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얘기지만 고민되는 일이 있어 올려봅니다.
간단히 요점만 올릴께요.
친정 아버지께서 몇 년 전 보상금으로 재산이 꽤 많이 생기셨어요.
자식들은 그 전엔 집에 돈이 없었기 때문에 각자 번 돈으로 빠듯하게 출가들을 한 상태였죠.
저는 시집가기 전에 직장생활하면서 8년 정도 집에 생활비 겸 용돈을 꼬박꼬박 드렸구요(한 달에 약 50만원 정도+명절, 생신, 어버이날도 매번 50 이상씩+동남아 해외여행 몇 번 보내드림).
아버지 돈 생기시면서 타시던 SUV 차량 받았네요(따지기 싫지만 굳이 따지자면 용돈 드린 값과 비슷).
그런데 아버지가 돈이 생기신 이후로 오히려 집안 분위기는 더 안좋은것 같아요.
아버지 재산 떼어주시길 바라진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은근히 지금 고생해도 나중엔 좋은 일 있을거다,
하면서 희망고문 하셨는데 돈 생기고 나니 굉장히 철저히 관리하시면서 자식들은 물론 손주들(설날 세뱃돈 외에는) 용돈 한 번 안주세요. 죽기 전에 다 쓰자는 주의로 지금 고급 실버타운 알아보고 계시구요.
저는 시집가서 풍족하진 않아도 맞벌이하면서 부족하지도 않게 살고 있기 때문에 별로 서운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둘째 낳고 일 쉬게 되면서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니까 너무 그러시는 모습이 좀 서운할 때가 있어요(저는 18평 짜리 낡은 빌라 전세/아버지는 60평 자가 아파트, 해외여행 1년에 수차례 가시고 백화점에서만 옷 사입으심).
그래서 애기 낳을때 거의 조르다시피 해서 산후조리원비 200만원 받았는데, 그러면서도 치사한(?) 생각이 들더라구요..턱 하니 주시는게 아니라 좀 생색내면서 주셔서요(친구분은 딸네 시댁에서 대줬다는 식으로...근데 저희 시댁은 형편이 좀 안 좋으신 데다가 큰 애를 거의 키워주다시피 하셨어요.)
아버지는 나름 '나 죽으면 이 재산 다 너희들 건데' 하면서 자식들이 굉장히 잘하길 바라세요. 근데 전 그 말도 마음에 안 들어요. 그냥 마음으로 잘 해드리던 건데, 마치 재산 바라고 하는 사람 되는것 같아서요. 그리고 막말로 그럼 돌아가시길 바라기라도 하라는 건지...
지금 상황은 이렇구요.
여쭤보고 싶은건..
이번에 아버지께서 칠순 기념으로 친구분들 모임에서 미국 여행을 가시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식들에게 500만원씩 내놓으라고 하고 계세요. 어떻게 하나 보려고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긴 한데 저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고 부담스러워요. 위에서 썼다시피 지금 일도 쉬고 있는데 그만한 돈 내놓기 남편에게 눈치도 보이구요.
정말 말 그대로, 나중에 받을게 많으니까 이런 돈도 기분좋게 턱 내놓는게 맞는건지..참고로 (보상 받기 전에) 환갑잔치는 해드렸었고 칠순잔치 안하는 조건이긴 해요.
만약 돌려서 말씀드린다면 어떻게 서로 기분 안 상하고 지혜롭게 말씀을 드리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우리도 힘들다고 하면, 나중에 받을게 얼만데 이까짓것도 안 내놓냐는 식이시고 드리자니 진짜 무리해서 드리는 거거든요. 제가 속이 좁은 건지..냉철한 판단 좀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