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흔히들 말하는 내가 하면 느긋함 네가 하면 게으름 이런 거 말구요.
스스로 느긋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살고 있는데요.
이제 8년차입니다.
연애초기시절에 어디 잠깐 인사만 하고 온다고 저를 주차장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1시간 반 있다 오더군요.
중간에 전화도 없고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도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계속 기다리다 보니 1시간 반. 폭발할 뻔 했지만 연애초기라 아량 넓은 처녀 행세하느라
속이 탔었죠.
명절에 시댁갈때도 제사때도 새벽같이 깨우지만
아무리 서둘러도 핸드폰 보고 미적미적 늘 늦게 도착해서 가족들이 배고파서 울상입니다.
차라리 미리가서 자자고 해도 싫답니다.
가족모임있어도 욕실에 들어가서 한시간씩 목욕하고 준비하는데 미적미적
삼십분 한시간 기본으로 늦습니다.
빌어도 보고 으름장도 놓아보고 울기도 해보고
심지어는 그래 나도 안 살 거 아니면 같이 느긋하자 하고 마음 먹고 미리 준비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보다 더 늦게 준비합니다.
이제는 어디 같이 가기도 싫구요. 그냥 가족간의 모임 이런 약속도 하기 싫습니다.
늘 그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근데 문제는 일을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10시 약속이 있으면 7시에 일어나게 해서 밥해먹이고 준비 도와줘도
9시반에 일어나도 기본 일이십분은 꼭 늦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었지만 그냥 일상입니다.
정말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 여기고 모른체 살고 싶지만
자기일 하는 사람인데 저런 모습보면 정말 사람들이 정 떨어져 할 것 같아요.
뭐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내려놓고 포기하고 사는데요.
본인은 느긋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상대의 시간과 마음에 대해서 정말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제가 먼저 죽으면 장례도 제 때 치뤄지지 않을 것 같아요.
화장해서 어느 볕 좋은 강에 뿌려달라고 해도
몇년씩 책장 한 구석에 어둠컴컴하게 쳐박혀 있을 것 같아요.
월요일 아침부터 회사에서 전화는 빗발치는데 몇시간씩 꾸물대고 있고 있는 거 보면서
갑자기 우울해져서 푸념 좀 했습니다.
주초부터 우울한 이야기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