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속옷

갱스브르 조회수 : 616
작성일 : 2014-03-29 12:24:40

아마 사춘기 접어들면서 였을 거다

가족들 빨래통에서 내 속옷이 사라진 때는...

성인이 돼서도 씻는 참에 조물조물 빨라 내 방 구석에서 밤새 말렸다

젊은 아가씨니까...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3일 동안 간호하다가 처음 봤다

다 낡아빠져 늘어진 면 팬티 ...

생신 때마다 선물로 드렸던 속옷들은 포장지 그대로 장롱 구석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의식이 불분면한 상태에서도 외할머니는 아랫도리를 정리해 드리려 손이 닿으면

움찔 놀라시며 반사적으로 힘겹게 뿌리치셨다

자존심은 살아계셨다

다시 아기가 돼버린 외할머니의 마지막은 급박한 응급실에서였다

병원에서 사람은 그저 몸뚱아리가 먼저다

환자의 수치와 부끄러움은 불필요하다

전 날 밤 엄마랑 외할머니의 목욕을 도왔다

일부러 새 속옷을 갈아입혀 드렸다

의사들의 응급처치에 할머니의 옷은 한 올 한올 벗겨져 나갔다

다행이다..그나마 깨끗한 속옷으로 바꿔드려서...

외할머니의 죽음이 슬펐던 이유엔 낡디 낡은 팬티가 있다...

또 그때부터였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서 어느 날 내가 응급실에 실려와 낱낱이 해부되는 상황을...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일 텐데 난 내 속옷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나의 무방비 상태

그날 응급실에서 본 광경은 엉뚱하지만 그랬다

상을 치르고 가을 바람이 솔솔 부는 어느 날

큰맘 먹고 괜찮은 속옷 가게에 갔다

늘어지고 와이어가 망가진 것은 그 즉시 버렸다

예쁘게 포장해서 오는 내내

싸한 안도감이 슬프게 밀려왔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0208 시좀찾아주세요 4 서울의달 2014/05/18 972
    380207 [만화] 오월의 사람들..... 5 저녁숲 2014/05/18 856
    380206 기어코 국가개조하겠다는 박 6 너부터 2014/05/18 1,808
    380205 휘슬러,실리트,wmf 냄비좀 골라주세요.. 1 하늘담은 2014/05/18 2,059
    380204 이번에 대안언론과 아이들 동영상 없었으면 어땠을까요? 2 ㅇㅇ 2014/05/18 1,042
    380203 집회하는사람들연행후ㅡ미사참여ㅡ대국민담화 3 정체가뭐니?.. 2014/05/18 1,218
    380202 (이 시국에 죄송해요)아파트 매매와 관련하여 조언 꼭 부탁드립.. 5 부탁드려요~.. 2014/05/18 1,511
    380201 518 기도하는 박근혜 11 모하니 2014/05/18 2,091
    380200 서울경찰청과 조금 전에 통화했습니다. 33 델리만쥬 2014/05/18 10,338
    380199 원순하트앱 홍보 좀 할려구요 3 부끄럼 2014/05/18 866
    380198 오유에서 지금 바자회 하나봐요 3 2014/05/18 1,527
    380197 세월호 브리핑 않겠다는 합동수사본부, 왜? 15 이게 뭐야 2014/05/18 2,425
    380196 [정권교체] 너무 아파요 도와주세요 9 ㅇㅇ 2014/05/18 1,499
    380195 북한 대형사고 이례적 사과 보도 15 애만도 못한.. 2014/05/18 2,523
    380194 [카더라 예언] 내일 아침 옷닭 담화내용 7 우리는 2014/05/18 1,755
    380193 아래 '운영자님, 여기가...' - 댓글은 여기에 32 82가 무섭.. 2014/05/18 1,612
    380192 거제도 잘아시는 분 6 리마 2014/05/18 2,235
    380191 유가족 면담, 기사 사진 제공이 청와대네요 7 ... 2014/05/18 2,101
    380190 서울경찰청 전화 - 전화라도 많이 해주세요. 26 데이 2014/05/18 2,424
    380189 요즘 태양의 빛이 안보이네요 10 뜬금없지요 2014/05/18 1,380
    380188 박근혜퇴진- 책장종류 많은 원목가구 브랜드좀 4 알려주세요 2014/05/18 1,474
    380187 (그네아웃)점뺐는데 곪은것같아요 2 점뺀녀 2014/05/18 1,107
    380186 왜 김기춘 실장을 겨냥 하는가 구원파는 2014/05/18 3,741
    380185 째 라는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세여... 8 rachel.. 2014/05/18 884
    380184 서울경찰청으로 전화해주세요.-어제 연행되신 분들 아무도 석방되지.. 7 데이 2014/05/18 1,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