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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분가한지 2년 4개월째

고마워요 82 조회수 : 5,165
작성일 : 2014-04-09 17:06:49

82 아니었음 아직도 조선시대 시집살이중이었을 40대 직장아짐입니다.

 

3년전 시집문제, 시동생, 동서 문제로 너무 속상해서 눈팅만 하다가 구구절절 사연올리고

 

베스트까지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선시대 며느리처럼 어찌 그렇게 살았는지...지금은 웃으면 얘기하지만

 

3년전 저는 현재의 제 모습과 하늘과 땅 차이 입니다.

 

13년 시집살이, 단 하루만에 분가 결정, 그 다음날 바로 페렴으로 입원, 그리고 분가해서

 

지금은 네 식구 올망졸망 단란하게 살고 있습니다.

 

처음 분가해서 몇 달 동안은 전혀 실감나지 않고 13년의 세월과 처해진 환경이 참 무섭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재작년 이맘때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오후에 마트에 장보고 오던중 아..

 

이게 자유구나..이게 소소한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2 언니들 동생들의 명언을 몸소 실천하는중입니다..

 

진상은 호구가 만든다..진짜 명언입니다..여태 시집 식구들 호구노릇하고 살았던거 맞았고

 

없는 형편에 빚내서 해주고, 내 자식들 아무것도 못해주면서 미친짓 하고 살았던거 맞습니다.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이렇게 변했습니다.

 

시집이나 친정 경조사 똑같이 해드립니다...

시어머니 뭘 요구해도 상식이나 이치에 어긋나는 언행은 바로 싫다고 말합니다.

6개월전 작은 법인회사 사무직으로 15년만에 재취업 성공하고나니 시어머니가 그 때부터 제 눈치 많이 봅니다.

시어머니, 시동생, 동서 각자 나름대로 머리 있는대로 굴리고 저 하나 바보 만들어서 시집 노예생활 했던거

아직도 치가 떨립니다. 그래서 두 달전 큰 사건(?) 이후로 아예 마음에서 제명시켜 버렸습니다.

 

한 달전 멀리 사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가 같이 살면서 단 한번도 친정어머니 초대한적 없음) 분가하고 두번째

 

내려오셔서 제 남편한테 교통정리 처음으로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시집살이 시킬때는 이혼시키겠다...하셨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집안 속이고 사기결혼에 모진 시집살이에 (친정어머니는 제가 분가하고 알았습니다)

 

기가막히다고 하셨습니다.

 

친정어머니 남편한테 쐐기를 박는 한 말씀 '자네 어머니는 복덩어리를 발로 찼다' 라고 하십니다.

 

저..모범생에 정말 착한 딸로 자라서 친정어머니 아직도 저같은 애 없다고 하실 정도여서 결혼할때 제가 아까워서

 

일찍 시집보내지 못한다고 하셨을 정도였는데, 시집와서 그렇게 고생하고 살았다는거 아시고 며칠을 대성통곡

 

하셨답니다..ㅠㅠ 친정어머니 걱정할까봐 행복한척 괜찮은척 연기하고 살았는데 분가하고나서 봇물 터지듯이

 

다 털어놓고 나니 도리어 친정어머니가 더 미안해 하셨습니다..

 

엄마가 딸 힘든거 티 안낸다고 그것도 몰랐다면서...시어머니 좋다는 제 말에 무조건 시댁에 잘하고 살라고 한게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친정어머니 가시고나서 며칠 뒤 남편의 진심어린 사과 받았습니다. 미안했다고..다들 그렇게 사는줄 알았다고..

 

마음에서 다 내려놓으랍니다..자기 엄마도 자기 동생도 제수씨도..

 

 

얼마전 세결여에서 이지아를 보고 저랑 말투나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길래,

 

내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생각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쥐도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우리 애들도 행복하다..내 인생의 주체는 나이다..라는 말을 수십번씩 되뇌이고 삽니다.

