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너희들의 열일곱 해는 단 한 번도 천국인 적이 없었구나"

애도.. 조회수 : 2,215
작성일 : 2014-04-29 18:44:04

http://cafe.naver.com/songpamom/626981

 

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바침

권혁소(시인. 강원 고성중 교사)

 

.

.
.
여객선 운행 나이를 
서른 살로 연장하여
일본에서 청춘을 보낸 
낡은 배를 사도록 하고
영세 선박회사와 소규모 어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엉터리 안전 점검에 대기업들이 묻어가도록 하고
4대강 물장난으로 강산을 
죽인 것은 이명박 정권이었다 

차마 목 놓아 부를 수도 없는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이 강남에 사는 부모를 뒀어도 이렇게 구조가 더뎠을까
너희들 중 누군가가 정승집 아들이거나 딸이었어도
제발 좀 살려달라는 
목멘 호소를 종북이라 했을까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절규하는 엄마를 전문 시위꾼이라 했을까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막말 배틀을 하는 나라
너희들의 삶과 죽음을 단지 기념사진으로나 남기는 나라
아니다, 이미 국가가 아니다
팔걸이 의자에 앉아 
왕사발 라면을 아가리에 
쳐 넣는 자가 교육부 장관인 나라 
계란도 안 넣은 라면을 먹었다며 안타까워하는 자가
이 나라 조타실의 대변인인 나라
아니다, 너희들을 주인공으로 받드는 그런 국가가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이다
이윤만이 미덕인 
자본과 공권력에 의한 협살이다

너희들이 제주를 향해 떠나던 날 
이 나라 국가정보원장과 대통령은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머리를 조아렸다,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그래서였나
그래서 세월호의 파이를 
이리 키우고 싶었던 걸까
아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제 막 피어나는 4월의 봄꽃들아

너희들의 열일곱 해는 
단 한 번도 천국인 적이 없었구나
야자에 보충에 학원에, 
바위처럼 무거운 삶이었구나
3박 4일 학교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흥분했었을 아이들아
선생님 몰래 신발에 
치약을 짜 넣거나
잠든 친구의 얼굴에 
우스운 낙서를 하고 
베개 싸움을 하다가
선생님 잠이 안 와요, 
삼십 분만 더 놀다 자면 안 돼요
어여쁜 얼굴로 칭얼거리며 
열일곱 봄 추억을 만들었을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아 
너희들 마지막 희망의 문자를 가슴에 새긴다
학생증을 움켜쥔 
그 멍든 손가락을 심장에 심는다

이제 모래 위에 지은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
거기엔 춥고 
어두운 바다도 없을 거야
거기엔 엎드려 잔다고 
야단치는 선생님도 없을 거야
거기엔 네 성적에 잠이 오냐고 
호통 치는 대학도 없을 거야
거기엔 입시도 야자도 
보충도 없을 거야
거기엔 채증에는 민첩하나 구조에는 서툰 경찰도 없을 거야
거기엔 구조보다 문책을, 
사과보다 호통을 우선 하는 대통령도 없을 거야
어여쁜 너희들이 
서둘러 길 떠나는 거기는
거기는 하루, 한 달, 아니 일생이 골든타임인 그런 나라일 거야

따뜻한 가슴으로 꼭 한 번 
안아주고 싶었던 
사랑하는 아이들아
껍데기뿐인 
이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눈물만이 우리들의 마지막 인사여서 참말 미안하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안녕

IP : 1.238.xxx.75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29 6:46 PM (1.235.xxx.157)

    참말 참말 미안하다..........................

  • 2. 얘들아
    '14.4.29 6:50 PM (221.139.xxx.10)

    거기서는 마음껏 놀고 행복하게 있으렴.
    나중에 엄마 아빠 만나면 다시는 헤어지지 말고..

  • 3. .....
    '14.4.29 6:53 PM (59.187.xxx.13)

    너희들의 열일곱 해는
    단 한 번도 천국인 적이 없었구나2222222

    그랬었겠구나.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조차 염치 없어지네요.

  • 4. ~~~
    '14.4.29 6:55 PM (39.7.xxx.193)

    목까지 차오르는 슬픔을 겨우 억누르고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아픔을 가라앉히는데
    이 시를 읽으니
    마음 속에 억누린 슬픔이 터져나오네요.

