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의 절대음감 이야기를 읽고 나니 생각난 건데요,
중학생인 제 아들이 7살 초반 무렵, 집에 피아노가 생기면서 장난감처럼 하루종일 갖고 놀았어요.
전혀 가르치질 않았는데 어느날 동요를 왼손으로 반주 넣어 가며 치다가
또 갑자기 여러가지 조로 변조를 해가며 치더라구요.
장조인 곡을 단조로 바꿔 치며 이렇게 바꾸면 슬픈 느낌이 난다면서 치기도 하고
즉석에서 작곡을 하기도 하구요.
하도 신기해서 동영상도 찍어 뒀었네요.
건반을 동시에 네 개 치는 건 100퍼센트 다 맞추고 다섯개 동시에 치면 4분의 3정도는 맞췄구요.
(그러고보니 다섯개 이상은 안 해 봤네요ㅎㅎ)
그 때 큰애를 개인 레슨 해주시던 피아노 선생님이 아이가 재능이 대단해 보인다며
한동안 무료로 가르쳐 주셨어요.
저는 지금도 헷갈리는 각종 조성을 순식간에 외우고
듣는 클래식 음악마다 앞 두세 마디만 들으면 무슨 조인지, 플랫과 샾들이 몇개씩 붙은 조성을 금세 알아 맞추고요,
딴짓하며 듣는 듯 하다가도 중간에 변조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무슨 조로 바뀌었네요~ 하더군요.
그리고 가장 많이 놀랐던 부분은,
7살때 아이가 유치원에서 다녀 오면 클래식 명곡집 몇권을 동화책 읽듯 맨날 들여다 보곤 했는데
피아노 레슨선생님께서 중간 쉬는 시간에 클래식 CD를 가져오셔서 감상하자고 틀어주시면
갑자기 명곡집을 들고 와서 지금 이 부분을 연주하고 있다고 펼쳐서 손가락으로 짚곤 했어요.
악보로만 읽었지 음악으론 처음 듣는데도요. 악보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연주를 했나 봐요.
선생님도 많이 놀라시더군요.
작곡에도 소질이 있어서 나름 어린이 교향곡도 쓰고 행진곡도 쓰고 엄마, 아빠를 위한 왈츠도 쓰고
초등 2학년 때부터는 MIDI 프로그램을 깔아 줬더니
틈틈히 곡 만들어 스승의 날이면 매년 담임선생님만을 위한 곡을 작곡해서 CD에 담아 선물로 드리곤 했어요.
다른 선물은 마다하시던 선생님들께서도 아이의 작곡 CD는 정말 기쁘게 받아주셨어요.
전근가신 예전 담임선생님께선 아직도 네가 작곡한 음악을 듣고 있다고 해 주시기도 하고...^^
참, 피아노도 진도가 매우 빨라서 평소에 별로 연습을 안 하는데도 보통 아이들에 비해
훨씬 빠른 기간 안에 체르니40까지 마쳤어요.
아이를 아는 음악 관련일 하시는 분들은 모두 전공을 시키라 권하셨지만
본인이 음악은 취미로만 하고 싶다 해서 결국은 다른 꿈을 가지고 준비중입니다.
요즘은 악기 교육의 기회가 많아져서인지 주위에서도 절대음감인 아이들을 종종 봐 왔기 때문에
드물지 않다는 건 아는데요,
혹시 저희 아이같은 경우도 꽤 많은가요?
베스트의 절대음감 이야기의 많은 댓글들을 읽고서 저희 아이는 흔한 경우인지 한번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