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 체르노빌핵발전소 참사28주기에. .

녹색 조회수 : 517
작성일 : 2014-04-26 18:08:40
바뀌지않을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로 느리지만 바뀌는 사람들. 힘모아주는 사람들.
많이 보았습니다. 어른들이 준 재앙에도 사진속에 아이는 밝게 웃고 있습니다. 힘냅시다.
http://nonukes.tistory.com/m/post/130

에너지정의행동대표 이헌석님글입니다

오늘(26일)은 28주기 체르노빌 핵사고일이다.

대만에서는 큰 집회가 있는 모양인데, 올해 체르노빌은 세월호 영향 등등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행사가 거의 없다. 마침 체르노빌 핵사고 관련 글을 쓰고 있는데, 그러다가 찾은 미국 사진작가의 체르노빌 사진들.
체르노빌 근무자를 위한 신도시 - 슬라보티츠에 살고 있는 어느 노동자의 아이 사진이다. 사진 설명에도 나오지만 체르노빌 출입통제구역에는 지금도 약 4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고가 난 체르노빌 4호기는 물론이고, 폐로 절차를 밟고 있는 체르노빌 1~3호기를 관리하고 폐로하기 위한 인력이다. 이들은 체르노빌 사고 이전 5km 정도 떨어진 프리삐야트에 살았는데, 사고 이후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슬라보티츠라는 신도시를 짓고 여기에 산다. 슬라보티츠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이외에도 반경 30km 이내에는 수백명의 노인들이 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주거하면 안되지만 암묵적 승인에 따라 살고 있는 이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냐"며 과거부터 살던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다.

어쨌든 이 사진은 내가 본 체르노빌 사진 중 가장 밝고 희망적인 사진이다.
그간 본 체르노빌 사진을 나름 정리해보니 환경단체/언론의 사진과 사진가들의 사진이 전혀 다르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전자는 어둡고, 폐허이며, 아픈이들의 사진이다. 실제 프리피아트에 가면 전세계 각국 언론이 폐허사진을 찍으면서 "(불타다만 인형이 있는)유치원", "(폐허가 된 관람차가 있는) 놀이동산" 등 대표적인 사진촬영 장소(포토존)가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반복적인 이미지들이 복재되고 있다. 반면 사진가들의 사진은 그런 곳에 그닥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폐허는 이미 많이 알려졌기 때문도 있겠지만, "사람 이야기"가 없는 사진가의 작품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축을 키우는 이들, 결혼식사진, 아이들사진, 작업하는 노동자 사진...... 이런 것이 거의 다수이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절망보다는 희망이 많다.

종종 단체사무실로 "체르노빌 사진"(혹은 후쿠시마 사진)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이런 요청은 "체르노빌의 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전자의 사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사진가에게 배포허락을 구한 사진을 빌려줬다가 "다른거 없냐"며 돌려 받은 적도 있었고, 체르노빌 사진이 아닌 다른 피폭 기형아 사진을 "체르노빌 사진"이라고 배포했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몇번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체르노빌=폐허"나 "피폭=기형아=끔찍한 사진"이란 등식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쿠시마는 가깝기도 하고 국내에 많이 보도가 되었지만, 체르노빌은 멀고 그 실태가 잘 안알려져 있다보니 더 그런 일이 많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매년 체르노빌 때마다 반복적으로 드는 반성은 그간 한국의 반핵운동이 체르노빌을 "대상화"하거나 "도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반성이다.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실제 가서 보고 느낀 체르노빌은 "공포영화"(실제 체르노빌 다이어리라는 공포영화가 나오기도 했다.)나 "괴기영화"에 나오는 모습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활기차고 밝은 모습 역시 아니었지만, 나에게 남은 더 큰 메시지는 "어렵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는 기본적인 사실이다.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이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기형아", "기형가축"만 찾는 순간 이것은 "생명운동"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장사"가 된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보는 것처럼 사람은 선정적인 것을 싫어하면서 좋아한다. 더큰 교훈을 얻기 위해 그런 것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을 고민하면 "도의적으로"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2014.4.26.)

(사진 원문 링크)
http://mfrphoto.photoshelter.com/gallery-image/After-Chernobyl/G0000bEkCO86Wr...
IP : 182.218.xxx.6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4904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22 .. 2014/04/27 4,153
    374903 tears in heaven 4 .. 2014/04/27 950
    374902 은둔하는 삶... 11 ... 2014/04/27 3,053
    374901 지금 서울에~ 9 목동댁 2014/04/27 2,093
    374900 시간이 가면 갈수록.... 1 .... 2014/04/27 626
    374899 '아이를 잃은 엄마가 쓴 시' 12 녹색 2014/04/27 2,978
    374898 [세월호] 앉아서 기다리면 떼죽음뿐입니다! 4 호박덩쿨 2014/04/27 1,226
    374897 네이버 기사 댓글(아이피 차단) 하네요 14 ........ 2014/04/27 2,576
    374896 獨 언론, 얼음공주 박근혜, 도살자 박정희 딸 6 ㄷㄷㄷ 2014/04/27 1,867
    374895 정치인을 쉽게 용서하는 나라... 5 .. 2014/04/27 650
    374894 세월호 시신들이 의외로 평온한 모습이 많았다고 하네요.. 26 세월호 2014/04/27 87,599
    374893 storify.com에 올려진 세월호 이야기 1 무국 2014/04/27 966
    374892 김앤장이 피해자 변호를 맡는다면?? 26 나모 2014/04/27 3,965
    374891 서명 동참합시다. 9 이제야 보고.. 2014/04/27 845
    374890 안산 다녀왔습니다ㅠㅠ 10 소망 2014/04/27 2,342
    374889 진도해경 반드시 그것이 알고싶다에 법적대응해야죠 54 .... 2014/04/27 5,537
    374888 해경의 신경질적인 반응이요 7 이상 2014/04/27 2,277
    374887 와 이것들보소,박근혜 비판 독일 주간지에 검열논란! 18 이건 뭐 2014/04/27 3,867
    374886 우당 이회영 선생님... 이런 분도 계셨군요. 21 너구리 2014/04/27 3,519
    374885 한밤에 쓰는 소설 - 더 끔찍한 재난 20 // 2014/04/27 3,489
    374884 [스크랩] 언딘 금양호때 “선실 진입하려면 5억원 더 내라고.... 기가차서 2014/04/27 850
    374883 대한민국에서 살아나갈려면 우리는 만능이어야 하겠네요 ㅠㅠ 21 공이랑 2014/04/27 1,823
    374882 연합뉴스 홍창진.. 당신이 그러고도 기자입니까? 17 장난해 2014/04/27 3,497
    374881 총체적 난맥상을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파헤칠 것 - 박근혜 3 카레라이스 2014/04/27 864
    374880 집회 다녀왔습니다 33 이제일어나 2014/04/27 3,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