 

남들 안하는 시집살이 혹독하게 하고 살았기 때문에 저는 당당합니다. 해야 할 의무 넘치게 하고 살았기

 

때문이고, 단 한번도 제 자식들 앞에서 시어머니 남편이랑 다툰적도 없이 혼자 다 참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른 시집식구들까지 저 칭찬하기 바쁩니다..시어머니 여기저기 제 칭찬하고 다니지만

 

저는 이미 마음의 문을 닫은지 오래이고 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걸 압니다.

 

지금은 제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쓰고 계시지만, 다행인지 어려서부터 한 번 아닌것은 죽어도 아닌

 

성격이기 때문에 기본 도리 외에는 절대 안할 작정입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저처럼 살고 계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참지 마세요..저 한의원 가서 진맥보면 홧병 남아있다고 합니다..

 

제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은 분가이고, 방송대 교육학 공부를 한겁니다.

 

너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21.182.xxx.24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화이팅!!
    '14.4.9 5:13 PM (112.151.xxx.81)

    와우..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결정 내리시고 실행하시는데 82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82회원으로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 결정을 실행시키신 용기를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가족들과 인생 즐기시며 사시길 바랄께요..

  • 2. ㅎㅎㅎ
    '14.4.9 5:17 PM (116.32.xxx.137)

    제 얘기인줄 전 10년 시집살이 후 분가 2년1개월 됬어요 3월4일인가 이사
    친정이 부산이라 자주 올라오시진 못 하시지만
    친정아빠 서울 오실 일 있으실 때 처음 우리집에서 주무시고 사위와 술상 마주하셨을 때 가 분가하고 제일 기뻤던 일이네요

  • 3. 지니Mo
    '14.4.9 5:19 PM (219.240.xxx.226)

    전 이야기는 못 읽어서 모르지만 그것도 용기겠죠??
    13년의 습관(?)을 버리고 재 취업까지...
    상식선에서의 의무만 하고 내 식구들과 행복하게 살면되죠^^

    이제 행복하시다니 저도 왠지 뿌듯한듯 하네요...

  • 4. ..
    '14.4.9 5:42 PM (122.36.xxx.75)

    잘하셨습니다
    나쁜사람들은 좋은사람들을 이용해먹을려하더군요
    할말할땐 하는게 호구안되고 내권리 내가 찾는방법이더군요

  • 5. ㅇㅁ
    '14.4.9 5:45 PM (211.237.xxx.35)

    조언해줘도 못하는 분들이 더 많을텐데 원글님 용기 있으시네요.
    게다가 6개월전에 재취업하셨다는건 더 반갑고요.
    여자도 반드시 자기 일이 있어야 하고 적어도 내 한몸은 지킬 경제력이 있어야 합니다.

  • 6. 행복한 집
    '14.4.9 6:25 PM (125.184.xxx.28)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저는 남편도 한몫하죠.
    말도 안섞으니 너무 평화롭습니다.
    돗자리를 펼치면 드러눕더군요.
    돗자리를 치워버렸습니다.
    행복하게사세요.

  • 7. ..
    '14.4.9 7:06 PM (110.9.xxx.13)

    앞으로는 더 행복 하세요~

  • 8.
    '14.4.9 8:57 PM (193.11.xxx.135)

    그냥 왠지모르게 제가 뿌듯하네요

  • 9. ...
    '14.4.9 9:07 PM (175.112.xxx.171)

    인간승리의 글....이런글 넘~~흐 조아요 ㅎㅎ

    축하합니다^^

    고통의 쓴맛을 아는자만이 달콤한 열매를 거두는 법이죠

    늘 행복하세요~

  • 10. 생각이
    '14.4.9 9:25 PM (110.10.xxx.55)

