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은 시인의 추모시.(줌인줌아웃에서 퍼옴)

쭉정이는가라 조회수 : 1,432
작성일 : 2014-05-04 06:44:59

추모시가 좋아서 옮겨 놓습니다.

오랫동안 옮은 말하며 충직하게 살아오신 분들이 한말씀 해주시는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요.

 

지금 나라초상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상감마마 승하가 아닙니다.

두 눈에 넣어둔

내 새끼들의 꽃 생명이 초록생명이

어이없이 몰살된 바다 밑창에

모두 머리 박고 있어야 할 국민상 중입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 찬란한 아이들 생때같은 새끼들을

앞세우고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몹쓸 살 판입니까

지난 열흘 내내

지난 열며칠 내내

엄마는 넋 놓아 내 새끼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제발 살아있으라고

살아서

연꽃봉오리 심청으로 떠오르라고

아빠는 안절부절 섰다 앉았다 할 따름

저 맹골수도 밤바다에 외쳤습니다

나라의 방방곡곡 슬픔의 한사리로 차올랐습니다.

너도나도 쌍주먹 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분노도 아닌

슬픔도 아닌 뒤범벅의 시꺼먼 핏덩어리가

이내 가슴속을 굴렀습니다

나라라니오

이런 나라에서

인간이라는 것 정의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무슨무슨 세계1위는

자살 1위의 겉이었습니다

무슨무슨 세계 10위는

절망 10위 앞장이었습니다

사회라니오

그 어디에도 함께 사는 골목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신뢰라니오

그 어느 비탈에도

서로 믿어 마지않는 오랜 우애가 자취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흔히 공이 없고 사만 있다 합니다

아닙니다

사도 없습니다

제대로 선 사만이 공을 낳습니다

신성한 사들이 다 썩어문드러진 것입니다

이런 사로

권세를 틀어쥐고

부귀를 꽉 움켜잡고 있는 죽음의 세월입니다

오늘도 저 남녘 앞바다 화면 앞에 있습니다

아무리 땅을 친들

땅을 쳐

피멍들 손바닥뿐인들

내 새끼의 환한 얼굴이 달려올 리 없건만

밤 지새울

멍한 아침바다를 바라봅니다

어찌 엄마아빠뿐이겠습니까

이 나라 풀 같은 나무 같은 백성 남녀노소라면

저 과체중의 선체가 기울었을 때부터

하루 내내 실시간의 눈길이 꽂혀왔습니다

그 선체마저 잠겨

겨우 꼬리만 들린 채

나라와 세상살이 갖은 부실 갖은 비리

하나하나 드러내는 통탄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런 역적 같은

이런 강도 같은 참변 앞에서

과연 이 나라가 나라 꼬라지인가 물었습니다

이런 무자비한 야만이 저지른 희생 앞에서

이 사회가

언제나 청정한 하루하루일 것인가를 따졌습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하여

얼마나 인간이었던가를 뉘우쳤습니다

영혼이라는 말

양심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몰라야 했습니다 알아야 했습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야

꽃들아 초록들아

이토록 외치는 이 내 심신 차라리 풍덩 내던져

우리 모두 빵(영)으로 돌아가

다시 하나둘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나도 너도

나라도 무엇도 다시 첫걸음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른바 고도성장의 탐욕으로 마비된 것

이른바 무한경쟁으로 미쳐버린 것

이른바 역대권력에 취해버린 것

하나하나 각고로 육탈로 떨쳐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1인과 10인의 향연이 아닌

만인의 영광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못 박아야 하겠습니다

이 사태는

올가을이면

내년 봄이면 파묻어버릴 사태가 아닙니다

1백년 내내 애도해야 합니다

죽은 꽃들을 그 앳된 초록들을

이 내 피눈물의 새끼들을 망각을 물리치고 불러내야 하겠습니다

허나 지금

아 이 나라는 울음 복 울부짖음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분노의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들아

IP : 99.226.xxx.23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슴으로
    '14.5.4 8:20 AM (220.87.xxx.169)

    가슴으로 쓴 시라는 느낌입니다. 또 눈물이 나는데 가족들의 마음은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아 이 나라는 울음 복 울부짖음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분노의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들아

  • 2. 역시
    '14.5.4 8:27 AM (121.130.xxx.112)

    시인의 언어는 강하고..또 우리를 강하게합니다

  • 3. 미안해요
    '14.5.4 10:00 AM (14.48.xxx.238)

    날이 좋네요

    이런 좋은날 그분들 참담한 마음이 생각나면 울컥 눈물이 쏟아집니다
    좋은곳에 분명 갔을거라고 믿지만
    그렇게 멀리 떠나보내서 너무 미안하고 참담합니다
    그래서 앞뒤없이 가슴이 아프고 괴롭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3793 사고 - 세월호 이후 오늘까지 다시 업데이트 2 ... 2014/05/30 533
383792 허리디스크 진단받았어요 ㅜㅜ 시술 받으신 분 계세요? 19 허리가 ㅜㅜ.. 2014/05/30 12,485
383791 새정치 "사전투표장에 50,60대만 많아 긴장".. 5 샬랄라 2014/05/30 1,714
383790 어쩔 수없어 오늘 투표했는데요... 19 무무 2014/05/30 2,074
383789 정몽준, 선거운동 도중 '기부 약속'…선거법 위반 의혹 1 세우실 2014/05/30 582
383788 정당투표 어디다 하실거에요? 55 정의 2014/05/30 2,679
383787 누구에게 투표할까? 여기서 골라보세요! 4 소년공원 2014/05/30 628
383786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5/30pm] 문화통-독립영화 수난사 lowsim.. 2014/05/30 508
383785 서울에서는 전세 자가 뭐가 맞을까요?ㅡㅡ) 1 네모네모 2014/05/30 849
383784 남푠 가방에서 brc 분홍색 알약이 7 알려주세요 2014/05/30 3,744
383783 뇌경색 잘보는 병원 어디일까요? 2 아픈 엄마 2014/05/30 2,033
383782 조희연 후보님 몇번인가요? 12 .. 2014/05/30 2,110
383781 (그네하야) 질문 : 즐거운 유머 글 며칠전에 링크에 걸려 올라.. 2 ..... 2014/05/30 499
383780 방사능안전급식지켜줄 서대문 후보 이태영 4번 녹색 2014/05/30 431
383779 생협이용을 하고 싶은데요 6 fr 2014/05/30 1,059
383778 전국 교육감선거 판세는? 서울 고승덕 하락, 조희연 상승 6 샬랄라 2014/05/30 1,577
383777 고승덕 ”아들은 건드리지 말라” 눈물 호소 66 세우실 2014/05/30 13,966
383776 안산시장 ... 15 퇴근길사전투.. 2014/05/30 1,872
383775 무릎 삐끗해서 한의원에 갔더니 주사를 놔주고 퇴행성관절염이래요... 14 화가남..... 2014/05/30 3,225
383774 부산분들 원전 폐로한다는 후보 밀어주세요. 11 원전 싫어 2014/05/30 1,009
383773 군대가기전에 아들 라식수술을 해주려고하는데요 4 여름 2014/05/30 1,232
383772 펌)진중권 "변희재 발로 차지 마라"…옹호? .. 18 패러디 2014/05/30 3,463
383771 다 큰 아들에게 욕설받으신적 경험있나요. 38 원글 2014/05/30 10,844
383770 82모금계좌 '가난학생 오천원'에 울컥 6 나무 2014/05/30 1,853
383769 정청래 의원 트윗 21 예감 2014/05/30 3,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