    정말 제 마음을 그대로 쓴것 같네요 ㅠㅠ

  • 5. ...
    '14.4.29 6:56 PM (211.204.xxx.72)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해~~~
    잘가 아가들
    결코 잊지 않을께...

  • 6. 원글
    '14.4.29 6:57 PM (1.238.xxx.75)

    전문은 링크에 있어요.
    사상누각..모래 위의 나라에서..채 펴보지도 못하고 간 청춘들..
    날이 갈수록..상처는 더 해만 가네요..

  • 7. ㅠㅠ
    '14.4.29 6:58 PM (110.70.xxx.181)

    그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해..

  • 8. 마림바
    '14.4.29 7:07 PM (1.236.xxx.31)

    구구절절 슬프네요. 또래를 키우는 엄마로서 세상사람들이 원통하게 떠나간 아이들을 손자로 조카로 자식으로 기억해서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ㅠㅠㅠ

  • 9. 이제그만
    '14.4.29 7:38 PM (203.226.xxx.2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유롭고 행복하길..
    못난 어른은 기도밖에는..
    미안하다

  • 10. ㅇㅇ
    '14.4.29 7:57 PM (116.37.xxx.215)

    너무 아프고 슬퍼 꺽꺽 소리도 안나오게 아파옵니다 ....
    살다보면 겪게되는 사고에 짠 영웅이 안나타나도 피해를 최소화 할수있는
    시스템으로 총체적으로 바뀔 그날은 언제올까요
    너무 미안하고 불쌍해서 어쩌나요 ㅠㅠ

  • 11. 똘이맘
    '14.4.30 10:54 AM (119.194.xxx.11)

    아! 아이들아 너무 너무 미안하구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9790 유산균 끓이면 죽나요? 6 유산균 2014/05/13 3,630
379789 한달지난 카드결재 취소가능한지요?? 4 카드취소 2014/05/13 6,543
379788 혹시 책 스캔해서 전자책 만들어주는 서비스 이용해보신분 계신가요.. 2 애엄마 2014/05/13 1,517
379787 기자들이 손석희사장님 얼굴보고 얘기하는거요... 11 jtbc뉴스.. 2014/05/13 4,615
379786 배에 수술한적 있으신 분...운동을 많이 해도 괜찮나요??? 2 ae 2014/05/13 1,453
379785 홍대 김호월 교수 사표 제출했다고 합니다 25 광팔아 2014/05/13 4,372
379784 정동영 "전략공천 절차 사과…새인물 윤장현 고육지책&q.. 31 탱자 2014/05/13 2,083
379783 진중권, 정의당 선대위 SNS 공감위원장 선임 24 굿! 2014/05/13 2,543
379782 지하철 광고 1 2014/05/13 1,172
379781 정ㅁ준 관련 ~ 8 ........ 2014/05/13 1,797
379780 세월호 유가족 자결해야 미친 ㄴ 원탑이네요 30 스플랑크논 2014/05/13 4,281
379779 세월호 침몰상황을 cctv로 보는 자 중 가장 계급이 높은 자는.. 음모론 2014/05/13 1,089
379778 세월호 정국 와중에 청와대 또 ‘불통인사’ 4 세우실 2014/05/13 1,825
379777 아래 김기춘 아들 패스 ... 2014/05/13 1,179
379776 저 영작 한문장 부탁드려요. 2 내멋대로해라.. 2014/05/13 636
379775 신끼 - 옷닭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 대해 1 참맛 2014/05/13 1,517
379774 장학금을 받으면 안되는 이유 ㄷㄷ 2 .... 2014/05/13 1,766
379773 세금도 내는데,후원금내면서 뉴스 듣는 나라 1 빛ㄹㄹ 2014/05/13 757
379772 mbc국장은 사과했나요? 1 2014/05/13 994
379771 부정투표 방지 방법은? 4 브레인스토밍.. 2014/05/13 1,157
379770 다이빙벨 투입이 수색현장 방해했다는 한겨레 신문 기자 서영지~ 23 분노 2014/05/13 4,817
379769 정말 만나기 싫었는데 얼결에 약속을 잡아 버렸는데.. 3 싫다 2014/05/13 1,671
379768 온라인마트, 홈플 vs 이마트 vs 롯데 충충충 2014/05/13 961
379767 서민이 들어야 할 최소한의 보험은 무엇일까요? 12 양심적인 2014/05/13 2,329
379766 "사고왕국" 오명 현대중공업..근데 안전서울 .. 1 1111 2014/05/13 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