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다 위기는 있었다
어떻게 하지...에서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됐다
걱정하는 만큼의 위압으로 내 인생을 덮친다 해도 정신 하나 멀쩡하니 또 살아지고
고꾸라지는 만큼 평평하니 걷기 좋은 햇살과 바람도 봤다
유비무환은 사자성어만 존재하는 듯하다
아무리 대처하고 미리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실시간 인생의 항로는 예측불가다
위기가 기회인지는 잘 모르겠고 나 자신의 밑천이 다 드러나는 상황인 건 맞다
내 그릇의 크기...
배포, 자신감, 순발력, 감정의 온갖 센서가 다 작동한다
시간을 두고 고민고민하는 것보다 목에 칼이 들어오면 번뜩이는 재치가 발휘되기도 하고
미루고 미루다 헉하는 순간 일사천리로 마무리되기도 하고
벼랑 끝 궁지에 몰렸을 때 떨어지면 죽는다...했다
없던 날개가 튀어나와 훨훨 날지는 못해도
기어서라도 올라간다
미처 몰랐던 에너지가 전류처럼 온몸을 감싸고 돈다
그저, 살려고...
그나마 걱정하고 상념에 허우적대는 건 좀 살 만한 거다
닥치면 움직인다, 자신도 모르게...
두 달여 전 다가올 봄이 자신 없어 예약 문자를 나 자신에게 발송했다
"어떻게 살고 있냐고..."
아무 생각 없이 빵 사 가지고 오는 길
동네 개는 짓고 봄바람 살랑대는 집앞 골목 어귀에서 받은 문자...
발신일은 1월 4일 새벽 2시 40여 분...
두 달 새 전혀 생뚱맞은 문자가 됐다
그땐 분명 최악이었다...
인생의 궁지가 나를 몰았고 행동하게 했다
봄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