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한 발언과 관련,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 개발을 우려하며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큰 핵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체르노빌보다 더 큰 핵 재앙을 낳을 것이라는 발언의 근거가 매우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월 영국 군사전문기관인 IHS 제인의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의 모 교수 논평을 인용한 이 보고서는 발표 당시에도 많은 원자력 전문가들로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변 원자로와 체르노빌 원전은 모두 흑연을 감속재로 쓰고 있지만, 규모와 구조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영변의 5MWe 실험용 원자로는 열출력 기준으로 체르노빌 사고 원전의 128분의 1에 불과한 소규모로, 핵연료 연소도도 매우 낮아 폭발 사고로 노심 파괴가 발생한다 해도 방사성물질 유출량은 체르노빌의 200분의 1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경향>은 또한 영변 핵단지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고 해서 연쇄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정하기 어렵다고도 전했다.
<경향>은 이날 사설을 통해서도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었다. 사설은 “대통령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면 정확한 정보와 판단에 기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은 신뢰를 잃고 통치력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마 박 대통령은 북핵 위험성을 강조하려다 검증되지 않은 소수 견해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은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발언할 자유가 없다. 더구나 국제회의 석상의 발언”이라며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면 정확한 정보와 판단에 기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은 신뢰를 잃고 통치력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그동안 북핵 문제에 관한 정부 입장은 북한이 먼저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북핵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이렇게 느긋하고 한가로운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북핵 협상의 필요성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설은 “당장 북한에 안전 조치를 위해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제안도 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과연 그런 정책적 전환을 준비하고 발언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