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606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8404 새누리콘크리트가 붕괴되기 시작했네요 19 이유가있군 2014/05/12 9,091
    378403 부산지역 지하주차장서 불..70대 숨져 3 ........ 2014/05/12 1,736
    378402 촛불은 안 들겁니다.... 4 하... 2014/05/12 1,379
    378401 민주당 "세월호 관련 정부 비판 금지" 지침... 29 2014/05/12 2,999
    378400 이종인을 울린 몹쓸 82쿡 아줌마들 24 보리수 2014/05/12 11,298
    378399 아래 "노무현의 남자 김진표.." - 댓글은.. 4 175.22.. 2014/05/12 859
    378398 아래 기대되시죠? 220.70입니다. 4 .. 2014/05/12 790
    378397 기대 되시죠? 좌파성향 사이트에 우파성향 글올리면 강퇴하는지,,.. 6 다들 2014/05/12 856
    378396 김진표?? 비전맘 2014/05/12 796
    378395 난리네 - 국민대서 홍역 집단 발병..대학가 확산 조짐 4 참맛 2014/05/12 2,391
    378394 '살신성인' 승무원 박지영씨 등 3명 의사자 4 세월호 2014/05/12 1,837
    378393 아래 "미국시민들께서.." -댓글은 여기에 9 175.22.. 2014/05/12 985
    378392 이런..우리나라에서 10 .... 2014/05/12 1,468
    378391 부산시장후보 오거돈...의 영향력의 근원은? 2 경기도여자... 2014/05/12 7,676
    378390 이와중에 죄송합니다만 혹시 육감쫄면 레시피 아시는분 rndrma.. 2014/05/12 1,838
    378389 나의 선언. 154 。。 2014/05/12 12,089
    378388 오늘의 중요글 목록 47 서세원.전양.. 2014/05/12 4,268
    378387 오늘 딸 보고 왔어. 내 예쁜 딸…. 너무 곱더라. 4 대합실 2014/05/12 3,680
    378386 오늘 아침 82신문- 알짜만 뽑았어요. 17 82늬우스 2014/05/12 2,271
    378385 큰 놀이학교 기업에서 퇴직금을 안줘요 2 Hallow.. 2014/05/12 1,442
    378384 지금 팽목항에 계실 3 5월나비 2014/05/12 976
    378383 고딩 영어내신은 혼자준비하나요 3 철기 2014/05/12 2,214
    378382 새누리 이완구 ”세월호 광고 낼 돈 있으면 유족 도와야” 27 세우실 2014/05/12 3,044
    378381 인터넷에서 산 물건이 두달이 되어도 죄송합니다 2014/05/12 833
    378380 알바가댓글다는것도 정치적선동 인데 2014/05/12 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