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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부부

... 조회수 : 2,927
작성일 : 2014-03-22 13:55:56

세월이 빨라 어느새 결혼 12년차에 접어들었네요.

남편과는 과 선후배로 만나 오랜 연애끝에 결혼했어요

결혼당시 남편이 박사학위를 시작하는 시점이라 상황이 좋지 못했고

시댁도 지원을 바랄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남편하나 보고 결혼했었어요.

시댁.. 너무나 문제 많지만 너무 길어지니 접어두구요

남편도. 어떤 상황에서도 그리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자기일을 성실히, 열심히 하고

아내이자 딸들의 엄마인 저에게 별 바라는 점이 없다는게 장점이라면 장점이기는 하구요

 

남편은 저에게 불만을 얘기한 적이 별로 없어요

반찬거리가 부실해도 청소가 엉망이어도 옷을 다려주지 않아도 다 괜찮다고 해요

저녁에 와서 반찬없으면 직접 라면끊여 먹구요 . 출근할때 입을 옷이 없으면 하루 더 입어요

둘째 아이 어려서 손을 심하게 타 바닥에 내려놓을수 없을때

저랑 교대로 앉아서 밤잠을 잤던건 지금도 고마운 부분이구요.

 

남편이 저에게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없는 것처럼 저도 그런건 아니에요

저는 남편에게 바라는 게 많았어요

좀 일찍 들어와 줬으면.

늦을때는 집에 전화 한통 해주었으면..

아이들과 시간을 좀 보내줬으면 .

나에게 관심 좀 가져줬으면..

게임 좀 그만 했으면..

이것말고도 많았을 거에요

 

하지만 이제는 저도 거의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해요

내려놓게 된 계기는 결혼년차도 많이 되긴 했지만 남편이 달라지질 않았거든요

제가 뭐라도 조금 안좋게 얘기하면 바로 동굴로 들어가 버리고 저포함 아이들까지 그림자가 되구요

동굴에서 돌아와도 그일에 대해 조금도 말할 수 없었어요

저도 그리 당찬 편이 못되어 그냥 삼켜버린곤 하는 날들의 반복이었어요

내려놓으니 오히려 남편도 부드러워 지는 듯 해서 집안 분위기도 좀 낫구요

 

하지만 지금도 포기가 안되는건

저녁시간이에요

거의 항상 늦는 사람이고 전화를 해주는 사람이 아니니까 저나 아이들이 전화를 하지요

전화나 메세지를 보내면 안받는 일이 많아요

카톡도 확인하고도 답도 안하구요

뭐하는 지도 몰라요

거의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사람만나 술마시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주변에서 술을 마셔도 제가 알기전에 말 안하니까요

그래요..

답답하지만 뭐라 하면 또 동굴들어가는게 힘들어서 또 삼키지요

그러려니 하구요

엊그제는 밤 11시 넘어도 아무 연락이 없어 제가 전화를 했지요

사무실이라더군요..

언제 오냐니 역정을 내며 맨날 그렇게 전화를 해야 겠냐며...

 

서글프더라구요

나는 남편이 늦어도 언제 오냐며 전화 한통 못하는 사람인가 싶어..

어젠 10시쯤(평소귀가시간보단 아주 이른 시간)에 들어와 같이 치킨집에 갔어요

미안했긴 했나봐요..

맥주 시켜놓고 생각해 보니

저는 그 시간에 밖에서 맥주 마시며 시간보내본게 2004년 맞벌이 할때가

마지막이었네요..

저 술좋아하는 사람 아닌데  그게 아쉬운건 아닌데 제가 그리 살았더라구요..

 

평탄치 않은 결혼생활이었어요..

친정부모님께는 죄송하지요..

누가 봐도 귀하게 잘 키워주셨거든요. 다들 그러시겠지만요..

남편은 ..

자기가 나에게 그렇듯 저도 그랬으면 하나봐요

방두개인 아파트 인데 큰방에는 딸둘과 제가 자고 작은방엔 남편이 자요

큰애가 공간이 필요해서 작은 방을 큰애가 쓰도록 하자고 하니 생각해 본다고 하고 말이 없네요

집에 오면 방문닫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하더라구요

컴퓨터도 작은 방에 있고..

 

글이 두서 없는 넋두리 밖에 안되네요

작은 아이가 자꾸 와서 이만 적어야 겠어요

그냥 제가 이렇다고 말할 데가 없어서요..

 

 

 

 

 

IP : 222.109.xxx.3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3.22 2:02 PM (14.52.xxx.59)

    그냥 그런 부부도 있다,삶의 방식은 다 다르다,하고 넘기세요
    전 남편이 방에 콕 틀어박혀서 티비만 봐요
    과일 깎아놓고 부르면 몇개 들고 바로 들어가요
    애들하고는 일주일에 말 몇마디 안해요
    저도 그냥 그려려니 하고 살기로 했어요
    제부는 말이 많은데 그대신 냉장고 열고 별별 참견 다하고
    애들한테도 잔소리 작렬이라 애들이 아빠오면 문부터 닫아요
    산좋고 물좋고 정자도 좋으면 내 땅이 아니라고 하던데...
    12시 넘을것 같으면 전화 한통만 하라고,안기다리고 자겠다고 그것만 지켜달라고 하세요
    솔직히 나중에 저러다 늙어서 후회할텐데 말이죠(우리남편보니 늙으면 낙동강 오리알입니다)

