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평범한 고3이 분노한 다른 분들께

기적을바라며 조회수 : 1,354
작성일 : 2014-04-23 11:13:12


오늘의 유머 유꽁일 글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57679

 


평범한 고3이 분노한 다른 분들께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고민끝에 서툰 솜씨지만 펜을 듭니다.
제 진심이 단 한 분께라도 닿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매해 수능에 응시하는 인원은 대략 70만명으로, 단순히 계산해봐도
대한민국에는 200만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이날 하루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맹렬한 치기는 미뤄둔 채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있습니다.
돼지처럼 등급이 매겨지고, 등수가 떨어지면 아무 잘못도 없는 데도 스스로를 쓰레기라 부르며
'죽고싶다'는 말을 서슴치 않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은 어쩌면 배 밖에도 있을지 모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지만 우리들보다 커다란 이 세상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진 알 수 없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논술평가와 대본이 주어진 토론 수업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동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썩어문드러진 그 내장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용돈을 모아 구호 물품을 보내는 모습에서,
어른을 믿을 수 없다 분노하는 목소리에서 변화의 열망이 보입니다.
본인조차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학교라는 무지의 베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젠 듣기도, 외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세요.
미개할지언정, 미약하게나마 우리는 약진하고 있습니다.

분노하는 분들, 실컷 우셔도 좋습니다.
부끄러움이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분노가, 불신이, 무기력함이 스스로를 좀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노하는 우리들을 들어주세요.
꿈도 필요없으니 살아있게 해달라는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생존자 분들의 빠른 쾌유와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그리고 기적을 빕니다.

2014.4.22 수원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IP : 125.129.xxx.21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2672 다이빙 벨 논란 정리 / 종결 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 7 링크 2014/04/23 2,012
    372671 ‘공무상 과실 혐의’ 해경 실무진 수사 불가피 6 1111 2014/04/23 1,445
    372670 궁금해서요 (아시는 분만) 19 건너 마을 .. 2014/04/23 3,055
    372669 영정사진 5 2014/04/23 2,916
    372668 대한민국떠나는방법 알려주세요 29 진심 2014/04/23 4,587
    372667 이대로 안된다 (펌) // 2014/04/23 947
    372666 척추 골다공증 수치가 0.8이라는데 칼슘제 처방 못해준대요ㅜㅜ 7 .. 2014/04/23 3,839
    372665 월드컵이 두달도 채 안남았죠. 12 2014/04/23 2,143
    372664 알바,알바 타령... 2 오늘의 지령.. 2014/04/23 1,112
    372663 시애틀 드림교회 김범수 목사의 글 4 반복 2014/04/23 2,218
    372662 역대 대형 참사는 새리당 집권시 있었다 7 맞나요? 2014/04/23 2,025
    372661 어제 사후 피임약 질문에 댓글들 비아냥은 왜?? 40 ?? 2014/04/23 3,589
    372660 국민은 관료들 출세를 위한 수단일뿐 2 ㅇㅇㅇ 2014/04/23 649
    372659 드라마광인 우리 어머니가 가장 이해 못하는 드라마 클리셰 6 mac250.. 2014/04/23 2,908
    372658 그런데 민간잠수부들 비용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7 .. 2014/04/23 2,699
    372657 꼭 보여드리고싶어서 퍼왔어요(아래 학부모의 절규 같은글이네요 ).. 5 .. 2014/04/23 2,771
    372656 천주교 신자로써 의문이 들어요 27 ㅇㅇ 2014/04/23 5,316
    372655 tpp 한미일 군사동맹 관련글, 기사가 사라져요. 11 다시 올려주.. 2014/04/23 1,575
    372654 학부모의 절규 "떠날 거에요…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26 읽어보세요 2014/04/23 6,068
    372653 차바이오앤 주주분들 계세요? .. 2014/04/23 1,012
    372652 실종자가족 인터뷰....뉴스 k // 2014/04/23 1,084
    372651 82쿡을 보며 느낀 생각 62 univer.. 2014/04/23 4,030
    372650 그분 지지자들은 거의 신념이고 종교네요 9 콘크리트 2014/04/23 2,009
    372649 내각만 총사퇴해야 할까요? 4 그루터기 2014/04/23 806
    372648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처음부터 했더라면... 4 후회와 슬픔.. 2014/04/23 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