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회성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게 맞을까요?

햇님 조회수 : 5,298
작성일 : 2014-04-11 13:54:36
최근에 어떤 계기가 생겨서 저의 사회생활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30대 초반이구요..
지금까지 제 사회생활 철칙은 '조용히 묵묵히 열심히 일 하면 언젠가는 모두가 인정해줄것이다' 
뭐 이런거였던것 같아요. 
지금까지 20대 초반부터 잠깐한 알바한것부터 시작 해서 대략 5곳정도에서 일을 했더라구요 
그런데 인정받았던 곳은 1곳밖에 없는것 같아요. 그곳은  인권단체였었는데 다들 서로서로 격려하며 일하고  
보수는 적었지만 그 분위기가 좋았었어요.. 
사회초년생인 제가 열심히 일하니까 너무 예뻐보이셨었나봐요  그런데 지금생각해보니 그게 다네요..


그리고 나머지는 악덕 사장등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결론은 
무뚝뚝하다 과묵하다. 뭐 이런 소리도 들어봤고 어떤한곳에서는 인품은 훌륭하나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짤려본적도 있고. (이곳은 제가 다른 직종으로 바꿔서 일해본곳이라  
일적인 차원에서 시행착오가 많았었어요. 여기저기 쓴소리도 많이 듣고. 그래도나름  
 버티기 작전으로 버티고 버티다 결국은 짤리고.. 
이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상처스럽네요) 
솔직히 제가 뭐 큰 잘못을 한건 아니고. 나름 학부모들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강남출신 엄마들의 까다롭고 드센 요구를  
상대해야 하는 교육직이었습니다)  
동료들사이에서의 갈등이 생겨도 혼자서 삭히고 묵묵히 제할일하며  오히려 그들에게 더 잘해주고 
예의를 지켜가며  그렇게 해서 관계를 더 좋게 만들고 싶어서 그랬었는데.    
결국은 조금 덜 성실하고 성격 우락부락해도  동료와 상사한테 좋고 싫은 자기표현확실히하며 말도 많고 
특히나 상사들한테 입안의 혀같이 처세 잘하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더 오래살아남고 인정받더라구요.  
제가  모든사람에게 인정 받고 평판이 좋아야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상대적 자존감이 심한것 같기도 해요..


어릴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와 그 관계에서 느꼈던  무서움과 거절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렇게 성인이 되었는대도 제 안에 그대로 남아있는줄 근래들어서야 알았네요...
어릴적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레 습득한 사람에 대한 불신은 제가 마음을 열어도 될 사람과 열면 안될것 같은 사람을 
구분짓게 만들었고 넓고 얕은 관계보다는 깊고 좁은 관계에 능한  성향으로 만든것 같아요.
특히나 나이 드신 상사 앞에서  업무보고를 하거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린시절 아버지 앞에 서있는것 같이 온몸에 신경이 쭈삣쭈삣 서고 쫄아버립니다. 
대화에서의 본질보다는 상사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살피기에 더 급급하구요.. 
그러다보니 일에 실수도 더 많은거겠죠?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사회적 관계를 맺을때  거절당할 두려움이 심한것 같아요. 
 원래 제 성격이 어릴적부터 골목대장에 친구들사귀는것 좋아하고 무리들중에서도  리더쉽있고 유머감각있고  
다른 친구들이 호감갖는 외향형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학기초만되면 마음속으로는 늘 친구들에게 인정받을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학교때 까지는 잘 극복하며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했던것 같아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인문계 실업계 나뉘어지면서 제 성적은 중위권으로 떨어졌고 
다녔던 학교가 사립 여고여서 쟁쟁한 부모 애들이 많이 다녔고. 나보다 잘난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친구들 모습을 보며  스스로  제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요즘같으면 상담을 권유할 정도로   
거의 은따로 학교생활 혼자하며 지냈었어요. 요즘 엄마들 같으면 전학도 시키고 여러 방법을 썼겠지만 워낙 저희 엄마 철칙이 
문제를 피하지 말고 부딪치라는 주의여서( 피하는 사람은 어려운일이 생길때마다  계속 피하게만 된다구요)  
거의 매일밤 학교가는게 무서워서 울어도 보고 엄마한테 속내 이야기도 해보았지만 
그래봤자 바뀌는건 없고 이런 나때문에 엄마가 힘들어한다는것을 눈치채고는  나중에는 혼자 이겨내는 법을 터득한채로 
애들한테 당해도 절대로 되갚지 않고 혼자 참고 이겨내며 그렇게 꾸역꾸역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고등학교 시절을 마쳤드랬죠.. 

