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송경동 시인이 청운동사무소 새벽에 발표하셨던 시입니다.

송경동 시인 조회수 : 1,595
작성일 : 2014-05-12 23:22:16

엊그제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에서 송경동 시인께서 

KBS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고 오신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발표하신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구조대 아저씨들은 언제 오나요

늠름한 해경은 해군은 언제 오나요

구명정은 언제 오나요

구조헬기는 언제 오나요

그 많은 최첨단 전쟁무기들은 모두 어디에 쓰나요

 

엄마 아빠

이 방을 나가고 싶어요

왜 내 앞의 인생의 문이 모두 닫혀야 하나요

숨이 막혀요

왜 내 인생이 이렇게 갑자기 기울어져야 하나요

누가 나를 이 답답한 시대의 선실에 가두었나요

 

그렇게……

안전한 선실에서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믿다가

착한 아이들이 죽어갔어요

가만히 있어라는 협박과 기만 속에

무수한 노동자민중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어요

안전한 것은 늘 저들 자본과 정권의 금고 뿐

 

우리는 어떻게

이 잔혹한 사회의 심해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 탈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 참혹한 세월로부터 벗어나

다른 미래를 살아 볼 수 있을까요

 

분명 한 시대가 기울고 있는데

한 세월이 침몰해 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얼마나 더 저들에게

이 참혹한 세월의 키를 맡겨야 하나요

 

살려달라고 아직도 아이들이

이 못된 과적의 세상

저 밑바닥에 짓눌려 울부짖고 있어요

저 차디찬 고해의 바다 속에서

놀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어요

 

침몰해야 하는 것은

이런 우리들의 작은 생의 조각배들이 아니라

저 악독한 자본의 순항함이라고

저 부당하고 무능한 정권의 호화유람선이라고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꿔요

이윤이 중심이 아닌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중심인 세상으로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선장도 선장도 바꿔요

1%의 안전만을 책임지는 저 더러운 선장이 아닌

모든 평범한 이들의 존엄과 생명을 우선하는 선장으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의 생의 조타수로

갑판원으로 구조대원으로 나서요

 

저 아이들의 아픈 영혼들이 실려

저 먼 우주의 은하수로 가는 그 배만큼은

안전할 수 있게

평화로울 수 있게

신날 수 있게 기쁠 수 있게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IP : 112.159.xxx.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배고파
    '14.5.12 11:33 PM (211.108.xxx.160)

    눈물 나네요.

  • 2. ...
    '14.5.12 11:48 PM (61.254.xxx.53)

    송경동 시인...늘 소외받는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진심으로 위로해주시는 고마운 분...
    이 분을 생각하면 늘 제 삶이 부끄러워집니다..

  • 3. 리오
    '14.5.13 5:15 AM (223.62.xxx.117)

    아직도 차디찬 물살속에서 눈도 못감고있는 너희들을
    저 악마들이 언제 엄마한테 데려다 준단 말이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9963 혜경샘 희망수첩 글들 그립네요. 5 그리움 2014/05/16 1,765
379962 (부러진 닭꼬치)조금전 ytn 에서 실종자 가족이 나왔는데 5 확인부탁 2014/05/16 2,213
379961 [선거아니었다면]박근혜가 정말 싫습니다. 3 의도 2014/05/16 748
379960 팽목항에 실종자 가족 임시숙소 도착 6 광팔아 2014/05/16 1,702
379959 세월호-국회공개청문회! 1 세월호 2014/05/16 726
379958 Dwaight school과 SFS 3 33 2014/05/16 994
379957 [펌] 엄마 아빠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추모시) 7 ........ 2014/05/16 1,725
379956 진상규명.. 안됩니다! 잊을 수가 .. 2014/05/16 729
379955 [0416 잊지말자] 안산 합동분향소 다녀왔습니다. 1 그루터기 2014/05/16 708
379954 (속보) [朴대통령`세월호`유족대표와 오늘오후3시 면담] 26 .. 2014/05/16 2,914
379953 업소용 빙삭기를 사볼까해요 6 저처럼 2014/05/16 1,361
379952 진선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인가 24 길벗1 2014/05/16 3,492
379951 결혼할때 나이로 손해보는 남여 나이라네요 8 결혼시나이 2014/05/16 4,404
379950 헉.kbs !! 17 .... 2014/05/16 3,966
379949 선거에 관심있으나 모르는 분들 어쩌죠? 4 .. 2014/05/16 507
379948 이상호 Go발뉴스 기자 "금수원 진입" 8 참맛 2014/05/16 3,723
379947 강정마을,밀양 진압하듯 금수원은 왜 못들어가?? 2 1111 2014/05/16 1,606
379946 쇼팽 즉흥환상곡 치기 어려울까요 6 gf 2014/05/16 3,249
379945 윤장현 박원순 친분관계 아시는분 없나요? 19 어떤사람인지.. 2014/05/16 1,961
379944 네이버 탈퇴했어요 15 탈퇴 2014/05/16 1,594
379943 공중파에서 절대절대 보도 안하는 기사.jpg 2 에휴 2014/05/16 1,990
379942 서영석의 라디오 비평(5.16) - 우파가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 lowsim.. 2014/05/16 496
379941 옷에 묻은 아세톤 자국 어떻게 하죠? 1 치히로 2014/05/16 2,566
379940 (조심하자) 피아노와 수영도 지능과 21 r 2014/05/16 5,659
379939 (중요) 세월호 관련 오유 게시물 몇가지 링크 6 dddddd.. 2014/05/16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