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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결여는 김수현 작가의 감정이입이 과잉이었던 것 같아요

// 조회수 : 6,162
작성일 : 2014-03-23 23:33:13

작가가 직접 어디엔가 쓴 에세이에 사생활을 드러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어요.

드라마작가로 데뷔한 후, 교사였던 남편과 불화가 생겼고 헤어진 후에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써놓았더군요. 이혼사유는 가정폭력이었어요.

왜 그렇게 드라마 안에서 가정폭력에 대해 민감하고 단호한지 공감이 되더라구요.

물론 여주인공은 오은수(이지아)였지만 작가 본인은 채린(손여은)에게 깊이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구요, 그게 도를 넘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드라마 초반에 지겹고

재미없던 것에 비하면 대중예술로서의 드라마의 역할은 잘 하고 끝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비록 스토리가 산으로 갔다 할지라도 김수현 작가가 신도 아니고 노령에 이 정도 시청률과

화제를 이끌어낸 건 대단히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작가처럼 불러주면 보조작가들이

타이핑해서 낸 작품도 아니고 쪽대본 없이 직접 쓰는 걸로 유명한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물론 거장 소리를 듣는 수십년 경력의 소유자이지만 쓰는 드라마마다 빠지지 않은 이혼녀들과

과부들...그리고 본인의 캐릭터를 빼다박은 듯한 없는 집안에서 자란 똑똑하고 경우 바른 여주인공들.

청주에서 유명할 정도로 수재였고 잡지사에서 일하고 받은 돈이 너무 야속하고 홀대하는 회사에

분개해서 월급봉투를 박박 찢어버렸다는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고 독립하기 위해서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써있더군요.

 

암튼, 차기작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고 이 정도 뽑아냈다면 반은 성공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드라마작가들 중에 제가 좋아하는 분들은 하나 둘씩 세상을 뜨기 시작하네요. 조희 작가는 아예

검색에 제대로 뜨지도 않는데 자살하셨다고 얼마 전에 들었어요. 김수현 작가샘의 제자였구요.

SBS [결혼]이라는 드라마가 인상적이었죠. 최명길과 양금석이 임채무를 놓고 벌이는 전쟁 아닌

전쟁...그리고 새로운 연인이었던 남성훈(이분도 고인이 되셨죠)과의 갈등...엔딩은 너무나 끔찍하게

마무리되었지만, 조민수의 당찬 연기와 윤동훈의 지적인 캐릭터가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아무리 막장드라마가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김수현 작가는 세상에 크고 작은 울림을 주는 분인 것 같아요.

대사가 길고 클리셰가 꽤 반복되지만, 묘하게도 화면을 사로잡는 언어의 마술사라는 호칭은 잘 어울립니다.

부디 오래 건강하셔서 좋은 드라마 계속 써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주 마지막회라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IP : 175.194.xxx.22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는
    '14.3.23 11:37 PM (223.62.xxx.44)

    세결여 보고 이번에 팬 되었네요
    김작가님의 다른 드라마도 챙겨보고싶을만큼요.
    다른작품들도 이만큼 캐릭터 심리묘사가 입체적이고 탁월한가요?
    전 이번에 너무너무 감동받아서 이 이상은 없을것 같아서요

  • 2. 네 네
    '14.3.23 11:39 PM (223.62.xxx.34)

    오래전부터 팬입니다.
    이런 간접인생을 경험하게 할수 있는 드라마를 집필하는 작가는 흔치 않을겁니다

  • 3. ...
    '14.3.23 11:43 PM (116.39.xxx.156)

    등장인물들이 시청자들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고 이러니 저러니 말들이 많지만
    하나하나 인물들을 파고들어보면 각자 가진 캐릭터대로 행동할 뿐이고
    모든 사건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있고 흐름이 있지요.

    심리의 치밀한 묘사, 군더더기 없는 짜임새, 결국은 인간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어떤 작품에서든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한마디로.......클라스가 다르죠.

  • 4. 왜들
    '14.3.23 11:45 PM (223.62.xxx.109)

    초반에 그리들 욕을 해댔는지...
    할매라는 호칭을 '친근감'이 아닌 비아냥으로 써대고.
    참 이상한 사람들 많았습니다.

  • 5. sancho
    '14.3.23 11:54 PM (222.104.xxx.136)

    김수현 작가님같은 분이 친구였음 좋겠어용...