    바뀌면 행동도 바뀐다고 하죠..ㅎㅎ 방송대 교육학 공부하고 1년도 안되어서 분가결정했으니, 교육의 힘이 참 대단한것 같아요..시할머니에 시엄니에 시동생에 20평도 안되는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모진 시집살이 했으니 말 다했죠..보는 사람마다 너무 말라서 보기에도 안쓰러워했는데 분가하고 일년 지나니 제 체중이 7kg 늘었어요..마음이 편하니 살도 조금씩 올라서 이뻐졌단 말 많이 듣고 살고, 분가하고 나서 계속 좋은 일만 생겼어요..친정 도움 받아서 낡은 빌라 구입해서 왔는데 재개발 된다고 해서 구입한 가격보다 2배 시세차익 생겼구요..10년전 사업실패로 파산신청에 작은애 1.2kg으로 조산한 기억..그 빚 다 갚고나서 지금 이사온 집에 원래 시어머니도 계속 모시고 살 계획이었는데 시어머니 시동생 동서의 막돼먹은 행동에 결국 남편에게 이혼, 분가 양자택일 하라해서 분가한거예요. 인고의 13년동안 제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이라서 단 하루만에 분가결정된거구요..별 일 다 있었지만 이젠 다 묻어놓고, 마음에서 싹 정리하고 나니 이렇게 편할수가 없어요. 지금 다니는 직장도 급여는 많지 않지만, 근무조건이 참 좋은 편이예요. 82 회원 여러분 고맙습니다..ㅎㅎ

  • 11. 눈물이
    '14.4.9 9:34 PM (98.69.xxx.62)

    어휴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
    축하드려요
    항상 행복하세요
    원글님 가정에 늘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12. 이 글이야 말로,
    '14.4.9 9:38 PM (112.166.xxx.100)

    저장해 놓고 두고 두고 읽을랍니다

    제 마음 다잡는 글이에요

    원글님! 축하드려요!

  • 13. 행복
    '14.4.9 11:18 PM (121.154.xxx.73)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님은.......

  • 14. 자유 행복
    '14.4.10 3:21 AM (115.93.xxx.59)

    맘껏 누리세요

    그리고 남은 홧병
    다 나으시길

    너무 수고하셨어요

    이런 글 참 좋네요

  • 15. 원글
    '14.4.10 9:14 AM (121.182.xxx.241)

    여러분들의 댓글 하나하나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출근해서 간단히 아침청소하고, 커피 한 잔 타서 제 책상입니다..ㅎㅎ 4학년이라 과제물에 논문에 정신없이 하루도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이지만, 바빠도 제가 '살아있다' 라는 생각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내가 바뀌어야 주변 사람들도 바뀌는거 다 맞는 말이고, 젊어 고생 사서도 한다..라는 말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사주를 믿지는 않지만, 하도 답답해서 몇 년전 철학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몸은 너무 약한데 정신력, 의지력이 굉장히 강하다면서 마흔쯤 되면 꽁꽁 얼었던 큰 연못이 사르르 녹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그 때는 너무 힘들었던 시기라서 그 말이 와닿지도 않았었는데, 요즘 와서 생각해보니 사주가 아예 맞지 않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아이 유모차 바퀴가 다 닳도록 걸어다니기도 하고 혼자서 이불 뒤집어쓰고 수건 하나로 입 틀어막고 울던 시절도 있었어요. 남편은 말 그대로 남의 편이었기 때문에 모자사이, 형제사이 이간질 하는 사람 되기 싫어서 참고 살았습니다.
    어제 시어머니랑 통화했습니다. 이번주 토요일에 어머니 집 근처에 볼 일 있어서 애들이랑 들른다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십니다. 가서 저녁만 먹고 남편 퇴근해서 데리러 오면 바로 집에 올겁니다. 불과 반년전까지도 분가해서 어머니 집가면 거의 자고 왔고 갈 때마다 음식준비 다해서 갔었는데, 지금은 시어머니가 밥 해놓고 기본 반찬은 해놓고 기다립니다. 누구나 돈 앞에선 어쩔 수 없다는건 알지만, 제가 직장을 다니는 그 순간부터 바쁘고 힘드니까 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몇 년간 열심히 자격증 따고 공부하는거 힘들었지만 아침마다 제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제가 오늘 아침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입니다..모두들 힘내시고, 우리 열심히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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