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656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6796 코스트코에 오일병이 있나요? 더불어 발사믹도. 2 2014/06/06 2,042
    386795 대한민국의 진정한 보수 2 ... 2014/06/06 1,187
    386794 인천 경기 부산... 이제 4년을 또 어떻게 견딜까요? 17 친박 3인방.. 2014/06/06 1,760
    386793 세종고 수학 선생님 진짜 일까요? 57 ㅁㄴㅇ 2014/06/06 71,200
    386792 연합)與, 교육감선거 폐지·임명제 전환법안 발의 9 사실확인 2014/06/06 1,504
    386791 (펌)이명박과 조희연, 이것만 봐도 극과극이죠 14 와이거좀보세.. 2014/06/06 2,818
    386790 일상글급질)아버지머리에 이상이있어요 3 머리 2014/06/06 1,376
    386789 맞선으로 결혼하면 불행하지 않을까요? 16 맞선 2014/06/06 6,607
    386788 서울시티투어 27군데 종 어디를 골라가야할지요 5 2014/06/06 2,109
    386787 최시중딸 최호정 67년생이던데 21 최호정 2014/06/06 6,869
    386786 부모님이 결혼기념일이라 영화 보신다는데, 영화 추천 좀 해주세요.. 5 ..... 2014/06/06 1,341
    386785 아이들 원시안경(돋보기) 쓰면 많이 이상한가요 5 2014/06/06 1,788
    386784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6/06am] - 진보교육감 압승의 비밀 1 lowsim.. 2014/06/06 1,549
    386783 천주교에 대해서 질문이 있습니다. 11 궁금합니다... 2014/06/06 2,250
    386782 면 32수 많이 두껍고 거친가요? 3 급한질문 2014/06/06 1,823
    386781 이번 선거를 치른 한 광주시민의 넋두리 15 이번선거 2014/06/06 2,825
    386780 윤장현 당선을 지켜보는 한 야권 지지자의 마음. 51 .. 2014/06/06 3,661
    386779 윗집 세면대 물이 안내려간다는데 5 질문 2014/06/06 3,528
    386778 아래 [펌] 지방선거 감상평 1부 주소 3 ㅇㅇ 2014/06/06 882
    386777 홈매트 액체형과 매트형. 액체형이 효과떨어진다는건 저만의 생각인.. 밀빵 2014/06/06 1,334
    386776 노원 성북쪽 분들~에어컨 기사님 소개해주시면 감사~ 1 이사 2014/06/06 1,076
    386775 아들에겐 천사, 모든 싫은 소리는 며느리에게만 하시는 시어머님,.. 12 이런 2014/06/06 4,040
    386774 부산시장 투표용지에 사퇴자도 표시되는바람에... 15 2014/06/06 2,436
    386773 피말렸던 경기·부산·강원·충북.. 무효표가 승패 갈랐다 4 ㅇㅇㅇ 2014/06/06 1,549
    386772 9회말 투아웃, 조희연 서울교육감 꼴지에서 기적같은 대역전드라마.. 1 집배원 2014/06/06 1,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