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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우울증일까요?

조회수 : 2,179
작성일 : 2014-03-22 15:03:16

오늘 갑자기 눈물이 팍 터져서 너무 당혹스러웠어요

이렇게 날씨좋은 토요일에 왜 울었냐면요..

저는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미혼처자구요 가까운데 언니가 살아요

조카가 이제 막 두돌이 지나서 한창 말하고 귀여울 때라 자주 놀러와요

오늘 원래는 형부가 회사에 나가봐야 한다고 해서

언니랑 같이 조카 데리고 쇼핑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언니나 저나 옷구경하는 거 좋아하는데 형부는 싫어해서

형부 다른 볼일 있을 때 조카 데리고 가끔 가곤 했어요

어제 언니가 낼 형부 회사 간다고 옷구경하러 가자! 그래서

원래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언니가 애 데리고 혼자 움직이기 힘든 거 아니까

모임에도 빠진다 하고 언니랑 약속을 잡았어요 제가 차를 몰고 가기로 하구요

오늘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 다 하고 옷 갈아입고 드라이하고 있는데

언니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형부가 낼 회사 간다고..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가구를 보러 가야 하는데 거기나 같이 가자고..

쇼핑은 낼 가자고..

근데 갑자기 가구보러 가는데 내가 군식구처럼 왜 따라가나 싶고

내일은 나도 다른 일정이 있는데 마음대로 내일 쇼핑가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언니한테

무지 섭섭하더라구요. 

난 가구보러 안 가겠다, 내일은 일정이 있어서 쇼핑 못 간다 그러고 끊었어요

근데 갑자기 눈물이 팍 나는 거예요..

갑자기 오늘처럼 날씨좋은 토요일에 마땅히 할 일도 떠오르지 않고

친구들이나 만날걸 거기 가기에도 늦은 시간이 돼 버렸고.. (친구들은 근교로 멀리가서요)

언니랑 저랑은 친자매면서 친구처럼 잘 지내왔거든요

근데 아무리 친언니라도 시집갔으면 자기가정이 있는 거고

언니가정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거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쓸쓸한 마음이 밀려들었는지..

전화끊고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에 어쩔줄 모르면서 울다가 일단 집을 나왔어요

시내에 있는 대형문고 가서 책 좀 보고 몇 권 사고..

카페 가서 커피마시며 책 볼까 들어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러워서

그냥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도로 집에 들어왔어요

집에 들어오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사실 얼마전에 결혼 생각하며 만났던 남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나이는 하루하루 먹어가고 친구들도 거의 다 결혼했고

갑자기 생긴 주말 자유시간에 뭘 해야할지 어떻게 보내야할지 막막해요

빨리 나도 가정이 생겨서 바쁘게 지냈으면 좋겠다 싶어요

지금 이 자유로운 시간을 즐겨야지 싶다가도, 막상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너무 안 생겨요

주말에 뭐라도 배우러 다녀야 할까요?

감기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정신은 몽롱하고 운전하다가도 울컥 눈물이 나는 제자신이 당혹스러워요ㅠ

 

IP : 61.73.xxx.7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맞이꽃들
    '14.3.22 3:10 PM (180.64.xxx.211)

    그 상황이면 저라도 울겠어요.얼른 운동도 다니시고
    뭐 취미 배우러 다니세요. 요즘 배울거 많아요.

  • 2.
    '14.3.22 3:14 PM (61.73.xxx.74)

    아 감사해요... 내가 너무 이상하고 이상한 호르몬이 막 나오는 걸까?
    그렇게 생각했었는데ㅠㅠ
    뭐 배우면 좋을까요 사실 직장이 주말없이 바빴어서 주말이 널널해본적이 없었던지라
    뭘해야 할지 아무런 감도 안와요 친구들만나는 것도 한두번이지ㅠㅠ

  • 3.
    '14.3.22 3:19 PM (61.73.xxx.74)

