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568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0978 만약 내 남편이 내가 죽자마자 다른 여자 사귀고 결혼하시면 어떨.. 42 2014/06/24 5,615
    390977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가르쳐준 노래 82쿡 2014/06/24 860
    390976 30년이상 원전의 가동 중단을 위한 청원이 진행 중입니다. 도와.. 1 탱자 2014/06/24 799
    390975 고추장멸치볶음이 너무 많아요.어떻게 먹을까요? 2 주먹밥? 2014/06/24 1,169
    390974 미국에서 로알드 달 책은 어린이들 책으로 문제시 된적이 없나요?.. 4 궁금 2014/06/24 1,935
    390973 동창 4명 모이는데 영등포 타임스퀘어 맛집 좀 알려 주세요. 12 00 2014/06/24 2,965
    390972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선영 아나운서 원피스 1 찾아주세요 2014/06/24 1,796
    390971 16일 만에 세월호 실종자 수습..단원고 여학생 추정 18 세월호. 2014/06/24 2,453
    390970 영양제 좀 추천 부탁드립니다 5 43살 빈혈.. 2014/06/24 1,400
    390969 헤어왁싱하면 머리결 상해요? 불안 2014/06/24 2,859
    390968 이 쇼파커버는 구할 수 없나요??? ㅠㅠ 7 no 2014/06/24 1,779
    390967 플룻배우기.40대중반. 8 초록나무 2014/06/24 4,261
    390966 대구지법 "아들에 과다 증여, 딸 유류분 침해한 것&q.. 샬랄라 2014/06/24 1,985
    390965 얼마전 "이만원에 양심을판~" 생략. 4 씁쓸 2014/06/24 2,390
    390964 3년정도 매실청 담겨있던 항아리를 구웠더니 찐한 진액이 밖으로 .. 5 매실 항아리.. 2014/06/24 4,123
    390963 합의 관련 아시는 분 계실까요 6 뺑소니 2014/06/24 1,076
    390962 미국에서도 남들의 관심 끌려고 아이에게 소금밥 먹인 엄마가 있었.. 3 ........ 2014/06/24 1,643
    390961 아이혼자 제주도 비행기 탑승가능한가요?(생일지난12살요) 3 ... 2014/06/24 1,745
    390960 미국 4주 학교 연수가는 대학생, 따로 보험을 들어야 하나요? 4 보험 2014/06/24 1,258
    390959 초1 남아... 독서록을 하루에 2개씩 쓴대요.. 7 ... 2014/06/24 2,038
    390958 아이들이 혹 할만한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는 뭘까요 7 엄마밥 2014/06/24 2,047
    390957 이모,나 살아 돌아왔어..ㅠㅠ 19 ... 2014/06/24 15,245
    390956 피가 덜가신 옷 어떻게해요? 4 세탁 2014/06/24 1,290
    390955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quo.. 10 oops 2014/06/24 1,473
    390954 매실항아리 날파리 4 매실사랑 2014/06/24 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