  • 6. ^^
    '14.3.24 12:01 AM (211.202.xxx.11)

    정말 조희 작가가 자살했나요? 결혼이라능 드라마 정말 기억에 남는데..... 그래도 성공한 작가가 아니었나요? ㅠㅠ

  • 7. //
    '14.3.24 12:04 AM (175.194.xxx.227)

    이환경 작가는 컴퓨터를 아예 못 다룬다고 해서 보조작가들이 타이핑을 합니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구요.
    본인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직접 들었습니다. 사극을 원고지에 쓰기 시작해서 익숙하지 않다고 했어요.
    [결혼]은 조희 작가의 개인 작품이죠. 그땐 크리에이터나 감수자가 있던 시절이 아니니까 초고부터 직접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결혼] 이후의 작품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 8. 임성한 작가나
    '14.3.24 12:18 AM (116.36.xxx.157)

    김 수현 작가나 공통점이 있어요. 주인공의 행동이나 말 심리에 과도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죠. 주변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필수고, 지지 안하는 인간은 뭔가 개념 없거나 욕심 가득한 뒤틀린 인간이고 이 사람들도 나중에는 주인공의 진심을 깨닫고 다 주인공을 최고다라고 칭송하고 끝나죠. 아리영이나 은수나 비슷해요.

  • 9. ..
    '14.3.24 12:33 AM (116.39.xxx.156)



    김수현작가 이야기에 꼭 임성한 이야기 따라나오는 것 정말 유감이에요. -.-;;;;

    임성한 쓰레기 드라마 안 본지 오래지만,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다는 건 아는데....
    예전에, 지금보다 좀 덜 비정상적이었던 드라마에서 종종 김수현 작가 흉내내는 건 느꼈어요.

    하지만
    전혀 다릅니다.
    임성한 쓰레기 드라마에는 온전한 캐릭터라는 게 없어요.
    따따따 하는 대사 흉내만 내다 말 뿐
    이야기에 아무런 개연성도 당위성도, 살아있는 캐릭터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쓰.레.기.라고 밖에는 다른 어떤 표현도 들어맞지 않는...... -.-;;;
    임성한같은 작자(작가 아니고 작자)랑 종종 비교되는
    김수현 작가 지못미.....ㅠㅠ

  • 10. 사실
    '14.3.24 1:22 AM (116.36.xxx.157)

    아리영이나 은수나 항상 남들을 가르치려고만 하지 남들 이야기를 잘 듣는게 없어요.(자기 자식만 빼고요)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존중과 사랑이 남들에게는 아주 부담스럽죠. 자기 자신은 절대 고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인들은 그런 주인공을 받아 들여 줘야 하고 주인공을 비난해서는 안되고 뭐 이런 분위기가 좀 어이 없죠. 사실 은수는 제 힘으로 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입만 살았죠. 예전 아리영도 생각해 보면 어찌나 입만 살았었는지 그 드라마에도 도우미 아줌마가 인기 였었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요.

  • 11.
    '14.3.24 7:53 AM (14.52.xxx.98)

    조희 작가 얘긴 충격이네요. 째즈가 정말 감각적이면서도 좋았는데.
    결혼은 김수현 원작소설을 조희가 드라마화했던 걸로 알아요. 그게 벌써 20년 전이네요.

  • 12. 가을안개
    '14.3.24 8:02 AM (39.7.xxx.24)

    대학 1 학년때
    에리히프롬 과 김수현작가의 책을 붙들고 살았네요ᆞ
    인문학적인 지성의 사유 도
    사랑을 알아가는 풋내기여대생의 가슴도
    이 두 천재 들이(적어도 제게는)
    영향을 많이 미쳤답니다ㅡ
    그후로
    그 푸르던 청춘은 세월과함께 50의 중반의
    길목에서
    잠시 회억에잠기며
    여전히 나의가슴과함께해온 김수현작가의
    모든 작품들이 스쳐지나가네요ᆞ
    자신의일에대한 집념도
    모래알 보다 작은 감정의표현까지도
    절묘하게 표현해내고
    삶의 온갖군상들에게서도
    늘 지 적인 아픔을 끄집어내어 나름대로의 캐릭터에
    애정을줄줄아는
    진정으로 가슴이 따뜻한 작가인것 맞습니다ㅡ

    감히
    제 부족한표현으로
    제 인생반이상을 좋아하며 존경하는
    김수현작가님에 대한 글을 남기는
    것에 부끄러움과 황송 함을 함께느끼며ㅡㅡ

    오늘은 봄바람 나풀거리는
    경치좋은 창가에앉아
    향좋은커피한잔 마시며
    제가 처음 접했던 김수현작가의 "상처 " 를
    읽어봐야겠네요ᆞ
    오늘 이시간의 이봄날은
    다시 내게 돌아오지 않을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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