    전화끊고 나서 너무 서운한 맘이 들길래 언니한테 카톡은 남겨놨었어요
    왜 일방적으로 스케줄을 바꾸냐 앞으로 확실한 거 아니면 뭐하자고 얘기하지 마라하구요
    서점에 있는데 전화가 왔길래 통화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서 전화는 안 받았어요
    조카가 예뻐서 할 수 있는 거 다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언니가 서른 중반 다돼가는 미혼 동생의 마음을 넘 몰라준다 싶을 때가 있더라구요
    주말에 형부 없을 때 키즈카페 가자 그러면
    가끔 차태워서 가긴 했어도 제가 뭐 그리 키즈 카페를 가고 싶겠어요
    가면 조카만 따라다녀야 하는데..
    당연한 얘기겠지만 자매끼리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는데 제가 너무 수동적으로 했던건지..
    마음이 잘 안 풀리네요ㅠㅠ

  • 4. 우울증 아니고
    '14.3.22 3:44 PM (112.173.xxx.72)

    현재 많이 외로우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외로움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 와요.
    제가 그랬어요.
    언니가 일방적으로 스케쥴을 바꾼 건 분명 잘못이지만 님이 혼자고 또 동생이니 같이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라 좀 편하게 생각해서 그럴수도 있어요.
    자매니 가능하죠.
    결혼하면 미혼때 처럼 깊이 생각 안하게 되요.. 아주 중요한 일 아니면 말이죠.

  • 5. 왜냐면
    '14.3.22 3:45 PM (112.173.xxx.72)

    그거 아니라도 이것저것 남편 아이 시댁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서요.

  • 6. 폴고갱
    '14.3.22 5:24 PM (119.198.xxx.130)

    언니가 잘못했어요
    님 심정 백번이해해요
    언니한테 왜 약속 안지키냐고 따지기도 구차하고 그렇지요?
    결혼한 친구들 그런애들 많아요
    약속 쉽게 깨고 미안해하지도 않고
    자기중심적이 되더라고요
    저는 그런거 하도 많이 봐서..
    결혼한 지 가정만 중요하고 남들은 다 자기에게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부류들. 절친이든 자매든 결혼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님 우리는 결혼해도 그런 개념없는 인간은 되지말자고요~~!
    님 마음도 많이 여린분이신거 같네요
    저는 위에 일보다 더한거 많이 보았는데
    이젠 그려려니해요

  • 7. 우울증은 아니고
    '14.3.22 5:31 PM (125.177.xxx.190)

    외로워서 그래요.
    솔직히 원글님 외로운데 티 안내고 씩씩하게 지내려고 하는거 같거든요.
    그걸 친한 언니가 몰라주네요. 동생 기분이 어떤가 신경 안쓰는거 같아요.
    앞으로 언니 스케줄 너무 맞춰주지 마세요. 조카한테도 너무 잘할 필요 없어요.
    위로의 말을 하자면 결혼해서 애가 생겨도 외로움 느끼는 사람 많답니다.
    저는 결혼 20년차인데 요즘도 인간은 외롭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자주 읊조리며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요..
    본인이 좋아하는 일 찾아서 항상 즐겁게 지내려 노력해보세요.
    누가 나를 위로해주고 기쁘게 해주기 바라면 더 외롭더라구요. 원글님 화이팅!!

  • 8.
    '14.3.22 5:41 PM (61.73.xxx.74)

    아 댓글들 정말 감사드려요..
    윗님 말씀대로 외로운데 티 안내고 씩씩하게 지내려고 하는 거.. 몰랐는데 맞는 거 같아요
    어쩜 그리 잘 아셔요 짧은 글에서..ㅠ
    사실 살면서 외로움 느껴본적이 별로 없었어요
    늘 바빴고 주변에 친구들도 가족들도 있어서..
    근데 어느 정도 일도 성취하고 있고 친구들은 결혼 많이들 하고
    그러고보니 어느새 바빠서 몰랐던 외로움이 엄습하더라구요
    첨 느껴보는 감정들이라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아요
    어차피 인간은 혼자고 외롭다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아직 그런 상태에 도달 못한건지..
    제 일 하는 거 좋아하고 성취감을 많이 느껴서인지
    취미라고 할 만한게 딱히 없는데 좋아할만한 취미가 뭔지 찾아봐야겠어요
    댓글 읽으면서 참 위로 많이 받네요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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