  • 2. . . . . .
    '14.3.22 2:04 PM (182.220.xxx.15)

    그집 영감. 왜 그런다요ㅠ
    소중한 가족을 몰라보고요.
    남의집 귀한 딸 데려다가 외롭게 만들고ㅠ
    힘내세요.제가 응원해드릴께요. . 으쌰

  • 3. ,,,
    '14.3.22 2:13 PM (203.229.xxx.62)

    그런 남편은 가정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월급은 갖다 줘도 가족에게 사랑을 주거나 신경은 안쓰려는 이기주의자 같아요.
    이혼이 답인데 그런다고 이혼 할 수도 없고
    원글님이 포기하고 중심 잡고 아이들 잘 양육하면 아이들과 교감을 가질수 밖에 없어요.
    아기들 조금 크면 원글님의 세상을 만드세요.
    직장을 가지거나 여유 있으시면 취미 생활이라도 하세요.
    저도 똑 같은 남편을 가지고 있어서 행복 하지 않아요.
    저녁에 전화 하는것 싫어하면 전 더러워서 전화 안해요.
    저녁 6시에 저녁식사 아이들과 해 버려요.
    9시나 10시경 아이들 잘 시간에 같이 자요.
    신경 끊고 사세요. 밥이나 빨래나 그밖에 아내로서 해 줘야 할것은 완벽하게 해줘요.
    이미지 관리상 시댁도 잘 맞춰서 해 드려요.
    그러나 남편에게 마음은 안줘요. 남편이 눈치 채지 못해요.
    제가 표현 하지 않아서요. 용기가 없어 이혼은 못하고
    아이들에겐 최대한 평화로운 가정을 주고 싶어서요.

  • 4. ㅇㅇ
    '14.3.22 2:29 PM (71.197.xxx.123)

    외로우신 것 같아요.
    사려깊고 성실한 분 이실 것 같은데 너무 같이하기 힘든 성향의 남편을 만나셨네요. 솔직히 그런 종류의 사람은 결혼을 안하는 편이 본인을 위해서도 상대방을 위해서도 나은데 말이죠.
    이제 에너지와 관심을 남편에게서 거두세요.
    일을 하시든지 공부를 하시든지 봉사를 하시든지
    원글님 만의 생활을 하세요.
    가끔 만나는 친구인듯 애인인듯 지내 보세요.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포기하구요.
    님을 위해 기도 드릴게요.

  • 5. ..
    '14.3.22 2:39 PM (222.109.xxx.34)

    감사합니다. 따뜻한 말을 들으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네요. 별일은 아닌데 우리 부부가 쌓은 믿음이나정이 없는 거 같아요. 조금만 마음이 상해도 깊이 상처받게 되어요 물론 저 혼자요. 이러면서 남편은 왜 항상 자기가 좋은 남편이라고 하는 걸까요

  • 6.
    '14.3.22 4:43 PM (211.36.xxx.119)

    원글님 마음이 느껴져서 저도 눈물이 나네요.
    정이 없는 남자. 그치만 책잡힐 일은 별로 안하고 책 잡히는 것도 못견디죠. 본인은 충분히 좋은 가장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휴. 이기적인 남자. 어찌 바꿀까 싶지만.
    바꿔보셔야해요ㅜㅜ
    서운한 점을 지혜롭게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해봐요. 못된 아들 키운다 생각하시고. 힘내세요!!!

  • 7. ..
    '14.3.22 4:54 PM (222.109.xxx.34)

    95년에 처음 남편을 만났으니 20년 되었네요. 연애때도 결혼생활도 항상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이었어요. 항상 바쁘고 만나야할 누군가가 있고.. 기다리는거 그만 하고 싶어도 그게 잘 안되어요

  • 8. ...
    '14.3.22 5:17 PM (180.71.xxx.192)

    눈믈나요... 저도 그렇거든요..
    정말 대책없는 사람만났구요 ...
    포기와 완전한 내려놓음밖엔 답이ㅠ 없네요
    제맘에 분노게이지는 만땅이구요
    내남편이라고 착각하며 바보처럼 살았네요

  • 9. ...
    '14.3.22 5:18 PM (180.71.xxx.192)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속에 가슴치는 후회로 삽니다

  • 10. 그냥
    '14.3.22 5:24 PM (178.191.xxx.182)

    남편은 남이라 생각하세요. 이혼했다 생각하시고 아이들이랑 재밌게 사세요.
    남편 기다리지도 전화하지도 말고요.

  • 11. 눈물나네요..
    '14.3.22 5:40 PM (125.177.xxx.190)

    너무 비슷한 점이 많아요. 다른 점도 있지만요.
    제 남편은 맨날 아이 안부만 물어요. ㅇㅇ 언제오냐 ㅇㅇ 뭐했냐 ㅇㅇ 뭐한다더라..
    언제부턴가 그걸 깨닫고는 너무 슬펐어요. 아내에 대한 관심은 하나도 없더라구요.
    애가 어릴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애가 크고서도 그러니까 나는 뭔가 나는 가사도우미인가..
    더럽고 치사해서 말 안하다가 언제 서운한거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근데 변하는게 없더라구요.
    관심없는 배우자랑 언제까지 같이 살 수 있을까요.. 애 크면 혼자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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