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평범한 고3이 분노한 다른 분들께

기적을바라며 조회수 : 1,542
작성일 : 2014-04-23 11:13:12


오늘의 유머 유꽁일 글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57679

 


평범한 고3이 분노한 다른 분들께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고민끝에 서툰 솜씨지만 펜을 듭니다.
제 진심이 단 한 분께라도 닿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매해 수능에 응시하는 인원은 대략 70만명으로, 단순히 계산해봐도
대한민국에는 200만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이날 하루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맹렬한 치기는 미뤄둔 채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있습니다.
돼지처럼 등급이 매겨지고, 등수가 떨어지면 아무 잘못도 없는 데도 스스로를 쓰레기라 부르며
'죽고싶다'는 말을 서슴치 않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은 어쩌면 배 밖에도 있을지 모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지만 우리들보다 커다란 이 세상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진 알 수 없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논술평가와 대본이 주어진 토론 수업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동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썩어문드러진 그 내장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용돈을 모아 구호 물품을 보내는 모습에서,
어른을 믿을 수 없다 분노하는 목소리에서 변화의 열망이 보입니다.
본인조차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학교라는 무지의 베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젠 듣기도, 외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세요.
미개할지언정, 미약하게나마 우리는 약진하고 있습니다.

분노하는 분들, 실컷 우셔도 좋습니다.
부끄러움이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분노가, 불신이, 무기력함이 스스로를 좀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노하는 우리들을 들어주세요.
꿈도 필요없으니 살아있게 해달라는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생존자 분들의 빠른 쾌유와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그리고 기적을 빕니다.

2014.4.22 수원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IP : 125.129.xxx.21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3454 지방선거는 어찌될까요 5 지방선거 2014/04/23 1,858
    373453 그 사람이 보고 싶다. 41 그저 일기 2014/04/23 4,002
    373452 [세월호 참사]슈퍼마켓에 붙은 빼곡한 응원 편지 3 ㅠㅠ 2014/04/23 1,717
    373451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을 위한 모금 계좌 아시는 분... 2 계좌.. 2014/04/23 1,077
    373450 설국열차 4 갱스브르 2014/04/23 1,565
    373449 친구들 죽음 설명해봐요 1 노란리본 2014/04/23 1,857
    373448 서영석의 라디오비평(14.4.23) - '박근혜 책임'으로 조준.. lowsim.. 2014/04/23 1,556
    373447 이종인 대표님 다이빙 벨 철수 영상 1 너구리 2014/04/23 2,461
    373446 발견된 숨진 학생들 상당수가 손가락 골절 1 어째요 2014/04/23 2,206
    373445 표창원님 페이스북 7 유언비어 발.. 2014/04/23 3,506
    373444 조타수 인터뷰 “지킬 상황이 안 되지 않냐. 객실에 어떻게 가냐.. 1 000 2014/04/23 1,565
    373443 진심 궁금해서요..새누리에 좀 상식적인 의원은 누가있나요?? 32 ㅇㅇㅇ 2014/04/23 2,730
    373442 단원고 제주행 선박 "오하마나호→세월호로 바뀌었다&qu.. 18 ㅠㅠ 2014/04/23 5,563
    373441 서울인데 학교에서 공문가져왔네요. 현장체험학습 6 바다소리 2014/04/23 3,163
    373440 獨, FAZ ‘박근혜 단어 선택 도를 지나쳐’ 쓴소리 8 /// 2014/04/23 2,229
    373439 오바마방한연기청원운동) 아직도 무력감에서 벗어 나지 못하시겠습니.. 1 돕자 2014/04/23 1,647
    373438 한 집 걸러 변을 당했는데 팔 걷어붙인 안산 택시기사들 28 미개한 국민.. 2014/04/23 19,262
    373437 여행을 취소했어요 12 무엇을 할수.. 2014/04/23 4,091
    373436 합동분향소 위로 문자 가능하대요.. 5 미안해.. .. 2014/04/23 2,838
    373435 현직 서울시내 경찰서장 불륜으로 자진 사퇴 5 총체적부실행.. 2014/04/23 4,254
    373434 김기춘이 실세인가요? 12 ,, 2014/04/23 3,468
    373433 현직 항해사가 쓴 글 총체적 부실.. 2014/04/23 2,597
    373432 미국영주권 취득 한 친구왈 "내 자식은 앞으로 걱정없다.. 20 미국영주권 2014/04/23 5,318
    373431 변액연금보험 해지할까요 6 Jackey.. 2014/04/23 2,543
    373430 노란 리본 일베발 가짜주의 16 ㅡㅡ 2014/04/23 3,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