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평범한 고3이 분노한 다른 분들께

기적을바라며 조회수 : 1,537
작성일 : 2014-04-23 11:13:12


오늘의 유머 유꽁일 글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57679

 


평범한 고3이 분노한 다른 분들께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고민끝에 서툰 솜씨지만 펜을 듭니다.
제 진심이 단 한 분께라도 닿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매해 수능에 응시하는 인원은 대략 70만명으로, 단순히 계산해봐도
대한민국에는 200만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이날 하루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맹렬한 치기는 미뤄둔 채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있습니다.
돼지처럼 등급이 매겨지고, 등수가 떨어지면 아무 잘못도 없는 데도 스스로를 쓰레기라 부르며
'죽고싶다'는 말을 서슴치 않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은 어쩌면 배 밖에도 있을지 모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지만 우리들보다 커다란 이 세상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진 알 수 없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논술평가와 대본이 주어진 토론 수업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동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썩어문드러진 그 내장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용돈을 모아 구호 물품을 보내는 모습에서,
어른을 믿을 수 없다 분노하는 목소리에서 변화의 열망이 보입니다.
본인조차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학교라는 무지의 베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젠 듣기도, 외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세요.
미개할지언정, 미약하게나마 우리는 약진하고 있습니다.

분노하는 분들, 실컷 우셔도 좋습니다.
부끄러움이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분노가, 불신이, 무기력함이 스스로를 좀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노하는 우리들을 들어주세요.
꿈도 필요없으니 살아있게 해달라는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생존자 분들의 빠른 쾌유와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그리고 기적을 빕니다.

2014.4.22 수원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IP : 125.129.xxx.21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3393 가디언, 박근혜에 직격탄 ‘서구에선 대통령직 무사하기 힘들어’ 3 light7.. 2014/04/23 1,822
    373392 무도랑 유재석 무슨일 있나요? 6 .. 2014/04/23 4,874
    373391 변희재 ”손석희, 지식 부족해 대화 안돼” 원색 비난 38 세우실 2014/04/23 3,990
    373390 요즘 82 이상한 거 맞으니까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15 ㅎㄷㄷ 2014/04/23 1,790
    373389 성격 급한 민족이....왜 ㅠㅠㅠㅠ 2014/04/23 1,036
    373388 세월호 외국에 알리고 있어요. 핀터레스트 (사진,유투브) .... 2014/04/23 1,581
    373387 박그네 하야 서명해주세요 15 1470만 2014/04/23 1,772
    373386 사망-실종자만 챙기지말고 잠수부,119분들도 신경써주시길.. 10 .. 2014/04/23 1,380
    373385 2일 연속 헌혈 장려 문자가 날아왔어요. sono99.. 2014/04/23 889
    373384 의도가 좋다고 범법행위 저지르면 안된다는 사례 13 나비스 2014/04/23 1,570
    373383 이와중에.. 무도멤버 길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됐네요 13 ... 2014/04/23 4,586
    373382 허튼소리에 댓글 달지맙시다 8 닥쳐 2014/04/23 862
    373381 세월호 사고 이후.. 4 어쩔수가없네.. 2014/04/23 1,054
    373380 [펌] 평범한 고3이 분노한 다른 분들께 기적을바라며.. 2014/04/23 1,537
    373379 아무리 생각해도 한명도 구조 못했다는 게... 6 개nom 2014/04/23 1,821
    373378 공중파에선 정부책임론을 말하지 않아요 6 .. 2014/04/23 955
    373377 도대체 위기관리 메뉴얼이 없다는게 3 2014/04/23 1,016
    373376 배침몰 직전에 이미.. 1 .. 2014/04/23 2,334
    373375 "배 떨림 너무 심하다" 문제 제기.. 회사측.. 5 탱자 2014/04/23 1,531
    373374 쓰레기집단 일베의 일베리본 주의보 7 ㅇㅇㅇ 2014/04/23 2,751
    373373 잃어버린 10년 연대교수의 증언 - 정관용입니다. 8 ㅇㅇㅇ 2014/04/23 2,338
    373372 정봉주의 전국구 제12회 - 이게 나라냐! lowsim.. 2014/04/23 1,276
    373371 어제 부산대 미대 건물이 이렇게..... 10 ..... 2014/04/23 4,770
    373370 김혜경씨, 사이트 관리좀 부탁합니다. 193 점입가경 2014/04/23 14,854
    373369 우리 모두의 어바웃타임... 수박나무 2014/04/23 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