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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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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논쟁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정영목 인터뷰 첨부합니다.

까칠마눌 조회수 : 2,590
작성일 : 2014-04-04 19:03:25
소설가마다 특유의 문체가 있듯 번역가마다 그 특유의 문체가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을 지워놓고 글을 읽다가도 어, 이건 누구 글 같은데? 하면 웬만큼 맞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특이한 문체로 유명한 작가들 몇몇 있죠. 최근 작가로는 박민규요. 소설가 김영하가 그랬죠. "박민규에게서 뭔가를 빼앗아 올 수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가 창안하여 우리에게 덥석 안겨준, 그 놀랍도록 새로운 문장을 가져올 것이다. 그는 지금껏 우리 문학계에 존재한 적 없었던 기이하고 유쾌한 문장들을 제시...(박민규 소설집 카스테라의 표지 뒷장 추천사에 써있는 말입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이렇게 문체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장르이다보니
번역가가 달라지면서 작품의 맛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지요.

최근의 경우로 소설가 김영하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게 된 배경에도 그 유사한 것이 있습니다.
김영하는 그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요. 그런데 지하철에선지 어디에선지 한 남자가 친구에게(여자친구?)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는 소설이라고 말을 하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아 이 소설이 얼마나 재미있는 소설인지를 알게 해 주고 싶어 새로이 번역을 했다고 해요. 문학동네에서 김영하가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가 나왔습니다. ㅎㅎ 꽤 찬사를 받았어요. 
김영하가 번역한 개츠비는 김영하 특유의 쿨~ 한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ㅎㅎㅎ 번역은 어쩔 수 없이 번역가의 냄새가 덧입혀 지는 것인가 보지요. 

원서를 읽어낼 만큼의 외국어 실력이 없는 입장에서는 번역가의 번역에 업혀 갈 수 밖에 없는데, 

이방인 논쟁과 관련해서는 그 번역가의 역할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번역가 정영목을 좋아하는데요, 정영목은 전혀 정영목 스럽지 않게???(말이 되는문장인지 잘 모르겠네요. 하여튼 본인의 스타일을 숨기고) 번역해서 좋아해요. 
김영하 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개츠비를 좋아하는 건 솔직히, 제가 개인적으로 소설가 김영하를 좋아하고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이고요.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도 좋아합니다. 이윤기는 정말 이윤기스럽게 번역을 하죠. 이건 진짜 이윤기의 문장이다 싶게요. 
그것에 관해 호불호도 많이 갈립니다. 저는 이윤기를 좋아하니까 이윤기의 번역도 좋지만, 이윤기의 문체를 싫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으악 스러울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사설이 길어졌는데, 

씨네북스에서 나온 김혜리의 인터뷰집 '진심의 탐닉'에 번역가 정영목의 인터뷰가 있더군요.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 몇군데 발췌해서 소개합니다. 

김: 번역을 논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외국어도 잘 알아야 하지만 모국어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던데요.
정 : 소설은 번역의 결과 자체가 소설로서 읽혀야 하죠. 그런 의미에선 모국어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맞는 말인데 문제는 그 능력이 어디서 오느냐는 거죠. 예를 들어 글솜씨가 있으면 되느냐, 문장구조가 정확하고 비문만 없으면 되느냐. 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우리말을 구사하는 법은 국어 실력뿐 아니라 번역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거든요. 번역자는 저자의 스타일을 향해 가려고 애쓰는 것이기에 문제는 내가 우리말을 잘 쓰느냐보다 저자의 문체를 우리말로 잘 옮겼느냐 입니다. 

김 : 문외한 입장에서도 번역은 딜레마 덩어리로 보여요. 단어를 정확히 옮기는 게 옳으냐 아니면 사상을 옮기는 게 옳으냐, 운문을 운문으로만 옮겨야 하느냐 산문으로 옮겨야 하느냐, 독자와 동시대 문체로 써야 하느냐, 원전과 동시대의 책으로 읽혀야 하느냐 등등. 매번 작업할 때마다 그런 문제를 고민하시나요?
정 :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로 풀면 얘기가 복잡해집니다. 번역자의 선택이 가능한지도 별개문제입니다. 제가 "자, 오늘부터는 의역을 해볼까?" 하고 의역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광고라면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지만 문학 텍스트는 오역이 아닌 이상 번역자의 기질과 성향 세상과 만나는 방식이 결정적인 것 같아요. 제 경우 굳이 어느쪽이냐를 묻는다면 직역쪽에 가깝죠. 독자의 편의를 염려하는 것은 편집자 소관이고 역자는 저자가 어떻게 말한 것인지를 충실히 옮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죠. 

