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빨간범랑냄비를 보니...

인생이 조회수 : 1,701
작성일 : 2014-03-20 21:57:37

저녁상에 불고기를 올렸습니다.. 먹고나니 아주 조금 불고기가 남았네요.. 어차피 먹을때도 다시 데워 먹어야 하니

냄비에 담아두는게 편할 것 같아서... 이런 용도로 주로 쓰이는 범랑냄비를 꺼냈습니다.

저 빨간 범랑냄비는 밥공기의 3분의2정도 되는 정말 소꿉장난 같은 냄비입니다.

십오륙년전에 지금은 군대에 가있는 작은아들녀석이 그릇가게(그때는 수입그릇가게가 많았지요)에서 떨어뜨려

뚜껑이 찌그러지는 바람에 정말 그냥은 저얼대 사오지 않을 저 장난감 같은 녀석을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했더랍니다..

그렇게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사부작거리며 사고를 치던 녀석이 벌써 자라서 나라를 지키러 간지 3주 되었네요

두아들을 키우며 움직임이 별로 없고, 말썽을 일리지않는 큰아이에 비해 뱃속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운동능력을 자랑하던 우리 막둥이는 정말 저를 힘들게 했더랍니다.  식용유병 쏟아놓고 머리부터 온몸에 바르기.

무선전화기 안테나 잡고 변기에 넣어돌리기. 야단치는 엄마 물건 하나씩 베란다 밖으로 던지기(저희집 소파쿠션이

행방불명되었다가 경비실앞 바위위에서 발견됨으로 해서 알게 되었어요.. 1층 화단에 저희집 물건이 꽤 많이 버려

져 있더군요).식당가면 앉아있지 않고 돌아다니기..(그래서 저는 외식을 거의 못했어요. 나가서 먹으면 제가 꼭 체해서... 좀 자라서는 나가면 연락두절... 숙제 안하기, 준비물 안챙기기, 숙제할 교과서 가지러 나갔다가

학교앞에 주저앉아 퍼져 놀기...ㅎㅎ  하여튼 참 많이 혼내고 힘들어하며 키웠답니다...

하지만 자라서는 엄마한테 무뚝뚝한 형대신 많이 웃어주고, 엄마랑 함께 놀아주고... 도와주고..

그렇게 저를 행복하게 해주던 녀석입니다.. 빨간범랑냄비를 보니... 울아들이 또 그립네요...

**아 이 냄비 니가 뚜껑 떨어뜨려서 엄마 사준 냄비야.. 라고 하면  씩 웃으면서..

냄비 이쁘네.. 그래줄텐데.. 엄마.. 팔아프니까 내가 설거지해줄게...그래줄텐데...

훈련소에서 많이 힘들진 않은지... 주책맞게 눈물이 나려하네요..

그때 냄비를 떨어뜨려 할 수 없이 사게 되었을때는 참 많이 속상했습니다.

빠듯한 월급쟁이 살림에... (그 냄비가 일본 에지리범랑이거든요... )필요하지도 않은 비싼 물건을

사오려니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쓸 때마다 이물건을 들이게 해준 아들한테 고마워하게 하는 물건입니다..

작고 앙증맞은 자태가 예쁘기도 하고.. 마치 소꿈장난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해주고 말이지요..

인생이 결국 이런건가 봅니다... 영원이 나쁜일도 없고... 영원히 좋은일도 없고 말이죠...

울아들 잘하고 있겠죠? 엄마한테 잘하듯이...

 

 

IP : 124.50.xxx.1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3.20 10:32 PM (116.121.xxx.197)

    글을 잔잔하게 잘 쓰시네요.
    군대 간 아들은 열심히 훈련받고
    지금은 달콤한 꿈나라겠지요?
    꿈에서 엄마 보고 울먹울먹 잠꼬대는 안할런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9679 스마트 폰 사려고 하는데 아이폰 사면 어떨까요? 15 처음 2014/06/19 2,037
389678 재단이나 문화원은 어떻게 직원뽑나요? 4 느밈 2014/06/19 1,471
389677 남의 말 가로채서 자기가 혼자 다 얘기하는... 3 *** 2014/06/19 1,553
389676 ”벌금 낼테니 내려”…안내견 승차거부 인권위 진정 3 세우실 2014/06/19 1,679
389675 급해요 ) 밥솥카스페라 도전합니다 4 노오븐 2014/06/19 1,183
389674 아침마당에 설민석 강사 강의 너무 재밌게 들었어요 16 2014/06/19 5,404
389673 지지미천으로 된 원피스요 5 옷 좀 찾아.. 2014/06/19 1,930
389672 저희 옆집 이사가는데... 1 ㅜㅜ 2014/06/19 2,797
389671 아람단 캠프에 준비물 다 떠안았습니다. 애들 밑반찬 뭐하면 좋을.. 6 호갱이 딸 .. 2014/06/19 2,086
389670 잊지말자]매실액 만들때 매실에 칼집넣나요? 2 급질 2014/06/19 1,705
389669 아이허브 샴푸중 추천 부탁드립니다 어렵다 2014/06/19 1,466
389668 우울한 아침입니다. 2 일반인 2014/06/19 1,164
389667 경제 흐름을 알 수 있는 책 추천 부탁드려요 1 추천 2014/06/19 944
389666 아기탄생 2 병아리맘 2014/06/19 1,325
389665 박그네 친일파 내각... 친일파 전면 부상 10 수면위로올라.. 2014/06/19 1,849
389664 장시간 사용안하고 있는 자동차에 커버 씌우시나요? 14 써니 2014/06/19 4,107
389663 싱글맘) 여름 휴가 어디 가세요? 1 dd 2014/06/19 1,647
389662 공무원 시험이요? 1 이모 2014/06/19 1,354
389661 세입자가 보낸 내용증명 관련 조언 부탁 드립니다. 5 내용증명 2014/06/19 2,278
389660 쿠데타 주도한 전직 대통령에 종신형 선고 8 ㄷㄷ 2014/06/19 1,014
389659 역류성식도염이신 분들, 기울기 조정되는 '템퍼'침대 효과있을까요.. 6 식도염환자 2014/06/19 4,065
389658 거실 바닥에 전기매트 장판 깔고 지내는 분들 계세요? 7 4계절내내 2014/06/19 3,503
389657 '기레기'에 분노하는 당신을 위한 특별한 강좌 추천합니다 민언련 2014/06/19 653
389656 이러한 자동차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5 제발좀..ㅠ.. 2014/06/19 1,152
389655 김명수, 제자 논문 가로채기 확인된 것만 ‘8편’ 4 샬랄라 2014/06/19 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