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로그인을 했더니 정말 반갑고 또 쑥쓰럽네요.
어쩐 일인지 제가 자주 가던 키친토크 게시판이 영~ 뜸하고, 또 저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바빠서 가끔씩 눈팅만 하곤 했었죠.
이번 세월호 참사 때에는 그 어느 언론보다도 82쿡에 오면 바른 소식을 빨리 전해들을 수 있고, 또 아이들의 아까운 목숨을 안타까워하는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여러분들이 그러하시듯 저도,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면서 배고프면 밥도 먹고 직장에 나가서 일도 하고 그렇게 아무일 없는 것처럼 지내다가도, 문득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면서 "에구... 그 어린 것들을..." 하며 한숨을 쉬거나,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고 있을 유가족을 떠올린다든지, 제가 수학여행 가던 날 아침에 도시락을 싸주시던 우리 엄마 모습이 갑자기 생각난다든지... 그렇게 순간적인 뇌진탕이라도 일어난 듯 멍 한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곤 해요.
청와대 앞에서 항의하시던 유족들에게 우산을 전해드리고, 월드컵 안보기, 시청료 거부 운동 같은 실생활에서 작으나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하시는 82쿡 여러분들에게는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던 터에, 제 남편이 문득 하는 말이 "예전같았으면 교수나 종교지도자 등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무언가 움직임이 있었을텐데, 이젠 사람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만성이 되어서 그런 시도조차 안하나보다" 라는 거예요.
조금은 그 말에 일리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이 너무나 어마어마한 것이라 사람들이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한 상태라 그런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생각이었죠.
그래서 제가 행동할 것은 아직도 멍 한 상태의 사람들을 흔들어 깨워주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아래의 글을 썼어요.
부디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많이 옮겨주셔서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졸필이라 부끄럽지만, 사람을 흔들어 깨울 때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거나 바른 문법을 갖추어 말하기에는 너무 시급하잖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소년공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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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를 벗어던지고 갑판으로 뛰어올라가는 심정으로대한민국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촉구한다.
존경하는 도올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국민들이여! 더 이상애도만 하지 말라!의기소침하여 경건한 몸가짐에만 머물지말라! 국민들이여! 분노하라! 거리로뛰쳐나와라! 정의로운 발언을 서슴지 말라!”
이 말을 듣고 내 심장이 뛰어오르는 것을 비로소 느끼고, 망연자실하여 그저 넋놓고 있을 시간은 이제 지나갔고, 우리 모두가 무엇인가 행동해야할 때임을 깨달았다.
행동! 그것은 반드시 광화문 앞으로 촛불을 들고 모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세계 유력 일간지에 광고를 내기 위한 모금에 동참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무엇을 행동할지를 정신차리고 생각해 내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의 취할 행동이다.
나는 미국 작은 시골 대학의 교수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며, 미국시민으로 국적은 바뀌었으나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내 사랑하는 부모님과형제들과 친구들이 살고 계시며, 세월호의 참사가 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사실이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아니, 사고는 세상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있는 것이지만, 그 뒷수습을 저리도 인간이기를 포기한 작태로 일관하는 정부 아래에 살고 있는 내 사랑하는사람들이 안타깝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시국선언에동참하던 교수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연구실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아직도 판단하고 있는가?
서럽고 원통한 젋은 죽음을 아직도 애도하고만 있는가?
그대들의 사랑하는 제자들이, 그대들의 존경하는 동료 학자들이, 그대들의 사랑하는 조국이 줄지어 침몰할 위기인데 아직도 생각하고 애도하고만 있는 것인가?
그러는 동안에 교수를 빙자한 김호월 같은 자가 우리의신성한 아카데미아를 더럽히고 있다.
방송을 빙자한 케이비에스와 엠비씨와 그 밖의 엉터리무리들이 언론이라는 고귀한 사회적 영역을 더럽히고 있을 때에, 지병에도 마다하지 않고,신상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팽목항으로 달려갔던 이상호 기자와 손석희 아나운서에게존경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는가?
존경하는 아카데미아의 동지들이여,
부디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서 우리가 바라고 추구하는조국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라고 선언하자. 한갓 먹물먹은 선비임에불과하다고 자조하지 말자. 우리 개개인은 그저 가방끈이 긴, 나이 더먹은 학생들 가르치는 훈장님에 불과할지 모르나, 우리들이 모여서 선언하는 그 발언은 망망대해의 등대같은 불빛이되어 우리의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비추어 주는 데에 작은 보탬이 되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 그런지, 눈을 감으면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 안에서 얌전히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의시선이 내것인양 떠올려진다. 이미 선장도 없이 가라앉는 배 안에서 차오르는 바닷물을 쳐다보며 공포심에 떨었을그 아이들… 생각하면 내 숨이 차오르고 얼굴이 붉어져와서 그저 막막하고 얼떨떨하기만 했다.
그 아이들에게 목청이 터지도록 외쳐주고 싶었다.
구명조끼를 벗어던지고 갑판 위로 뛰어나가라!
대한민국의 교수들이여, 이젠 우리가 갑판 위로 뛰어나가야 할 때이다!
2014년 5월 12일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대학교수 박 보 영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