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이후로 삶의 지표를 잃은 듯 합니다 .
내일이면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기운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
오늘 , 바람이 차가웠지만 햇살이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
오랜만에 얻은 휴가를 야무지게 쓸 계획을 갖고 있었건만 이 시간 까지 이렇게 넋 놓고 있습니다 .
산산이 부숴져 버린 내 영혼을 어디에서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고 3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
영특하나 인내심이 부족하고 근성이 약해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나 이제 발등에 불 떨어졌으니
달라 지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어제, 11 시가 넘은 시각. 제게 어서 자라고 채근을 하더군요.
오늘 휴가라 휴가 전야를 느긋하게 즐기고 싶어 평소 보다 좀 더 길게 거실에 있었습니다 .
잠자리에 들기 직전 아이에게 인사하러 방문을 열었는데 무언가 안 좋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
펴 놓은 책 밑을 보자 하니 완력으로 저를 밀어내더군요 . 아무것도 아니라고 화도 내고 ..
또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한 느낌에 머리가 어질어질 했습니다 .
내가 쉽게 물러날 기미가 아니니 결국은 보여주더군요.
책 아래쪽에 감춰 놓은 스마트폰과 포르노 영상물 …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나이 아이들 흔히 접한다고 하니 단순 그 영상만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 12 월, 고 3 을 앞두고 아이는 휴대폰을 피쳐폰으로 바꾸었습니다.
결국 그 스마트폰은 제 것이 아닌 것이지요. 출처를 물었습니다.
오락실에서 주웠다고 합니다. 휴대폰이란 것이 너무도 쉽게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는 물건인데
유심칩 빼 버리고 일부러 돌려주지 않았던 겁니다 .
아이의 도덕성에 너무도 큰 실망을 했습니다.
올바름의 기준을 분명히 알고 있는 아이입니다.
부모로서도 최선을 다해 솔선수범하며 양육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왜 …..
또, 고백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겁니다.
쓰다 보니 굴욕스럽고 처량하네요 …. 스마트폰을 한동안 못쓰게 했더니
시험기간 중 친구 것을 빌려 밤새 공부한다 거짓말을 하곤 이불 속에서 몰래 폰질을
하다 발각된 것이 두 차례. 남의 폰을 주웠다 한 것이 또 한 차례 있었습니다.
제 아들이지만 정말이지 아이를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이 서슴없이 해대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내게 걸린 것만도 적지 않은데 모르고 지난 것 까지 한다면 셀 수 없을 겁니다.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거 4 살 짜리 꼬마한테 사탕 뺐기보다 쉽지 않냐고 …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할 까요? 9 살 , 10 살도 아니고 19 살입니다.
곧 성인이 될 아이입니다.
착하고 예쁜 아이였습니다.
다정하고 살가워 그 존재만으로도 내게 큰 힘이 되어주던 소중한 아이였습니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지금 까지 반복되어온 크고 작은 거짓말들에서, 그 습관들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요?
말초적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임기응변과 거짓말로 상황 모면을 반복해 오면서 성적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직장생활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나쁜 습관이 만들어졌나 싶어 자책감이 듭니다.
좀 더 잘 키울 수 있었는데 내가 현명하지 못해 이런 방향으로 흘러왔나 자괴감이 듭니다.
내게 단 하나 밖에 없는 보석 같은 아이가 지금은 나를 너무 아프게 합니다.
서럽게 합니다 . 그 아이에게 힘을 얻어 용감하게 살아왔는데
이제 그 아이가 나를 자꾸 차가운 바닥에 주저 앉힙니다.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아 밥도 못 먹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 희망으로 이 마음을 추스려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