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증명사진

갱스브르 조회수 : 498
작성일 : 2014-04-02 14:13:53

서른 줄 접어들던 어느 날

사진관에 가 반명함 사진을 찍었다

딱히 쓰일 곳이 없음에도 그렇게 1년에 한 번씩 사진을 찍었다

흔하디 흔한 셀카는 민망하고 지나치게 작위적인 표정에 나 스스로 놀라 멈췄다

무엇보다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흥미가 없다

한데 왜 꼬박꼬박 사진관까지 발품 팔아 그 짓?을 하는지

하루에도 수없이 보고 의식하는 얼굴이지만

가끔 정형화된 틀 안에서 객관적으로 날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시간의 저장이자 가늠하기 힘든 변화에 대한 아날로그 같은 기록이다

그렇게 몇 년치를 모아 주르륵 나열해 보면 ...보인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인상과 심정의 비밀이 조명을 받아 더 잘 드러나 있다

카메라 렌즈를 바라봤을 당시의 어색함과 긴장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경직됐지만 단정히 올라간 입매

부자연스런 시선처리로 곤혹스러웠을 때의 불편함이 경계심 가득한 눈빛에 그대로 살아있다

봄맞이 서랍 정리를 하다 우르르 쏟아진 증명사진들...

그 속에 내 유치원 졸업사진이 있을 줄이야...

뽀글거리는 파마에 노란 머리...아마 엄마의 강제가 빚은 내 유년의 어느 날이었을 거다

도전적으로 째려보는 눈에 앙 다문 입

뭔가가 디게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천진한 아이의 얼굴이기보단 일찍 철이 들어 세상을 좀 알아버린 냉소가 있다

나는 사진속에 박제돼 있지만 기억은 숨쉰다

과거의 회로를 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산타가 세상에 없다는 것

이쁜 아이가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어른들은 간혹 징그럽다는 것

최초의 컨닝이 이루어진 곳

후다닥 스친 기억의 잔재가 먼지처럼 나른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9093 수학학원이랑 과외를 병행하시는 분 3 수학 2014/04/09 2,001
    369092 11억 할인 아파트 참맛 2014/04/09 1,652
    369091 초등과학문제집은 어떤게좋은가요? 1 살빼자^^ 2014/04/09 1,054
    369090 아기키우시는 분들 매일 산책하시나요? 3 baby 2014/04/09 1,066
    369089 분가한지 2년 4개월째 16 고마워요 8.. 2014/04/09 5,215
    369088 얼굴 가리는 마스크 자외선 시러.. 2014/04/09 911
    369087 고등학교 학원 보내시는 분들이요 1 에휴~~ 2014/04/09 1,067
    369086 펀드 장기로 가져가면 증권사에 이익인건가요? 저한테 이익은 아닌.. 5 .... 2014/04/09 1,387
    369085 1구 전기레인지 쓰시는 분 계신가요? 3 고민 2014/04/09 11,757
    369084 마흔 중반 비발치 교정도 치아나 잇몸에 부담이 클까요? 5 비발치로효과.. 2014/04/09 2,106
    369083 코로 식염수 넣어서, 입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 좀 자세히 알려주.. 5 코세척 2014/04/09 3,038
    369082 나와 타인의 차이를 알아가는 재미. 3 깍뚜기 2014/04/09 2,134
    369081 여성용 골프채 문의합니다 7 죄송.. 2014/04/09 2,947
    369080 황인자 “안철수, 박 대통령 스토킹”…야 의원 거센 항의 5 세우실 2014/04/09 863
    369079 무가 웃기게 썰어져요... 어케 써는건지 가르쳐주세요 5 다이아몬드 2014/04/09 867
    369078 식염수 코세척 한후, 코에 식염수가 남아있는거 같으면 어떻게 하.. 9 코세척 2014/04/09 5,017
    369077 혼혈 초등1학년 한국에 2달 혼자 보내기 13 질문 2014/04/09 2,432
    369076 밀회의 강준형이 찾아간 역술인보면서.. 5 d 2014/04/09 4,333
    369075 오래된 패브릭쇼파가 비염에 정말 안좋을까요 6 비염 2014/04/09 2,556
    369074 이웃집토토로,조카한테 보여주고 싶은데 5 차카게살자 2014/04/09 1,046
    369073 베이킹소다로 머리감기.. 6 소란 2014/04/09 8,912
    369072 저희집 개가 나무마룻바닥을 긁어 드셨어요 4 어흑 2014/04/09 1,328
    369071 헤어트리트먼트 좀 추천해주세요.. 5 헤어트리트먼.. 2014/04/09 3,498
    369070 초등 고학년 왕따 어찌 해결해야하나요? 16 왕따 2014/04/09 3,306
    369069 큰 벌레가 들어왔는데 살려서 내보낼 수 있는 방법요 3 구조 2014/04/09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