   


참고로 저희 아버지는 늘 시한폭탄을 안고 계신분이었어요.. 사회생활도 오랫동안 적응을 많이 못하셨구요.
 1년중 며칠이나 기분좋은 표정이었을 까요. 
나머지는 무표정이거나 무서운 표정. 아빠한테 안겨본기억도 별로 없고 아빠로부터 얻는 안정감같은건 없었어요. 
기분좋았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성향과 언제 어떤물건들이 던져질지 모르는 불안에 아빠 눈치만 보고 자란 어린시절 이었네요 
지금도 하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오시면 엄마가 시켜서 늘 인사를 했어야 했지만 
인사받아주신적이 거의 없었기에 어린나이에 어쩌다 한번 인사를 받아주시면 
기분이 날아갈듯 좋아 엄마한테 자랑까지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냥 요즘 어떤 계기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극복하고 해결된줄로 알았던 상처들이  
십수년동안 드러나거나 혹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결국은 해결이 안되고 제 안에 그대로 문제로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것 같아요. 
 참고로  엄마와는 애착관계는 잘 형성이 되었있는데, 사회생활은 엄마와의관계보다 아빠와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지.. 
또 사회생활에서 상사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아랫사람의 이상적인 모습이 있는것인지도 궁금하구요. 
한직장에서 오랫동안 인정받으며 다니시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게 보이기도 하구요 
그냥 앞으로 사회생활. 상사들과의 관계 잘해나갈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이 문제를 어떤식으로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막막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겨봅니다.. 
혹시 공감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큰 힘이 될것 같구요.. 
긴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60.27.xxx.22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14.4.11 2:08 PM (112.223.xxx.172)

    올해로 직장 생활 딱 20년째네요.

    특별히 조언 드릴 것은 없고,,
    묵묵히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
    아무도 안 알아줍니다.
    원래부터 쉬운 일인 줄 압니다.

    일할 때는,
    이렇게 어려운 일이고, 이걸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해냈다.. 는 티를 팍팍 내세요.
    그래야 아 그런가부다.. 라도 합니다.
    (물론 단순 업무는 제외)

    그리고 사회성 문제는
    어려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따지실 나이는 이미 지났습니다.

    회사에서 보면,
    남들 앞에서 PT도 잘하고 사회도 잘 보는 사람들 있습니다.
    그 사람들도 하기 전에 벌벌 떨고 잠 못자고
    우황첨심환 먹고 합니다.

    종이 한장 차이의 용기가
    사람을 다르게 만들어요.

  • 2. 무엇이든물어00
    '14.4.11 2:09 PM (222.236.xxx.130)

    공감합니다..
    저도 아버지가 나쁘신 분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많은 문제로 가정과 관계가 많이 상했는데요,
    그래서 심리학에 관심도 많았고, 스스로 전공서적과 관련서적을 보며 공부할 정도로
    잘못된 무언가를 고치고 싶었습니다.
    가정은 인간과의 관계, 사회화, 자아형성 정말 모든것이 이루어지게되는 가장 중요한 집단입니다.
    사회성에 분명 영향을 끼치지요.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끝낼것이 아니라,
    알게되었으니 노력해야 앞으로의 삶이 변합니다.

    가정은 되물림이거든요.
    막연히 이대로 지낸다고 미래의 내 가정이 화목해지지 않습니다.
    미래의 내 가정에 문제가 반복되어서 생기고,
    나는 안그러고 싶은데, 왜 과거의 상처를 내가 그대로 재현하는지 모르겠고.
    더 심각한 상황으로 빠지게 됩니다.

    막연하게 미래의 가정을 꿈꾸는 것으로 멈추지 마십시오.
    끊임없이 지금의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지,
    미래의 내 가정에 변화가 옵니다.

  • 3. 무엇이든물어00
    '14.4.11 2:10 PM (222.236.xxx.130)

    그리고 윗분 말에도 공감합니다.

    정말 종이 한장 차이입니다.

    똑같이 피폐한 가정에서 성장하였어도,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 4. 의사들 말로는
    '14.4.11 2:13 PM (110.70.xxx.168)

    타고난 유전.기질이라고 하더라구요.

  • 5. 심리상담
    '14.4.11 2:23 PM (116.120.xxx.58)

    아버지와의 관계에 의해 정해지는 건 아니지만 원글님 마음에 그런 압박이 있으면 영향이 많겠죠.
    심리상담 받아보시면 그 부분을 좀 해소하실 수 있을 거예요.
    건강가정지원센터나 ywca같은 곳에서 무료나 싼 상담도 있고
    유명한 사람들한테 받는 상담은 비용이 좀 많이 들어요.

    집단상담 같은데 가시면 사람은 다 대체로 원글님 같은 상처 하나씩 안고 있다는 거 보면서
    그것만으로 힘이 나기도 한다고 해요.

  • 6. 음.
    '14.4.11 2:34 PM (58.237.xxx.199)

    그게 아예 영향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무조건 그렇다고 여기지 마시고
    나의 한계를 뛰어넘어라.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규정짓지 말고
    닥쳐온 일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주어진 일에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해내다보면 서서히 달라진다.
    이런 말들이죠?

