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에 공항에 떨어지는 친구 마중하려 3시부터 부랴부랴 출발
인천 공항 가는 길에 접어들자 괜히 맘이 시리게 뜬다
운전대 잡고 앞만 보고 직진하는데도 주변 주황빛 풍광이 다 눈에 들어온다
나이 들어도 비행기 타는 어수선한 맘이 좋아 여행 자체보단 공항가는 길이 설레고 그랬다
누구는 옆 집 드나들 듯 비행기를 무슨 대중교통 이용하듯 쉽게 대하지만
난 누군가를 마중하는 목적지가 "공항'이라는 것만으로도 긴장된다
첫 느낌이 주는 기억의 잔향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
무엇보다 자아를 찾겠다고 소설 속 주인공 흉내내며 유치하고 도발적 삶에 꽂혔던 지난 날의
객기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트렁크 끌고 덤덤하게 사라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멋지고 자유로울 수가...
무심하게 발권하고 나른하게 출국 게이트에서 아무 동요도 없이 줄을 서고 하는 익숙한 몸놀림이 부러웠다
학교 졸업 기념으로 나 자신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처음 한 일은
공항 답사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나지만 그땐...
솔직히 두려웠더랬다
무모한 감정이 모험을 부추기긴 했지만 막상 출국일이 다가오자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마음은 이리 설레발 저리 설레발 잡히지가 않았다
공항 버스 타고 시간을 달려 주변을 눈에 담고 내가 걸어나갈 동선을 둘러봤다
낯섦이 주는 공포와 기대가 마음을 더 고요하게 했다
결론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싱겁게 나홀로 여행은 마무리 됐다
막상 소풍 자체보다 전날 밤이 쿵쿵거리는 것처럼...
돌아갈 곳이 있어 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빤히 친구가 나올 문을 바라본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저 사람은 몸이 반쯤은 바리케이드 안으로 말려있다
마음이 들고 나는 곳...
난 공항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