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현장취재]
4월22일 오후 3시.
‘2-4’ ‘2-5’ ‘2-6’….
기자가 머물고 있는 2층 관람석 앞줄에는 A4용지에 어떤 숫자가 적혀 있다.
처음에는 이 숫자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뭘 의미하는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01시쯤, 이 숫자의 정체를 알게 됐다.
단원고 실종 학생의 부모들은 학생의 반별로 대표자를 뽑았고, 반별 모임을 갖고 있었다.
01시쯤 반대표인 학부모들이 번갈아 연단에 나와 긴급 반별모임을 소집했다.
기자가 있는 곳의 뒤로는 2학년 5반 학생들의 부모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알고 보니 이 숫자는 반별 모임의 장소를 표시해 놓은 것이었다.
4월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모두 325명이다.
이중 오늘 01시를 기준으로 200여명의 학생들이 실종된 상태였다.
기자는 그냥 ‘많은 숫자’라고만 생각을 했을 뿐 실감을 못했었다.
그런데 관중석을 채운 실종 학생의 부모들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물론 여기에는 시신으로 발견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없다.
아직 실종된 상태에서 생사여부를 모르는 실종 학생들의 부모들이다.
가로 12석☓세로 7석=84석인데, 이곳 3분의 2정도의 자리가 찼다.
그때 알았다. 같은 반 학생들 거의 전부가 한곳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것.
한 두 명이 빠진 것이 아니라 반 전체가 초토화됐다는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났을 수도 있다는 것.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담임 선생님도 함께 실종된 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