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피나의 젊은 시절 모습은 형언할 수 없는 순수한 기품이 흐른다
2시간여를 꼼짝 않고 매어있었다
어느 대목에선가 막혔던 무의식의 둑이 터진 뒤로 눈물 콧물 법벅으로 혼연일체가 돼 본 영화다
"피나 바우쉬"라는 이름만으로도 거대한 뭔가를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살기도 했고
그녀가 이룬 무용계의 업적이나 가치는 별 관심이 없었다
현대무용이라는 난해함과 편견이 그랬고 유명하대더라..하면 따라 읽는 마음 속 속물 근성에 불을 짚인 정도다
그렇게 대충 알고 뭣도 모르고 좋아하다가 이 영화를 본 것이다
처음이다, 그녀의 젊은 얼굴은...
저 지경으로까지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부드럽고 서늘한 위엄이 가득한 눈빛...
긴 손가락에 아슬아슬한 담배의 관능적인 연기하며
정갈하게 묶은 머리칼이 허리까지 차고 나른하고 고요하게 단원들을 독려하는 모습
정신과 육체의 극한이 만나 초연한 공기를 뿜어내고 있다...
피나를 존경하다 못해 두려움을 느낀 단원을 향해 피나가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왜 나를 두려워 하지?...난 너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아..."
이 부분에서 내 맘은 난장판이 됐다
왠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공포라는 근원적 고통에 시달리는 세상 모든 이에게 한 말로 들렸다
그녀의 영성은 뿌리 깊은 상처와 외로움에 대한 관조다
애써 주무르고 만져지는 치유가 아닌 세상 밖으로 자연스레 드러내지는 고통
그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맘은 몸부림치며 깨어난다
영혼의 사슬을 일깨워주는 힘이 피나다
그렇게 여리고 부서질 것 같은 여자의 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