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친구라고 하기엔 뭐하고 회사 일로 뒷풀이 갔다가 거래처 사람 친구로 만난 사이였는데요.
십년도 넘은 일이라...거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를 보니 생각이 불쑥 나네요.
그날 차를 가져와서 그 사람만 술을 안 먹었는데 마침 제가 같은 방향이라 밤늦게 차로 데려다주었어요.
그리고 다음에 연락처를 서로 알게 되서 (술 많이 마셔서 왜 갈켜줬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따로 만났죠.
나이도 모르겠고 지금 생각나는 건 그 남자가 직업이 청와대 경호원이었다는 거예요.
물론 제가 한창 나이에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을 굳이 만나고 싶진 않았는데 제가 만난 모든 남자 중에서
정말 심각하게 외모가 훌륭했어요. 딱 케빈 코스트너 젊었을 때 그 모습...? 청바지에 긴 다리, 작은 얼굴
키 180 넘고 이목구비 뚜렷하고 외꺼풀에 코 오똑하고...기타 등등...제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외모였지요. ㅎㅎ
왜 몇번을 더 만났는지는 자세히 모르겠는데 그 직업이 너무 흥미롭고 궁금해서 만났다는 게 솔직한
제 심정이었죠. 그 사람 말로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자기 직업때문에 한번 더 본다는 얘길 했었어요.
호텔 부페에도 가고 갑자기 만나고 싶어지면 연락하고 그랬는데....신기했던 건 제가 신촌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면 "제가 그리로 갈게요." 하고는 정말 십분만에 와서 차를 대고 기다렸어요.
직업정신인지 모르겠지만 오라면 진짜 빨리 오고 아무 일 없이 기다리는 걸 짜증 한번 안 내고 하더라구요.
한번은 저녁을 먹고 남산에 가고 싶었는데 그 남자가 "우리 오늘 남산 가볼까요?" 그래서 기절하는 줄...;;;
바로 달려서 남산 타워 아래에서 야경을 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그날이 마지막이었죠.
서로 어떤 남녀를 원하는지 상대를 이야기하는데 아주 달랐어요. 둘 다 지극한 연애 감정도 아니었구요.
전 그 남자가 잘 생겨서 좋았지만 직업이 걸렸거든요. 그 남자 역시 뮤지컬 배우를 사귀었다는 말을 했는데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 제가 그 자리에서 좀 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던 것 같아요.
그때 알았던 게...경호원들 양복 맞춰입는 거, 스펙에 따라 최측근부터 1팀에서 죽죽 나눠 배치된다는 거,
청와대 경호원들도 비상훈련을 하는데 가족과도 연락이 두절될 수 있다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대부분
정식 공무원이 아니라 별정직이라면서 퇴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직업으로 오래 하지 않겠다고
다른 일도 구상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급여에 위험수당이 나오는데 몸값? 이 아니라 목숨값이라고 했어요.
대통령이 위급할 때 대신 총 맞고 죽어야 하나? 라는 물음에...:그게 우리 일입니다.'라는 말이 참 꽂히던...
양복은 명동에 지정된 곳이 있고 정장을 늘 맞춰서 입을 수 있는 쿠폰을 준다고 했어요.
위기 상황에는 몇 분 내에 어떻게 움직인다는 말도 자세히 해주었는데 다 잊어버렸어요. ㅠㅠ
경호원들하고 결혼하는 상대 중에는 경찰이나 공무원이 많다고...그런 말을 했는데 이혼이나 별거도
적지 않은 일이라고 했던 것...그런데 그 잘 생긴 얼굴에 확 깨게 만들었던 한 마디는....너무나 황당한!!!
자기 집안이 장수집안에 대대로 산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새벽에 산에 오른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 아내 되는 여자는 부모님과 매 주말 새벽에 같이 등산을 할 거라는 말에...오 마이 갓!!!
체력은 타고난 집안인지 어머니도 아주 기골이 장대하고 튼튼하시다고....ㅠㅠ 두번 쓰러지고...ㅎㅎㅎ
이름도 모르겠고 암튼....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남자인데 쓰리데이즈라는 드라마를 보니까
그 사람 생각이 나네요. 어디선가 애 낳고 잘 살텐데..ㅋㅋ 텔레토비 같이 생긴 아짐이 게시판에 자기
얘기 쓰고 있는 걸 알면....;;;; 뭐...본인 이야기인 줄 모를 거예요. ㅎㅎ 그 외모에 꽤 여자들이 따랐을 것
같은데....그 다음에 쓸데없이 눈이 높아져서 전 결혼하는 데에 애먹었습니다. 저도 그땐 이뻤답니다.
그럼 D라인의 텔레토비 아짐은 이만....^^ 쓸데없는 소설 쓴다는 악플은 사양해요. 다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