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거창한데요
어제 8명이 12박 13일로 다녀온 여행후기를 올렸더니 제일 궁금해 하시는게 경비와 숙소,
그리고 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맞춰 여행을 다녔느냐 하는 거네요.
제 주변분들도 저희가 여행계를 해서 여행 간다는 말을 듣고는 같은 말씀들을 하세요.
근데 이번 여행이 저희에게는 처음이 아니에요.
저희가 오로지 놀러가자는 일념으로 뭉친건 벌써 3년 전이거든요.
그래서 작년, 재작년에 짧은 여행을 한 차례씩 다녀오면서 예행연습을 했어요.
처음엔 1년간 적은 돈을 모아 1인당 약 $700 정도 되는 예산으로 3박 4일 바하마 크루즈를 다녀왔구요
2년 전부터는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을 위한 경비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매달 짜투리 돈을 따로 모아 작년에는 1인당 $500 정도 경비를 들여 라스베가스에 다녀왔어요.
긴 여행을 위한 연습이었던 셈이었지요.
저희 원래는 10명이었는데 첫 여행 후 사정상 한 분이 빠지고
두번째 여행 후에는 주재원 근무기간 끝난 가정이 한국 돌아가면서 8명만 남게 되었어요.
나이대는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중반. 대부분 가정이 고딩과 대학생 자녀들이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고등학교가 4년 과정이고 입시가 단번에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통 빠르면 프레시맨(9학년), 늦어도 서포모어(10학년)부터는 입시를 준비하고
주니어(11학년)가 되면 완전 한국 고3하고 똑같아요.
그래서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입시가 맘에 걸리는 가정은 늘 몇씩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쿨~하게 떠났습니다. 어차피 애들 인생은 지들 것이기 때문에 ㅎㅎ
평소에도 같은 동네 살면서 애들 학교 모임으로, 종교, 봉사 모임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이 모임은 오로지 여행만을 위해 뭉친 모임이기 때문에
매달 한 번씩 만나 돈을 모으고 밥먹을 때면 주로 여행 이야기만 했어요.
다들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여행지를 이야기 하며 한 달에 한번씩은 아주 들떠서 헤어지곤 했죠.
여행가기 전까지 살 빼고 운동 많이 해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말도 버릇처럼 이야기 하고.
(하지만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능....)
그리고 서로간의 성격은 분명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서로에게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잠깐 만나는 건 괜찮지만 함께 여러 날을 지내자면 분명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문제죠.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건 -제가 이전 여행서도 느끼고 이번에 더 크게 느낀 것이지만-
저희 일행 한 사람, 한 사람씩 따로 보면 다들 모나고 부족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인데
8명이 뭉치면 서로 보완이 너무나 잘된다는 거에요. 그게 서로간의 궁합이라면 궁합이랄까.
가령, 어딜 다니다 보면 성격이 급해 앞장서는 사람이 있고 항상 늦는 사람이 있어요.
앞장 서는 사람은 일행을 인솔하기 위해 남보다 한 발 먼저 목적지에 가서 이곳이 맞는지,
다음 장소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행동하는 것이고
늦는 분은 호기심이 많고 뭐든 찬찬히 봐야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늦는 것이죠.
그런데 그 중간에서 앞사람 먼저 보내고 뒷사람을 챙기면서 중간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분이 있죠.
그래서 8명 전체가 서로 헤어지거나 길을 잃지 않고 여러 장소를 다닐 수 있어요.
앞장선 사람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 늦게 오는 사람은 남들이 못보고 지나간 것을 찬찬히 봐뒀다가
나중에 자세히 설명을 해주면 또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또 숙소에 돌아오면 어지르는 사람이 있고 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어요.
다들 자기 성격이고 살아온 습관이기 때문에 뭐가 옳고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그것만 인정하면 서로 편해요.
저희도 여행 중반 즈음에 한 차례 다들 언성이 높아진 적이 있어요.
1주일 정도 참고 지내다 터진 것인데 그날 저녁 모두 와인 한 잔씩 하면서
훌훌 털어냈고 그 다음부터는 아주 화기애애하게 잘 다녔어요.
돌이켜보니 저희 일행은 역할분담이 잘 되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다닌 듯 해요.
언어가 잘 통해서 가이드 및 통역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문가 뺨치는 카메라를 들고 일행의 멋진 화보를 찍어주는 분들도 있고
(이분들에게 잘 보여야 해요. 여행이 끝나면 남는 건 사진밖에 없기에 ㅎㅎㅎ)
뛰어난 메이크업 실력과 코디 감각으로 우리 일행이 쪽팔리지 않게 ㅋㅋ 해주는 분도 있고
음식솜씨가 좋고 동작이 빨라 아침에 후다닥 주먹밥을 싸는 분이 있는가 하면
가는 곳마다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폰카메라로 찍어 우리의 여정을 꼼꼼히 기록하는 분도 있고
밤이 되면 매서운 손맛으로 얼굴 맛사지를 해주는 분도 있고
직업이 약사인 분은 일행이 열흘 넘는 일정동안 먹을 비타민을 산더미처럼 가져오시고....
아! 우리 일행 중에 타짜도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말한 거 알면 안되는데)
그 타짜분은 일행이 쉬는 동안 슬쩍 카지노에 가서 밥값을 따와서는 크게 한 턱 쏩니다. ㅎㅎㅎ
이번엔 비엔나에 가서 한턱 쐈는데, 그 분 말이 비엔나 카지노(아마도 자허호텔에서 운영하는 곳인듯)는
물이 좋다네요. 사람들이 다들 턱시도에 드레스 입고 와서 화끈하게 잘 논대요.
암튼, 이번 여행하면서 다들 1주일이 체력의 한계이며
애들과 남편에게 미안하니 이렇게 긴 여행은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으나.....
이렇게 쓰다보니 집에 온지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또 떠나고 싶네요 ㅜㅜ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되어서 그런지 다들 새벽에 일어나서 단체 카톡방이 울리고 난리에요.
앞으로 틈나는 대로 키톡과 줌인 줌아웃에 여행사진과 후기 올릴게요.
기대해 주세요~~
행복한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