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돈 몇 천원 할인이 주는 기쁨이 있었다
아침이 피곤한 심야영화보단 이른 아침 썰렁한 극장에서의 한가로움이 훨 낫다
요즘에야 창구에서 직접 표를 사는 수고는 사라져가지만
왠지 난 줄서고 이리저리 영화 포스터도 두리번거리고
한 줄 한 줄 내 차례가 돌아오는 소소함이 아..영화를 보러 왔다는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자리에 웬만하면 앉을 수 있다는 것
듬성듬성 머리만 보이는 텅빈 의자를 보며 언제든 중간에 자리도 옮길 수 있고
가방도 옆 의자에 턱하니 한 자리 차지해도 뭐라 할 사람 없고
따닥따닥 붙어 낯선 사람의 숨소리 거슬리지 않으니 자유롭고
밀폐된 극장이 주는 어둑한 자유가 조조영화에는 있다
또 하나 속 보이는 이유가 있다
조금은 야한? 영화를 혼자 봐야할 때...
벌건 대낮에 삼삼오오 무리져 있는 군중 속에서
전라의 영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기란 사실 부끄럽고 마음이 좀 누추해진다
한데..그게 참 이상한 것이
일명 예술영화관에서의 에로틱은 그럴싸한 본성쯤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예술이란 단어가 주는 기막힌 배려다
그런 비주류 영화관엔 또 혼자 오는 사람들이 일반적이다
가끔 지루하고 일상적인 파편에 관념을 난해하게 집어넣어 무료한 기분을 상승시키고 싶을 땐
아주 딱이다!
내 생애 최초의 조조이자 야한 영화의 첫 걸음은
로만 폴란스키의 "비터 문"...
아마 대한극장이었을 거다
컴컴한 극장 안에서도 뭔 죄지은 사람처럼 어깨를 진뜩 웅크리고 눈만 반짝이던 그때
어렴풋이 뒤 어느 구석탱이에서 이상한 호흡을 내던 아저씨의 쉰소리...
퀘퀘한 극장의 냄새까지
마지막 대한극장의 추억이다
근데 요즘은 "조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내 주말 아침의 호사가 더이상 나에게만 허락되진 않는다
나 또한 누군가의 ...
한적한 아침의 칩입자가 됐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