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 할 때는 잘 몰랐어요. 시부모님, 특히 시어머님이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딱 하나. 집 마련할 때 우리는 너네 도와줄 형편이 안된다 하셔놓고,
저희 부모님께서 그럼 우리라도 보태주마 얘기가 나오자마자 시댁 오분 거리에 집을 구해놓으셔서
친정 부모님이 마음 상하시긴 했죠.
그래서 부족한 전세금 중 일부만 받고 일부는 시어머니께서 융통.
이후 시어머니가 빌려주신 건 반년 만에 다 갚았어요.
혼수는 제가 다 했고요.
그러면서 예단은 바라셔서 집에 돈 보태느라 못하겠다 했고,
대신 저도 금붙이 한 개 안 받고 그냥 저희끼리 원래 끼던 커플링 계속 끼기로 했고요.
뭐 이렇게 하고 나니 마음은 가벼웠어요. 굳이 잘 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딱 평생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서 지냈어요. 남편도 별 말 없고 절 이해해주는 편이구요.
근데 결혼하고 첫 명절에 아침에 전날 아침에 일찍 오지 않았다고 화를 내셨어요.
차례를 지내는 집도 아니고 손님이 올 집도 아니라 그냥 식구들 먹는 음식 하신다고 해서 2시쯤 갔거든요.
저는 첫 명절이라고 뭘 또 좀 만들어 갔었는데 그건 거들떠도 안 보시더라구요.
남편 말로는 평생 명절음식 하신 적이 없는데 갑자기 그러신다고...
암튼 구색맞춰서 전도 하고 잡채, 불고기 다 했어요.
그리고 나서 명절 당일에 친정 갔다가 다음날 다시 와서 시외가 투어까지 하고,
다시 시댁으로 가서 시누이 가족들과도 저녁에 간식까지 먹고 설거지 다 하고 집에 와서 내린 결론은
다음 명절엔 그러지 말자. 였어요.
시누이 부부 애들 어리단 핑계로 수저 한개 놓지 않았고,
시어머니는 집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다 꺼내서 상에 올려놓으시고
그렇다고 남편이 도울라 치면 은근 싫어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설에는 그렇게 안하겠다고,
친정이든 시댁이든 아침에 찾아뵙고 떡국만 먹고
점심 먹기 전에 다른 쪽 집 갔다가 당일에 돌아와서 우리 집에서 자자고 남편과 합의를 봤어요.
또 시외가 투어는 명절에는 안하는 걸로.
맨날 야근하는 직장인이라 명절에 적어도 하루이틀은 좀 쉬고 싶거든요.
구정 있던 주에 위의 내용으로 전화를 드리니 시어머니 난리 나심..
저 출근하는 아침 버스에서 저는 진짜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전화를 받았어요.
결혼한 여자가 어딜 감히 친정에 먼저 가느냐,
너 일하는게 유세냐 등등.
(결혼 직후 그래도 여자도 직장 다니는게 좋다고 얘기하신 시어머님은 평생 살림만 하셨고,
시누이도 결혼과 동시에 전업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아들 요새 마음이 심란할테니 전화내용은 얘기하지 말아라. -_-
그래서 차분히 친정이든 시댁이든 상황따라 어디든 먼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안가는 것도 아니고 어딜 먼저 가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거면 올해는 어머님 먼저 찾아 뵙겠다고.
근데 사위한테라면 출근길 아침에 이런 전화 하셨겠느냐? 저도 어머님한테 잘해드리고 싶은데,
저 이런 전화 받으면 좀 힘들 것 같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 다 했어요.
근데 하고 싶은 말 다 하는데도, 계속 시댁은 부담스럽고 시부모님은 점점 싫어져요.
사람 미워하는데 소모되는 에너지 아깝다고 생각하는데도..
남편 말이 자기 집 갈 때는 제 표정이 꼭 어디 끌려가는 사람 같다고 해요.
저의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오늘 퇴근 후 시댁갈 일이 생기니 그 동안 있었던 일이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네요.
머리는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몸은 가기가 싫은가봐요.
시댁이라면 이유없이 그냥 요샌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