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송경동 시인이 청운동사무소 새벽에 발표하셨던 시입니다.

송경동 시인 조회수 : 1,598
작성일 : 2014-05-12 23:22:16

엊그제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에서 송경동 시인께서 

KBS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고 오신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발표하신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구조대 아저씨들은 언제 오나요

늠름한 해경은 해군은 언제 오나요

구명정은 언제 오나요

구조헬기는 언제 오나요

그 많은 최첨단 전쟁무기들은 모두 어디에 쓰나요

 

엄마 아빠

이 방을 나가고 싶어요

왜 내 앞의 인생의 문이 모두 닫혀야 하나요

숨이 막혀요

왜 내 인생이 이렇게 갑자기 기울어져야 하나요

누가 나를 이 답답한 시대의 선실에 가두었나요

 

그렇게……

안전한 선실에서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믿다가

착한 아이들이 죽어갔어요

가만히 있어라는 협박과 기만 속에

무수한 노동자민중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어요

안전한 것은 늘 저들 자본과 정권의 금고 뿐

 

우리는 어떻게

이 잔혹한 사회의 심해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 탈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 참혹한 세월로부터 벗어나

다른 미래를 살아 볼 수 있을까요

 

분명 한 시대가 기울고 있는데

한 세월이 침몰해 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얼마나 더 저들에게

이 참혹한 세월의 키를 맡겨야 하나요

 

살려달라고 아직도 아이들이

이 못된 과적의 세상

저 밑바닥에 짓눌려 울부짖고 있어요

저 차디찬 고해의 바다 속에서

놀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어요

 

침몰해야 하는 것은

이런 우리들의 작은 생의 조각배들이 아니라

저 악독한 자본의 순항함이라고

저 부당하고 무능한 정권의 호화유람선이라고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꿔요

이윤이 중심이 아닌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중심인 세상으로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선장도 선장도 바꿔요

1%의 안전만을 책임지는 저 더러운 선장이 아닌

모든 평범한 이들의 존엄과 생명을 우선하는 선장으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의 생의 조타수로

갑판원으로 구조대원으로 나서요

 

저 아이들의 아픈 영혼들이 실려

저 먼 우주의 은하수로 가는 그 배만큼은

안전할 수 있게

평화로울 수 있게

신날 수 있게 기쁠 수 있게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IP : 112.159.xxx.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배고파
    '14.5.12 11:33 PM (211.108.xxx.160)

    눈물 나네요.

  • 2. ...
    '14.5.12 11:48 PM (61.254.xxx.53)

    송경동 시인...늘 소외받는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진심으로 위로해주시는 고마운 분...
    이 분을 생각하면 늘 제 삶이 부끄러워집니다..

  • 3. 리오
    '14.5.13 5:15 AM (223.62.xxx.117)

    아직도 차디찬 물살속에서 눈도 못감고있는 너희들을
    저 악마들이 언제 엄마한테 데려다 준단 말이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1852 82님들 도와주세요.... 3 콩알맘 2014/05/23 592
381851 아이의 말대답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초1) ... 2014/05/23 660
381850 지난주 청해진이 아해 그림 또 사들였다는~ 9 약1억원어치.. 2014/05/23 1,605
381849 일원동? 목동? (아파트 속풀이 겸 조언 절실) 13 earth7.. 2014/05/23 4,662
381848 문성근의 만화로 보는 쉬운 (의료민영화의진실)과 (서명하기) 5 의료민영화반.. 2014/05/23 804
381847 퍼온글이에요..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함이라는데... ㅠㅠ 5 점네개 2014/05/23 1,462
381846 [원순씨] 저는 그분의 변호인이었습니다. 7 우리는 2014/05/23 1,480
381845 한기총 조광작 목사는 이 청년의 소리를 귀담아들으시오. 13 청명하늘 2014/05/23 1,353
381844 부산 고리원전이 위험한 이유는 노후화: 노후화란? 1 .. 2014/05/23 688
381843 오늘 盧대통령서거 5주기 추도식…野인사 총출동 8 세우실 2014/05/23 1,297
381842 외국 생활 오래하고 계신분께 좋은 선물 뭐가 있을까요? 8 좋은엄마되기.. 2014/05/23 930
381841 내 마음 속 대통령 2 그리움 2014/05/23 473
381840 봉하 추도식... 4 혹시 2014/05/23 792
381839 북한군 "포격설은 날조..南 함정이 선불질"(.. 12 선거북풍 2014/05/23 1,567
381838 봉하에 혼자 가도 될까요? 4 봉하 2014/05/23 986
381837 고승덕 선거사무실에 항의 전화 했어요 38 전화 2014/05/23 3,920
381836 출근길에 문용린입니다 고승덕입니다 외치는 아줌마들도 자식이 있겠.. 7 -- 2014/05/23 1,295
381835 이런 분이 대통령이었을 때도 있었습니다...보고싶습니다. 4 존심 2014/05/23 854
381834 조희연후보 티비토론회나오시네요 2 녹색 2014/05/23 491
381833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5.23] 언론史 길이남을 '안비어천가' .. lowsim.. 2014/05/23 704
381832 정신 지대로 박힌 사람 제정신으로 못살겄어요 33 들풀처럼 2014/05/23 3,153
381831 유전적 요소가 키를 결정하는 게 맞나요? 12 까뜨 2014/05/23 2,332
381830 방과후냐 영어학원이냐 (초2) 5 해오라비 2014/05/23 1,690
381829 패션 테러리스트..도와주세요 2 미오 2014/05/23 866
381828 우리나라 보수 8 ㅇㅇ 2014/05/23 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