김 : 근본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겠군요.
정 : 그렇죠. 번역에서는 말귀를 알아듣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저자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이 깊어야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맥락을 잡을 수 있지 않겠어요? 이른바 '초를 치는' 번역은 싫어해요. 번역은 설명이 아니잖아요? 원문 풀어쓰기(paraphrasing)도 아니고요.


김 : 번역문이 술술 읽혀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반대쪽에는 번역문은 원문쪽으로 끌어당겨서 쓴 이질성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던데요. 
정 : 저보고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번역스러운 번역쪽을 택하겠죠. '번역투'가 나쁘다는 것이 통념인데, 왜 나쁘냐고 반문할 수 있거든요. 번역인데 번역투가 아니라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가만보면 몇몇 분열적인 직종이 있어요. 번역은 번역이 아닌 것처럼 보여야 칭찬받고 연기는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여야 호평받고. 정신건강에도 안 좋은 겁니다. 옛날엔 실물과 똑같다는 것이 그림에 대한 칭찬이었지만 달라졌잖아요. 저는 번역의 매끄러움에는 집착하지 않습니다. 번역의 완성도와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김 : 사실 주된 비난의 대상은 한글 문장을 번역투로 쓰는 경우죠. 번역서가 악영향을 끼쳤다고 원흉으로 지목받기도 하지만요. 우리가 읽는 책의 절반 이상이 번역서라면 자연스런 사태이기도 하겠죠. 
정 : 번역의 영향이 없진 않죠. 하지만 A라는 저자의 목소리는 영어로 읽어도 독특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작가란 모름지기 그런 독특한 목소리가 없으면 작가가 아니잖아요? 비문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고 저자의 문투를 무화하는 방향은 제 방침이 아니에요. 그걸 어떻게 보존하느냐를 고민하는 쪽이죠. 물론 번역자 중에는 (글이) 이런 꼴은 못 본다고 생각해 다듬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입장의 차이죠. 




김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보니 편집위원들이 문학의 고전은 세대마다 새로 번역돼야한다고 표명하셨어요. 번역은 원작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이 상식인데요.
정 : 그 문제도 단순하지 않아요. 그분들은 그렇게 선언했지만, 원작은 가만히 있는데 번역은 왜 시대마다 새롭게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간단한 건 아니죠.

김 : 번역문에 쓴 단어가 예스러워져서 동시대 독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겠죠?
정 : 저는 현재 흔히 쓰지 않는 단어도 뜻과 느낌이 맞다면 쓸 수 있다고 보는 쪽이죠. 쓰지 말아야 할 유일한 이유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인데, 독자들은 사전을 찾아보면 안되나요? 어휘 선택도 일종의 검열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의 탐닉 , "세상 모든 일이 번역인지도 모르죠" - 번역가 정영목"편, 김혜리, 씨네 21 북스, 2010년, p317-322 (중간중간 발췌 했습니다.)




참고로.

알베르 까뮈가 이방인을 처음 발표 한 것이 1942년, 노벨상 수상은 1957년이고
김화영 교수가 이방인을 처음 번역한 것이 1987년이라는 군요. 

민음사판 세계문학 전집 좋아하고 이백권 가까이 소장하고 있긴 하지만, 원작은 가만히 있는데 번역은 왜 시대마다 새롭게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합니다. 근 80여년 전의 글이라면 어느나라의 글인지를 막론하고 예스러울 수 밖에 없겠는데 그 예스러운 글을 스타일리시하게 번역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정서씨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은 가면을 쓰고 들어앉은 그림자가, 김화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실체를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죠. 누가 뭐가 되었건간에 말이지요. 

이정서씨의 번역과 김화영 교수의 번역 발췌 비교본 몇 줄 읽었습니다만, 
프랑스어를 모르는 입장에서, 또 원문을 보지 못한 입장에서, 80년 전 프랑스의 글은 저렇게 쓸데없이 꼬아놓고 난해했을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까뮈가 난해하고 난삽하게 글을 써 놨다면 번역자도 난해하고 난삽하게 번역해 줘야 맞는 게 아닌지........ 전 읽기 쉬운 글보다, 까뮈의 냄새가 그나마 어렴풋하게라도 남아있는 글이 좋네요. 
뭐, 까뮈는 난해하고 난삽하게 쓰지 않았어! 한다면 할 말 없구요.