  • 7. 원글
    '14.4.11 2:38 PM (60.27.xxx.226)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수있게해주신 댓글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나 바로 윗분말씀 너무공감됩니다~감사드립니다^^

  • 8. ㅇㅇ
    '14.4.11 2:38 PM (1.247.xxx.31)

    주변에 보면 아빠와 친하게 지내는집 애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성도 있는것 같더군요

  • 9. 원글님
    '14.4.11 3:42 PM (218.37.xxx.134)

    저와 나이가 비슷하시네요.저도 아버지가 다혈질이고 가부장적이여서
    그런 영향을 받아서 인지 윗사람대할때 절대 편하게 못 대해요.
    사람관계에 있어서도 상사랑 편안하게 농담따먹기도 잘하고 그런 동료가 더 빨리 승진하더라구요. 옛날의 묵묵히 성실하면 인정받는다는 학교의 가치관이랑 사회의 가치관은 확연하게 다르다는걸 느끼네요.
    그에 맞춰서 저도 변화해 가야하는데 몇년이 지났는데도 너무 힘이드네요.오늘 힘들어서 반차내고 쉬다가 글을 보네요. 버트란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이 저는 위안이 많이 되었어요.
    젊은이들이여 행복감을 느끼려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집단으로가라....
    저는 외형적의 성격이 아닌데 현장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모두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 조율하니
    너무 힘이드네요.
    저도 첫직장일때는 어떻게든 버틴다는 마음가짐으로 있었지만요..버티다가 버티면 어느순간 툭 끊어지게 된답니다..너무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마시고요 원글님처럼 성실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 많은 성공할수 있는 그런 집단으로 가세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여기 댓글들도 각자 개인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드리는것이라 그게 원글님에게 100프로 정답이 될수 없습니다.원글님만의 생존 방법을 부딪혀가며 스스로 터득하셔야해요.

  • 10.
    '14.4.12 4:42 AM (193.11.xxx.99)

    참고해보세요
    EBS 다큐프라임 - 당신의 성격
    총 3부작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4688 광화문광장에서 종로경찰서 경비계장은 달걀 한판을 탈취해갔다 2 우리는 2014/06/03 1,491
384687 고캔디 어머님의 위엄.jpg 18 참맛 2014/06/03 19,711
384686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 미국사는 친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 있.. 1 선물 고민 2014/06/03 948
384685 설득할 수 없다면 혼란시켜라 3 샬랄라 2014/06/03 1,407
384684 그네가 부럽긴처음이네요 3 충북교육감 .. 2014/06/03 1,523
384683 런던공항 밤 10시에 도착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숙소가 어디 .. 5 런던 숙소 2014/06/03 1,618
384682 선거우편물에 들어있던 번호를 잃어버렸어요 4 2014/06/03 1,006
384681 적들을 비웃기만 할게 아닙니다 6 내일은또 .. 2014/06/03 1,137
384680 유시민이 그러더라고요. 25 ㅁㅇ 2014/06/03 12,726
384679 (박원순.조희연)부정 개표 막아보자!!! 7 청명하늘 2014/06/03 1,065
384678 불안하신가요? 설레이시나요? 4 닥치고투표 2014/06/03 1,212
384677 [펌]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자료 ㅇㅇㅇ 2014/06/03 1,036
384676 렌틸콩(렌즈콩) 맛은 어떤가요? 6 ........ 2014/06/03 6,140
384675 해독주사 킬레이션이 뭔가요? 2 해비해비 2014/06/03 1,821
384674 세월호 실종자분들이 꼭 돌아오셨으면 하는 이유 중에는... 4 .... 2014/06/03 962
384673 [원순씨] 진성준 대변인 긴급 브리핑 13 우리는 2014/06/03 4,927
384672 토론회 기사 댓글 최고 2 ㅋㅋ 2014/06/03 2,314
384671 서울대 총학생회 시국선언문 (2014. 6. 2.) 4 시국선언 2014/06/03 1,784
384670 (일상글 죄송합니다) 30살 미혼녀 소개팅 했는데요 3 christ.. 2014/06/03 2,464
384669 김부겸 후보 딸 배우 윤세인씨..... 3 정글속의주부.. 2014/06/03 4,363
384668 정몽준이 서울시장되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절대로 못하게 할것입니.. 4 집배원 2014/06/03 1,579
384667 안녕하세요에 지금 나온남자분 옷 뒤집어 입었네요 1 장모님 우리.. 2014/06/03 1,871
384666 개표참관시 유의점, 주목해서 챙길점 교육해주세요 3 ... 2014/06/03 658
384665 실비보험 보험금 신청 질문 좀요. 6 ... 2014/06/03 1,866
384664 남자는 인물값 한다더니 맞는가 봐요 4 제비조심 2014/06/03 3,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