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해난구조·선박인양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인터뷰한 JTBC <뉴스9>(4월 18일 방송)의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 2(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위반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21일 결정했다.
이 대표가 당시 JTBC <뉴스9>와의 인터뷰에서 “구조 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오히려 구조 작업에 혼란만 낳는 작용을 했다는 등의 민원이 방심위에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여권 추천의 권혁부 부위원장은 해당 방송의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14조(객관성) 위반 여부까지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심위에서 해당 인터뷰에 대해 심의를 한다면 결국 이 대표가 밝힌 다이빙벨 효과 여부를 검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심의 과정에서 검증 가능한 영역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4월 18일 JTBC <뉴스9> ⓒJTBC방심위는 이날 오전 긴급 소집한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 회의에서 JTBC <뉴스9>가 구조 작업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민간전문가의 일방적 주장을 장시간 방송했다며 제작진 의견 진술을 결정했다. 제작진 의견진술은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제재의 중징계 가능성이 있을 때 진행하는 절차다.
방심위가 문제 삼은 방송심의규정 위반 조항은 제24조의 2(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2항이다. 해당 조항은 ‘재난 등에 따른 피해통계, 사상자·실종자 명단 또는 복구상황 등의 정보는 재난 등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의 장의 발표 내용을 반영해야 하며, 사업자(방송사)가 직접 취재해 방송할 때는 불명확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돈케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당시 방송에서 이종인 대표는 구조 작업에 다이빙벨 투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이빙벨은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로, 이 대표는 다이빙벨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이빙벨을 70m 수심 상황에서도 사용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조류를 피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다이빙벨을 이용한 지속적인 작업이 진행된다면 2~3일이면 수색이 끝날 것” 등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송소위원장인 권혁부 부위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일방적으로 방송해 피해자 가족이나 많은 국민이 이 부분(다이빙벨)을 (구조에) 채택하지 않은 데 대해 여러 비난을 쏟아냈다”며 “이는 결국 (정부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구조작업을 곤란하게 했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또 “MBN과 거짓 인터뷰를 한 홍가혜씨도 이 얘기를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다이빙벨과 관련한 얘기는 세월호 침몰 직후부터 나왔다. 하지만 JTBC <뉴스9>의 이종인 대표 인터뷰는 홍가혜씨의 MBN 거짓 인터뷰 후에 나온 것인 만큼 JTBC <뉴스9>에 대한 심의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권 부위원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종인 대표가 “지금 구조 체계에 우리(민간)가 낄 수 없다. (다이빙벨을 갖고 들어가면) 구조 작업에 대한 전체 지휘를 제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세월호 구조 작업 전체를 민간에 맡길 수 있는 건가. 이런 방송을 일방적으로 내보낸 건 경솔하고 신중치 못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야당 추천의 장낙인 위원은 “이종인 대표는 국내에서 선박인양과 해양구조의 1인자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그의 얘기가 검증된 것인지를 방심위 사무처에서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대표 말이 거짓이라는 걸 (비전문가인) 우리(방심위원들)가 무엇을 근거로 얘기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야당 추천의 김택곤 상임위원 또한 “시청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효과적이지 못한 정부의 구조 활동과, 이런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정부 발표만 전하는 언론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오죽하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나오겠나. JTBC <뉴스9>가 (민간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조 방법에 대해 거론한 것도 지금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권 부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인 엄광석 위원은 JTBC <뉴스9>에 대한 심의를 밀어붙였고, 오는 28일 예정된 방송소위에서 제작진 의견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