개인적으로, 김화영 교수의 산문집이나 여행기도 다 읽어본 입장에서 이분의 한국어 문장 구사 능력에 대해서는 도저히 뭐라 말을 못하겠어요. 한국어 아주 훌륭하게 잘 쓰십니다. 국어 구사 능력 매우 뛰어난 분이세요. 
IP : 139.193.xxx.15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루나틱
    '14.4.4 7:09 PM (58.140.xxx.222)

    뭐 국어능력 6 외국어능력 4 정도로 봅니다

  • 2. ...
    '14.4.4 7:31 PM (123.111.xxx.160)

    최근 축의 시대를 읽음서 누가 번역을 이리 잘했나 봤더니 정영목이네요. 이 분 무리없이 번역 잘 하셨더군요. 갠적으로 번역은 원작자의 의도를 가장 근접하게 잘 옮겨놓은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외는 색을 입히던 덧칠을 하던...

  • 3. 감사
    '14.4.4 8:11 PM (203.226.xxx.124)

    좋은글감사합니다

  • 4. ㅇㅇ
    '14.4.4 8:50 PM (39.119.xxx.125)

    알랭드보통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사랑받을수
    있었던 큰 이유도 정영목의 번역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 5. 저런
    '14.4.4 10:30 PM (93.82.xxx.125)

    이정서나 듀나처럼 가면 쓴 인간들에 관심주지 말자구요.
    숨어서 남들이나 공격하고. 떳떳하면 나와서 정정당당하게 싸우든지.

  • 6. 스티미
    '14.4.5 8:39 AM (220.86.xxx.93)

    듀나는 좀 뜬금없네요. 듀나 직업은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에요. 영화평론가는 남을 비판하는게 직업이고요. 전 듀나를 보면서 오히려 익명성으로 인해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할 말 잘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듀나가 비평이 아니라 누군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누구 하나 잡아먹겠다고 달려드는 것도 본 적이 없네요. 듀나는 너무 쿨하고 너무 이성적인게 밥맛이지 숨어서 남 욕하는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우리나라처럼 학연. 지연에 얽매여서 밥 벌어먹고 사는게 많은 나라에서 듀나처럼 사는 것은 실력에 대한 자신감 아니면 힘든 일이라 생각해요. 작가들 중에 이런 스타일 많아요. 로맹가리는 에밀아자르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문학상을 두번이나 받았죠. 남을 욕할 때가 아니라면 이름을 버리는 것은 얻는것보다 잃는게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

  • 7. 까칠마눌
    '14.4.8 5:07 PM (114.124.xxx.3)

    저기... 마그리뜨님. ㅎㅎ 딴건 뭐 도저히 대꾸 하지 못하겠고요. 지난번 쓰셨다 지우신 글엔 답글 단 적 없고요. ^^;; 이 글이 그 글 읽고 쓴 글은 맞고요.

    출전을 밝히고 편집 없이 일부 인용은 명예훼손과 관계가 없답니다. ^^;;
    이런글은 짜집기라고 하는게 아닙니다|~~
    참고 하시라고... 스스로 자꾸 무식하다 하시니 가르쳐 드리는 겁니다. 이제는 악의적인 짜집기 그런말 쓰기 없기! 아셨죠? 아니라고 가르쳐 드렸는데도 자꾸 그러시면 그때부터 명예훼손 그쪽에서 먼저 하시는 거예요. 그러지 마시라고....

    전 뭐 그냥 책 좀 좋아하고 많이 읽은 평범한 전업주부일 따름. ^^;;

    조금 진정하심이 좋울 거 같아요.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 8. 까칠마눌
    '14.4.8 6:21 PM (114.124.xxx.3)

    마그리뚜님... 좀 질리려고 해요. 저는 로쟈를 좋아하지만 이 일 관련해서는 인용한 적도 끌어들인적도 없어요. 제 글의 어디에 로쟈가 나온다고 제가 신앙처럼 인용한 이라는 말을 하세요?

    적당히 하셔야지 실례는 지금 누가 누구에게 하고 있는 건가요 대체? 정말 불쾌해지고 있으니 말을 이따위로밖에 할 수 없다면 대화 중단 하고 이 글 원글만 복사해다 새 글로 쓸 거예요. 마그리뜨님의 불쾌한 글 보기 싫어서요.

    그러니 글 쓰실 때 누가 무슨 말을 했나 안했나 짚어보는 기본은 좀 지켜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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