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 가신지 반 년 쯤 됐어요.
전 이전에는 누군가와 죽음으로 이별하는 걸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게 막연히 슬픈거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지 느낄 일은 없었어요.
그러다 어머니 돌아 가시고 이제 반 년 됐는데 누군가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것이
이렇게 안타깝고 또 이것처럼 이게 인간의 숙명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돈이 많고 미모가 뛰어나고 유명하고 뭐 어쩌고 해도 이건 어쩔 수 없다는 거.
거기다 제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건 전 ㅇ머니하고 그렇게 애틋한 관계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도
왜 이럴까 싶은게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 성격이 이별을 잘 못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와 엄마의 관계는 좀 일방적이었어요. 그것도 일반적인 일방적 관계가 아니고 제가 엄마를 이해하고
감수하고 가야하는 그런 관계. 우리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지적으로 조금 아주 조금 떨어지는 분
이었어요. 그게 배움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저나 제 아버지가 보기에 지능이 약간 부족한 분.
그러니 본인도 남편하고 같이 살기 힘들었을테고 상대적으로 똑똑했던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또 그런
아내와 산다는 것이 항상 힘들었겠죠. 그러니 그 스트레스는 전부 아이들에게 돌아오는데 제가 첫째다보니
제가 그걸 다 받으면서 컸어요.
엄마는 엄마대로 남편한테 항상 좋은 소리 못 듣고 사이도 안 좋은데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 해서
저 뿐만 아니라 동생들 학교 다니면서도 단 한번도 입학이고 졸업이고
학교 행사건 간에 단 한번도 학교에 와 본 적이 없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좀 재능에 비해서
자신감이 없었고 내가 뭘 잘 하는지도 몰랐고 학교서는 존재감 없이 자랐어요.
그래도 속으론 자존심도 있고 나중에는 이런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에 공부를 아주 열심히 잘 해서
아주 좋은 대학 갔는데 그랬을 때 제가 엄마한테서 들었던 건 그래봤자 지 좋지 나 좋냐는 거였어요.
집 이외에 밖에는 나가 본 적도 없는 분이라 사회성, 사교성 제로에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옛날에 동네 아줌마들 몇 알고 지내다 그 사람들 좋을 일 해줘서 아버지가 불같이 화냈을 정도로
밖에 나가면 사기 당하기 딱 맞을 정도다 보니 전형적인 착하긴 하지만 굉장히 고집세고
자기 중심적이고 이건 이기적인 것 하곤 다른데 일을 타자화 시킨다거나 객관화 시키는 일을 잘 못해요 그냥 애들
같죠. 자기가 남한테 악의를 품거나 속이지도 않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이해의 폭이 좁고
그런데 어쨋든 전 경제적인 것도 그저 그랬지만 심적으로 정서적 지지 없이 무척 힘들게 컷어요.
엄마는 힘들면 오로지 신경질만 엄청 부려서 전 그냥 어려서부터 신경질 내는 소리 안 듣고
칭찬하는 소리 듣기 위해서 설걷이나 집안 일을 거들어 줄 때도 엄마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서
그 신경질을 피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성격이 남 위주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장녀 의식인지 뭔지 그런 엄마를 한 편으론 가엽게 생각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중고생이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를 위해서 학교 끝나고
올 때 장을 봐올 때도 많았으니까요. 그래봤자 항상 맘에 안 든다고 욕먹고 그게 본인이 밖엘 안 나가 보니
너무나 융통성이 떨어져서 물건은 다 자기 맘에 드는 걸 사와야 하는식이었죠.
아버지도 이런 엄마랑 살려니 힘들었겠지만 엄마도 돈 얼마 밖에 안 주는 이해심 별로 없는 센 남편하고
사느라 힘들었겠고 그 사이에서 저도 힘들어서 사실은 어떻게 보면 엄마는 저에게 힘든 존재였어요.
엄마의 이해를 바라는 건 생각할 수 없고 내가 항상 엄마를 이해해야 하는 그런 거죠.
지금도 전 남한테 아니오 소리를 잘 못하고 그닥 내 목소리를 잘 안 내는데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남들 엄마랑 사이 좋은 건 고사하고 그냥 평범한 관계도 아니었지만 전 그거 하나는 말할 수 있다
하고 살아왔어요. 제가 무척 엄마한테 잘 했다는거.
먹을 거 입을 거 필요한 거 며느리한테 말하기 어려운 건 제가 찾아서 갖다 드렸고 취향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그거 맞추려면 여러 번 바꾸거나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해왔어요.
결혼할 때도 뭘 모르니 그랬겠지만 아무런 조언이나 도움이 없었어도 그것도 내 팔자려니 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전 그냥 내 마음이 아쉽다기보다는 시원한 마음도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고 막상 돌아가실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시간이 흐른 지금이 더 마음이
우울해져 옵니다. 이건 뭘까요? 며칠 전에는 그래서 납골당을 갔다 왔어요.
한 번만 꿈에 나타나 달라고 잘 있다고 한 마디만 해 달라고 말하고 왔어요.
사실은 그런 분이다 보니 죽음을 굉장히 두려워 하셨어요. 보통 사람 같으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버릴
그런 상황에서도 입에 물을 떠 넣어 드리면 계속 받아 드셨어요. 유동식도 먹을 없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아진 상황이었고 그러니 몸은 얼굴은 거의 미이라처럼 되어 있는데 그래도 살겠다고
물을 한 숟갈씩 떠 넣어줄 때마다 받아서 겨우 겨우 삼키던 모습 생각하면 평소에도 아플 때 가끔 꿈에서
가위 눌리는지 시꺼먼게 보였다면서 죽음을 무서워 했는데 얼마나 죽음이 무서우면 몸이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목숨줄을 잡고 애쓰던 모습이랑 평소에는 기독교를 너무나 싫어 하고 거부감이 심했는데
약간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 몸이 낫게 기도할 수 있도록 영접 기도 권유했더니 아멘 하는 거 보고 놀랐는데
이제 천국에 가 계실까요?
잘 있다고 내 꿈에 나타나서 한 번 만 말해 줬으면 좋겠어요.
너무 마음이 아픈 건 마지막 영면하실 때 제가 없었어요. 내내 붙어 있다가 그 때는 없었는데
마지막에 가면서 얼마나 무서워 했을지 갈 때 두려워 하지 말라고 다른 가족 형제들 있는 곳으로,
안 아프고 편안한 곳으로 간다고 안심시켜 드렸어야 했는데 그냥 그 무서운 시간을 안심시켜 주지도
못하고 보냈다는 게 너무나 마음이 아파요. 저 말고는 그 역할을 할 사람도 없었는데
이건 다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지금도 눈물 땜에 글을 못 쓰겠어요.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 누가 말 좀 해줘요..