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에서 송경동 시인께서
KBS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고 오신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발표하신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구조대 아저씨들은 언제 오나요
늠름한 해경은 해군은 언제 오나요
구명정은 언제 오나요
구조헬기는 언제 오나요
그 많은 최첨단 전쟁무기들은 모두 어디에 쓰나요
엄마 아빠
이 방을 나가고 싶어요
왜 내 앞의 인생의 문이 모두 닫혀야 하나요
숨이 막혀요
왜 내 인생이 이렇게 갑자기 기울어져야 하나요
누가 나를 이 답답한 시대의 선실에 가두었나요
그렇게……
안전한 선실에서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믿다가
착한 아이들이 죽어갔어요
가만히 있어라는 협박과 기만 속에
무수한 노동자민중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어요
안전한 것은 늘 저들 자본과 정권의 금고 뿐
우리는 어떻게
이 잔혹한 사회의 심해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 탈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 참혹한 세월로부터 벗어나
다른 미래를 살아 볼 수 있을까요
분명 한 시대가 기울고 있는데
한 세월이 침몰해 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얼마나 더 저들에게
이 참혹한 세월의 키를 맡겨야 하나요
살려달라고 아직도 아이들이
이 못된 과적의 세상
저 밑바닥에 짓눌려 울부짖고 있어요
저 차디찬 고해의 바다 속에서
놀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어요
침몰해야 하는 것은
이런 우리들의 작은 생의 조각배들이 아니라
저 악독한 자본의 순항함이라고
저 부당하고 무능한 정권의 호화유람선이라고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꿔요
이윤이 중심이 아닌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중심인 세상으로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선장도 선장도 바꿔요
1%의 안전만을 책임지는 저 더러운 선장이 아닌
모든 평범한 이들의 존엄과 생명을 우선하는 선장으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의 생의 조타수로
갑판원으로 구조대원으로 나서요
저 아이들의 아픈 영혼들이 실려
저 먼 우주의 은하수로 가는 그 배만큼은
안전할 수 있게
평화로울 수 있게
신날 수 있게 기쁠 수 있게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