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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른다
지나가던 개가 아무렇게나 싸놓은 똥처럼
거기엔 무단 투기 금지라고 쓰여 있었는데
나는 당당했지
버려진 적 없으니까
어느 날 거기 옆에 쪼그려 앉아 말했다
누가 널 낳았니
이름이 없어 좋겠다
털이 있다는 건 위험한 일이지
정체가 발각되는 것이니까
집을 나오는 길
두 발이 섞이는 것 같았다 그 다음엔 얼굴과
머리카락이 엉키고
몸의 구분이 모호해질수록
흩어져 있던 영혼의 조각들이 뭉쳐질수록
나는 아무렇게나 던져진 쓰레기로 완성되었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른다
아무도 내 정체를 모르고
아무도 나를 분류하지 않는 곳
껍질을 깨고 안으로 들어간다
자, 이제 신앙에 대해 말할 수 있지
바깥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
한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것
욕조 안으로 들어가면
반쯤 잠기는 몸
최초의 기분은 여기에 있지
출렁인다
다리 하나가 기어나간다
- 박세미, ≪알≫ -
※ 2014 서울신문 신춘문예 詩 당선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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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3월 7일 경향장도리
※ 박순찬 화백의 휴가로 ‘장도리’는 쉽니다.
2014년 3월 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27208.html
2014년 3월 7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403/h2014030620161875870.htm
어떤 의미에서는 참 관심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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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쳐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지 않고, 젊음만 믿고 힘쓰지 아니하고,
나태하며 마음이 약해 인형처럼 비굴하면 그는 언제나 어둠 속을 헤매리라.”
- 법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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