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착한 남편과 살고있는 30대 중반 워킹맘이예요.
남편과의 사이는 아주 좋고, 둘다 좀 무딘 성격인 것도 비슷하고..
사실 큰 문제랄 게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그동안 착한 사람과 자상한 사람을 혼돈하고 있었나봐요.
이제와 깨닫게 된 것이 제 남편은 참 착하지만 자상한 스타일은 절대 아니라는 거..
예를 들면, 제가 구체적으로(성격상 원하는 건 직설적으로 말해요) 어디서 파는 뭐가 먹고싶다~고 하면
한시간 거리든 두시간 거리든 가서 사다주는 사람이예요.
그치만 말 하지 않으면 5분 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거라도 절대 먼저 미루어 짐작해서 사다주는 경우가 없죠.
집안일도 마차가지. 1을 해달라고 하면 즉각 1을 해주고, 2를 해달라고 하면 2를 해주지만 절대 먼저 하진 않아요...
말씀드린대로 저도 여자치고 참 무디고, 약간 남자같은 성향이라 그런 거에 전혀 섭섭하다거나 불만 없었는데요...
제가 지금 둘째 임신 8개월차예요.
남편 회사 팀원 중에도 저와 개월수가 똑같은 직원이 있는데,
오늘 남편이 카톡으로
"**가 신종플루 확진받았대. 임신중이라 약도 못먹을텐데 힘들어서 큰일이네"
이렇게 보냈더라구요.
저 이거보고 갑자기 울컥 해서 화장실가서 혼자 울고 나왔네요..
사실 열흘 전쯤 저희 큰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었어요.
꼬박 5일 타미플루 먹으며 고생했고, 저는 아픈 애기 보느라 몸보다도 맘고생 좀 했구요.
근데 이때 제 직장사람들 하나같이 "애기도 애기지만 너 임신중인데 옮으면 어떡하니" 라고 걱정해주는 와중에,
남편은 단 한번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더라구요. 그러더니 애기 다 나을 때쯤 본인이 옮아서는 이틀정도 몸살로 고생;;;
그때도 남편 아픈 게 걱정이었지 섭섭하다는 생각조차 안했어요.
그런데.. 오늘 남편이 보낸 카톡 보고나니, 평소 저답지 않게 갑자기 울컥하네요..
그 직원에 대한 남편의 마음을 오해할 상황은 절대 아니고, 내가 너무 유치한가 싶어 스스로에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몇시간 지난 지금까지도 섭섭함이 가시질 않아요.
임신중이라 호르몬 때문일까요?;; 이런 제 모습도 낯설고.. 그냥 좀 우울해서 주절주절해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