중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어요

안전한 것은 늘 저들 자본과 정권의 금고 뿐

 

우리는 어떻게

이 잔혹한 사회의 심해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 탈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 참혹한 세월로부터 벗어나

다른 미래를 살아 볼 수 있을까요

 

분명 한 시대가 기울고 있는데

한 세월이 침몰해 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얼마나 더 저들에게

이 참혹한 세월의 키를 맡겨야 하나요

 

살려달라고 아직도 아이들이

이 못된 과적의 세상

저 밑바닥에 짓눌려 울부짖고 있어요

저 차디찬 고해의 바다 속에서

놀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어요

 

침몰해야 하는 것은

이런 우리들의 작은 생의 조각배들이 아니라

저 악독한 자본의 순항함이라고

저 부당하고 무능한 정권의 호화유람선이라고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꿔요

이윤이 중심이 아닌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중심인 세상으로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선장도 선장도 바꿔요

1%의 안전만을 책임지는 저 더러운 선장이 아닌

모든 평범한 이들의 존엄과 생명을 우선하는 선장으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의 생의 조타수로

갑판원으로 구조대원으로 나서요

 

저 아이들의 아픈 영혼들이 실려

저 먼 우주의 은하수로 가는 그 배만큼은

안전할 수 있게

평화로울 수 있게

신날 수 있게 기쁠 수 있게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IP : 112.159.xxx.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배고파
    '14.5.12 11:33 PM (211.108.xxx.160)

    눈물 나네요.

  • 2. ...
    '14.5.12 11:48 PM (61.254.xxx.53)

    송경동 시인...늘 소외받는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진심으로 위로해주시는 고마운 분...
    이 분을 생각하면 늘 제 삶이 부끄러워집니다..

  • 3. 리오
    '14.5.13 5:15 AM (223.62.xxx.117)

    아직도 차디찬 물살속에서 눈도 못감고있는 너희들을
    저 악마들이 언제 엄마한테 데려다 준단 말이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8711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잘한 대통령은 ??? 투표 2014/05/13 827
378710 2014년 5월 1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2 세우실 2014/05/13 1,167
378709 아침부터 쌍욕 나오는 이 기사 12 ㅆㅇ 2014/05/13 5,458
378708 미국 추모집회 후기입니다. 12 애엄마 2014/05/13 2,723
378707 jtbc 손석희 뉴스-박원순 정몽준 여론조사, 박원순시장의 압승.. 3 집배원 2014/05/13 3,586
378706 어젯밤을 꼴딱 새었습니다. 16 버스44 2014/05/13 4,659
378705 NYT광고 속사정,007작전 능가한 엄마들의 광고 게재 작전 18 소시민 2014/05/13 4,241
378704 펌- 외신 로이터지: 승객 갇힌 채 배버리라 명령 받아 31 .. 2014/05/13 4,726
378703 연락이 끊긴 친구 찾을 방법이 없을까요? 3 그리운친구 2014/05/13 3,771
378702 빛을 항해 해와달 2014/05/13 693
378701 5월18일(일) 오전 11시 분당 서현역에서 침묵행진이 있습니다.. 7 침묵시위 2014/05/13 1,919
378700 미시 USA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9 동글밤 2014/05/13 2,634
378699 때리는 척?... 2 갱스브르 2014/05/13 985
378698 세탁기 설치전인데 물이 잘안내려가요.. 복도식아파트.. 2014/05/13 872
378697 읽어보셨나요? [펌]정혜신 인터뷰..한겨레21 8 이제야읽어보.. 2014/05/13 3,636
378696 펌) 거짓몽.swf 3 흠.... 2014/05/13 1,123
378695 어려운 선거가 없다는 발언 보니 명바기 아들의 사과문이 떠오르네.. 14 몽즙 2014/05/13 2,622
378694 보다가 암 걸리겠네요.. 5 .. 2014/05/13 1,822
378693 내일 한국 들어가요. 날씨 어떤가요? 촛불시위 곧 있나요? 4 라일락하늘 2014/05/13 1,111
378692 손석희 님 대통령 선거나오시면 11 2014/05/13 1,978
378691 NBC, 승객들 놔두고 배를 포기하라 14 light7.. 2014/05/13 3,695
378690 새누리 NYT 광고 정치선동 기사에 달린 미국 교포의 댓글 14 ... 2014/05/13 3,016
378689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요? 3 에효... 2014/05/13 1,054
378688 글 좀 찾아주시겠어요? ㅜㅜ(세월호 관련) 7 .... 2014/05/13 1,231
378687 경제를 위해 가만히 있어라? 아니오! 김태동 12 아고라펌 2014/05/13 1,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