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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현직 항해사가 쓴 글

총체적 부실 조회수 : 2,485
작성일 : 2014-04-23 13:35:43

현직 항해사입니다.

너무나 슬프고 끔찍한 이 참사는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닙니다.
저와 같이 해기사이거나 해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다들 알고있습니다.
연안 여객선의 열악한 환경을요..

저는 외항 화물선에 승선했는데 아마 보통사람들은 그 배에서
항해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면 깜짝 놀랄겁니다.
단순히 배를 모는 일은 전체업무의 오분의 일정도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무얼하느냐하면
선박안전과 인명보호,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재해말고는 그 어느것도 선박을 위협하지않도록
수백년에 거쳐 만들어진 각종 국제협약, 규칙을 따르기위해
(SOLAS와 MARPOL, ISM code, STCW등이 있습니다.)
점검하고 고치고 교체하고 테스트하고
기록하고 서류로 증명하고 끊임없이 이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이런 일이 정말 조금이라도 안되있으면 검사관에 의해 항해허가가 안납니다.
그리고 이런 검사는 PSC라 해서 자국선박을 외국에서 외국검사관이 관리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제가 승선했던 외항 컨테이너선에서는
선체와 기기는 물론이고 우리가 몇시간동안 잠을 잤는지(충분히 휴식했는지)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서 실었는지까지 각국의 검사관이 통제합니다.

검사관 지시로 퇴선훈련을 하게됐을때
3분 이내로 구명정을 진수하여 탈출완료상태가 되지못할때는
출항정지가 되어 항구를 못떠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선박은 항상 100%로 최상의 안전상태를 유지해야하니까요.

하지만 세월호같은 연안여객선은 전혀 얘기가 다릅니다.

연안여객선의 안전을 검사하는 기관들도 물론 많습니다.
선급, 해양수산부, 해경, 해운사가 주체로
검사종류는 수도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외국이 아닌 내항여객선. 검사하는 사람들도 다 우리나라사람이고
어쨋든 이번 사고로 보아 저 많은 검사기관 중 제대로 기능한 것은 하나도 없나봅니다.
세월호 퇴직 선원들이 하나같이 생명의 위험을 느껴 일년도 못채우고 나갔는데
이 배는 안전하다 라고 매번 합격했으니까요.

그리고 연안여객선 대부분이 계약직 선원들, 박봉에 출신성분도 다양합니다.
자꾸 비교되는 이탈리아의 여객선 사고의 경우
그 배는 초호화유람선에 승무원들은 해양계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로
선장은 그나라서도 최상류층에 속할 것입니다.
억대는 우습게 넘는 연봉에 상응하는 책임과 명예를 다하지않았죠.
69살 할아버지를 월 270주고 세월호에 승선시킨 것은
이 사람이 선장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씨맨쉽을 발휘하여
선박과 승객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서였겠습니까?
수백명의 인명을 책임질 수 있는 자질을 따지기보다 싼값에 선장으로 태울 수 있는 면허를 가졌기때문입니다.

20년된 낡은 배, 우리들은 똥배라 부릅니다.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여기저기 다 고장나 손보려면 끝이 없다는 뜻이죠..
타기, 스테빌라이져, 발라스트 등 사고와 직접 연관있는 이 기기들이
얼마나 잘 작동했을지 이미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못했을 확률이 큽니다.
일본에서 그 배를 판거는 더이상 자국에서 여객서비스를 하기엔 너무 낡아 위험하다고 판단해서였죠.

선박의 3요소, 선박 선원 화물.
돈때문에 화물을 제대로 고박도 안한 세월호는 3요소의 그 어느것도 기준이상의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매 항해마다 사고확률을 안고 출항했습니다.
이때까지 큰 사고가 없었던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였습니다.

세월호는 진도vts의 관제 아래에 있었습니다.
이후 비정상적으로 변침하고 (진입보고시 행선지를 밝히나 세월호는 제주를 향해 변침한게 아니었죠..) 한시간 넘게
정선해있었는데 진도vts는 몰랐다고 합니다.
세월호 측에서 신고가 일찍이 있었든 없었든, 관제실에서 세월호의 이상을
모니터링 아예 안했거나 알았음에도 육상에서 늑장대처했음은 사실일 겁니다.

이런 대형참사는 단순히 한사람의 판단미스로 일어난 게 아닙니다.
이런 사고를 막고자 우리는 수많은 안전장치를 만들었지만(선박검사, 비상상황훈련, 선박관제시스템 등)
(연안여객선에서 소화,퇴선 훈련을 정석으로 하지않을겁니다. 너무 바쁜 스케쥴과 비용문제)
어느것도 제대로 안됐고 사고 후 두시간여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을 잡지 못했습니다.

매스컴에서 살인자로 내세운 세월호 선장과 항해사들.
또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선원을 매도하기보다
좀 더 본질적인 이해와 반성이 있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던지는 돌을 전부 선원들이 맞으면 분풀이는 되도 언젠가 또 제 2의 세월호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 겉모습만 하얗게 칠한채 연안여객선들이
또다시 확률에 맡기고 위험항해를 한다면요..

이번 참사에 대해 불똥튈까 급급한 관련부처들...
국민안전에 난 큰 구멍을 꼭 채워주십시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112...

IP : 112.148.xxx.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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